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타소득과 필요경비

작성일 : 2023-07-17 12:26조회 : 1,543

기타소득과 필요경비

대법관 후보 권영준 교수와 관련한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권 후보자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법무법인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18억1500만 원을 받아 논란이 됐다. 필요경비 등을 뺀 소득 금액은 6억9700만 원으로 파악됐다.” (동아일보 2023년 7월 11일자 기사 등.) 이 기사를 보면 실제로 얻은 소득은 6억 9700만원인 것으로 읽힌다. 기사는 대법원이 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쓴 듯하다.

나 같은 사람이 신문기고나 방송 출연으로 얻는 부수입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된다. ‘기타 소득’은 60%를 필요경비로 공제해 주고 나머지를 소득으로 보아서 지방소득세를 포함해서 8.8%를 원천징수한다. 2018년에 법이 바꾸기 전에는 8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을 해 주었다. (역시 문재인 정부는 세금 걷고 올리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이것을 근로소득이나 연금소득과 합산해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게 된다. 지난 해 나는 한국일보, KBS 등에서 기타소득으로 11,663,990원을 벌었다. 그 중 필요경비로 8,934,938원을 공제한 4,729,052원이 내가 한국일보 등에서 올린 순 기타소득이다. 이 금액에서 국세청이 원천징수로 805,000원을 걷어 갔다.

이처럼 국세청은 기타소득에서 60%를 필요경비로 공제해준다. 하지만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는 액수도 내가 받아서 내가 잘 쓴 것이지 남에게 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방송에 나가고 신문에 글을 쓰느냐고 노력을 하니까 수고한다고 해서 60%를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권 후보자에 관한 위의 기사를 보면 필요경비는 권 후보자 본인이 쓰지 않은 금액인 것처럼 보인다. 전체 금액 18억 원에서 60%를 필요경비로 공제하면 대략 7억 원이 과세 대상이 되는 수입이 된다. 하지만 필요경비로 인정을 받아서 과세에서 벗어난 금액이 다른 사람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그것도 본인의 수입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내용을 잘 모르고 쓴 것이다.

기타소득은 원고료, 강연료 등을 '푼돈'으로 버는 사람에게 인정되는 수입이다. 본업처럼 억대 수입을 고정적으로 올리는 경우에 국세청은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을 적용한다. 국세청은 종편에 거의 매일 나온 패널에 대해선 그가 올린 수입을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으로 간주해서 한 사람 당 수천만 원 씩을 추징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세금에 관한 이런 기초지식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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