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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 하비 오스월드
작성일 : 2023-06-20 09:23조회 : 1,771
리 하비 오스월드
리 하비 오스월드(Lee Harvey Oswald 1939~1963)는 불행하고 고독한 삶을 살았다. 그의 어머니 마그리타(1907~1981)는 뉴올리언스에서 두 번째 남편과 만나서 아들 둘을 낳았다. 둘째가 리 하비 오스월드인데, 그가 태어나기 두 달 전에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일찍 사망한 아버지 로버트 리 오스월드(1896~1939)는 로버트 리 장군의 인척 후손으로 육군 부사관을 지내고 직업이 있었던 괜찮은 사람이었다. 생활이 어려워진 마그리타는 오스월드의 형인 로버트(1934~2017)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 존 픽(1932~2000)을 고아원에 맡겼고 오스월드도 3살이 되자 고아원에 맡겼다. 마그리타 자신도 부모가 없이 자라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12살이 되는 해에 오스월드는 어머니와 함께 공군 부사관인 이복형 존 픽이 사는 뉴욕시로 이사를 갔다. 브롱크스의 작은 아파트에 살았고 어머니는 여러 일을 했다. 오스월드는 학교에 흥미를 잃어서 동물원과 도서관에서 혼자 많은 시간을 보냈고 학교 결석이 많아서 복지사가 찾아가서 면담을 했다. 오스월드의 IQ는 평균 보다 약간 높았으나 타인과 교감을 하지 못하는 외톨이였다.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많이 읽은 오스월드는 15세가 됐을 때 자기가 사회주의자라고 할 정도였다. 그 즈음 원자폭탄 비밀을 소련에 넘긴 로젠버그 부부가 사형 집행을 당하게 되자 이들의 처형에 반대하는 시위가 뉴욕시에서 일어났다. 오스월드는 로젠버그 부부의 처형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자들의 선전물에 감동을 받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등 공산주의에 빠져들었다.
오스월드와 그의 어머니는 다시 뉴올리언스로 돌아와서 도심 프렌치 쿼터 부근의 매춘과 범죄가 들끓는 열악한 지역에서 살았다. 그의 어머니는 미장원 등에서 일을 했고 아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16세가 되자 오스월드는 공군의 청년조직인 민간항공순찰대(Civil Air Patrol)에 들어갔고 17세가 되던 1956년에 해병대에 입대했다. 오스월드는 다섯 살 위인 형 로버트가 해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것을 우러러 보았을 뿐만 아니라 지겨운 어머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한 것이다.
해병대 훈련 중 그는 사격에 자질을 보여서 두 번째 등급의 사수(shooter)로 인정을 받았다. 오스월드는 레이더 병(兵)을 지원해서 일본의 미군 첩보비행 기지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그는 규칙을 어기고 상관과 다투어서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등 문제가 많아서 1959년 9월에 전역을 했다. 해병대에서 오스월드는 러시아어를 혼자 공부했고 동료들에게 마르크스주의가 좋다고 말했으나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해병대에서 전역한 후 오스월드는 여권을 발급받았고 소련으로 갈 준비를 했다. 1959년 10월, 오스월드는 뉴올리언스에서 선편으로 출국해서 프랑스 르아브르에 도착했고, 영국을 거쳐 항공편으로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해서 소련 대사관에서 방문 비자를 얻어 기차 편으로 모스코바에 도착했다. 최소한 1,000달러가 들었을 이 여비는 오스월드가 해병대 근무 중 받은 봉급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여서 그 출처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오스월드는 관광에는 관심이 없었고, 소련으로 망명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오스월드를 인터뷰한 KGB 담당자는 그의 망명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실망한 오스월드는 호텔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KGB는 다시 한번 오스월드가 이용가치가 있는지 검토했으나 그런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때 소련 정치국 고위간부가 오스월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10월 31일, 오스월드는 모스코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나타나서 미국 시민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해병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었다고 말했다. 대사관은 이를 국무부에 보고했고 자연히 FBI와 CIA에 통보됐다. 이로 인해 미 해병대는 암호 체계를 변경했다. 오스월드는 모스코바에 살기를 원했지만 KGB는 그를 민스크로 보냈다. KGB는 작은 아파트를 배정하고 전자제품 공장에서 조립 일을 하도록 했다. 오스월드는 자신이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오스월드는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민스크의 대학생들과도 어울렸다.
오스월드는 댄스 파티에서 매력적인 마리나(Marina Prusakova 1941~)를 만나서 결혼했다. 마리나는 딸을 출산했으나 오스월드는 이미 소련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소련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아서 출국허가를 받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62년 6월, 오스월드는 형 로버트가 살고 있는 텍사스 포트워스에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도착했다. 오스월드는 미국 국적을 실제로 포기하지는 않아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스월드는 소련에 2년 반 동안 머물렀다.
오스월드는 자기 존재를 항상 과대평가했다. 오스월드는 소련으로 망명하려고 할 때 소련 당국이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실망했고 미국에 돌아오면 자신의 귀국이 언론에 날 줄 알았으나 공항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실망했다. 그러나, 소련의 KGB와 미국의 FBI와 CIA는 각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 뒤늦게 알려진 바에 의하면 KGB는 오스월드를 은익 첩보원(Sleeping cell)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오스월드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포기했다. KGB는 오스월드의 아파트에 도청장치를 설치해서 오스월드와 마리나가 하는 대화를 엿들었으며, 그가 스파이 감이 못된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오스월드가 모스코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나타났을 때부터 FBI와 CIA 방첩단은 오스월드 파일을 만들어서 미국에 있는 오스월드의 친척도 감시했다. 오스월드가 포트워스에 도착하자 FBI 요원들이 나타나서 장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오스월드는 공격적으로 대해서 심도있는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그 후에도 FBI는 그를 스파이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인물로 감시했다. CIA가 별도로 오스월드를 인터뷰해서 소련에서의 행적을 조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 CIA는 공식적으로 그런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CIA 방첩단이 오스월드를 어떻게 감시했는지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오스월드의 귀국은 FBI의 에드가 후버 국장과 CIA의 제임스 앵글턴 방첩단장에게까지 보고됐을 것이다. 케네디 암살범이 오스월드로 알려지자 FBI와 CIA가 놀라서 즉각적으로 내부 조사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FBI와 CIA는 그들이 오스월드를 놓쳐버린데 대해 놀랐던 것이다.
사진 (1) 해병대 시절 오스월드.
사진 (2) 마리나와 어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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