칼럼

'Fortunate Son'

작성일 : 2025-05-01 10:36조회 : 33

'Fortunate Son'

CCR의 히트곡으로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Proud Mary', ‘Have You Ever Seen the Rain?’, 그리고 ‘Who'll Stop the Rain’이다. 'Fortunate Son'은 우리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미국 사회의 지배층/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 'Fortunate Son'이 크게 히트한 후에 나온 ‘Who'll Stop the Rain’도 베트남 전쟁을 빗댄 것으로 이해되어서(Who'll Stop the War?) 크게 히트했다.

나는 "상원의원의 아들이나 백만장자의 아들 같은 '운 좋은 아들'이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Fortunate Son'은 베트남 전쟁 시절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 로큰롤 송이었다. CCR의 리드 싱거인 존 포거티는 운 좋게 본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이 노래를 내어 놓았다. 베트남에서 싸우던 젊은이, 그리고 본국에서 반전(反戰) 운동을 벌리는 젊은이들이 모두 이 노래를 들었으니 당시 미국은 ‘혼돈의 시절’이었다. 1994년 영화 <Forrest Gump>에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가 징집돼서 훈련을 마치고 베트남에 도착하는 장면에도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하지만 CCR은 1971년에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을 내 놓은 후에 존 포거티의 형인 톰 포거티가 밴드를 탈퇴했고 그해가 지나서 아예 해산하고 말았다. 동생이 워낙 음악에 뛰어나서 작곡 작사 리드기타 싱어를 도맡아서 하자 톰 포거티는 소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무명의 밴드일 때에 팬타지 레코드라는 회사와 맺은 계약이 워낙 불리해서 존 포거티는 이에 불만이었는데, 팬타지 레코드 사장 소울 잰트가 존 포거티를 장악하기 위해 톰 포거티를 회유했다고 한다. 1968~1971년 동안 CCR은 미국에서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밴드였지만 이들의 수입은 보잘 것이 없었고 팬타지 레코드는 떼돈을 벌었다.

CCR이 해체된 후에도 팬타지 레코드는 음반판매와 라디오 송출 등 저작권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존 포거티는 자신이 작사 작곡하고 부른 CCR 히트곡을 공연장에서 부르기 위해선 팬타지 레코드에 로열티를 내야 함을 알고 아예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격동의 시절인 1968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났던 CCR은 그냥 사라져 버렸다. 솔로로 독립한 존 포거티는 1985년에 <센터필드> 앨범을 냈는데, 그 중 한곡이 CCR 시절의 ‘Run Through the Jungle'을 표절했고 다른 노래는 팬타지 레코드 대표를 모욕했다고 팬타지 레코드가 포거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포거티는 연방대법원까지 싸워서 10년 만에 승리하고 이어서 소송비용도 상대방으로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존 포거티를 상대로 여러 소송이 제기됐고, 톰 포거티는 1990년에 사망했다. 존 포거티가 연방대법원까지 소송을 갖고 가서 승리를 거두어서 음악인들의 권리를 신장시켰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나서 팬타지 레코드 회사의 소유가 바뀌었고, 존 포거티는 비로서 자신이 CCR 시절에 작곡하고 작사하고 불렀던 유명한 노래들을 공연장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CCR이 해산된 후 25년이 지나서 25살 앳된 청년이던 존 포거티는 50살을 훌쩍 넘겼다. 세상을 알지 못했던 존 포거티가 악질적인 레코드 회사와 매우 불리한 계약을 맺어서 이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CCR의 이 유명한 노래들은 오직 음반으로만 전해 왔고, 존 포거티는 2000년대 들어 비로소 순회공연을 하면서 자신이 25살 청년 시절에 작곡과 작사를 하고 불렀던 노래를 무대 위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존 포거티는 올해 80세가 되기 때문에 무대 공연도 이제는 끝을 맺었다. CCR이 격동의 1968~1971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1968년, 북베트남의 구정 대공세가 있었고 마틴 루터 킹과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됐으며 신좌파 시위대가 버클리와 컬럼비아대를 점거했다. 1969년, 닉슨이 대통령에 취임했고 여름에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열렸다. 1970년 닉슨은 캄보디아로 전쟁을 확대했고 1971년 5월 대규모 반전시위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대학 2학년이던 시기였다.)

아래는 ‘Who'll Stop the Rain’ 동영상이다. 전쟁을 왜 하는지, 왜 끝내지 못하는가 하는 질문이 가사에 녹아 있다. 2차 대전에 참전하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온 참전용사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들들을 낳아 길렀더니 이들이 베트남이란 엉뚱한 곳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나가서 죽기도 했으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니겠는가 ?

이전글닉슨 작은 딸 결혼식과 존 포거티

다음글베트남 전쟁과 CCR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