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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케네디 암살의 배후
작성일 : 2023-07-01 09:45조회 : 1,566
케네디 암살의 배후
케네디 암살을 조사한 워렌위원회는 케네디를 죽인 오스월드, 그리고 오스월드를 죽인 재크 루비가 모두 단독범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이상한 놈’(nut) 두 명이 단독으로 일으킨 사건이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우연의 계속’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한 면이 많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음모설이 60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 거대한 음모가 케네디를 죽였다는 음모설은 대체로 세 가지이다.
첫째는 CIA-FBI-군-군수산업 등 ‘보이지 않는 정부’에 의해 케네디가 희생됐다는 이론이다. 올리버 스톤이 만든 영화 <JFK>가 그러하고, 케네디 형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쓴 <JFK and the Unspeakable>(James Douglas, 2008)과 <Brothers>(David Talbot, 2007)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단지 케네디 형제를 그리워하는 감정의 표현일 뿐이다.
둘째는 케네디가 소련과 쿠바에 의해 희생됐다는 주장인데,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케네디 형제가 CIA에 지시해서 카스트로를 제거하라고 명령한 것은 사실이고 CIA는 이 작전을 마피아에게 하청을 주었고 열 몇 차례에 걸친 시도가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카스트로가 케네디 암살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케네디 형제를 우상화하는 사람들 또는 평화를 사랑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케네디 형제가 남베트남의 디엠 대통령 제거를 승인했고 카스트로 암살을 지시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한다. 올리버 스톤도 마찬가지다.
셋째는 케네디는 마피아에 의해 희생됐다는 주장이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이론이다. 1978~79년간 활동한 하원 암살조사특별위원회도 마피아에 의한 암살의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관련자들이 의문사를 한 후라서 더 이상 밝힐 수가 없었다. 오스월드가 뉴올리언스에 왔을 때 그를 도와 준 가이 배니스터와 데이비드 페리, 루비의 배후를 추적한 도로시 킬겔런은 일찍이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1976년 6월에는 상원 청문회 출두 명령을 받은 시카고 마피아 보스 샘 지앙카나가 피살됐고, 그해 8월에는 LA와 라스베이거스 마피아 보스 존 로셀리가 토막 시체로 발견됐다. 두 사람은 카스트로 암살 시도와 케네디 암살에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 많았다. 하원 암살조사위원회의 법률고문을 지낸 로버트 블래이키 교수는 뉴올리언스와 댈러스를 장악하고 있는 칼로스 마르셀로(Carlos Marcello 1910~1993)를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 같은 음모설을 반박하는 사람들은 오스월드가 케네디를 암살하게 된 계기는 부인 마리나와 가까운 루스 페인이 오스월드를 교과서 보관소에 취직을 시켜 준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루스 페인이 CIA나 마피아와 연결됐다는 증거가 없음을 내세운다. (루스 페인은 아직도 생존해 있다.) 또한 루비가 오스월드를 저격한 11월 24일의 행적은 계획적이었다고 보기가 어려움을 내세운다.
여기에 대해서 마르셀로가 배후라고 보는 사람들은 오스월드의 뉴올리언스와 멕시코시티 방문이 마르셀로에 의해 기획됐으며, 마르셀로는 제2의 저격수를 준비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오스월드의 이모와 이모부가 뉴올리언스에 살았고 그 이모부가 마르셀로가 하는 사업체에서 일을 했으며, 그렇게 해서 마르셀로와 가까운 데이비드 페리는 오스월드가 친(親)쿠바활동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페리는 영화 <JFK>에 나오는 짐 개리슨 검사의 수사대상에 오르자 의문사하고 만다.) 또한 11월 22일 당일 총소리가 두 방향에서 났다고 증언한 사람이 많았듯이 마르셀로는 제2의 저격수를 배치했다고 본다.
마르셀로는 케네디를 저격한 오스월드를 즉시 제거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은 오스월드를 체포하려는 순간에 경찰이 오스월드를 사살하는 것이다. 그런데 티핏이라는 경찰관이 엉뚱하게 오스월드를 검문하려다가 오스월드에 의해 피살돼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오스월드가 댈러스 경찰에 의해 체포되자 오스월드를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이 급하게 필요했고, 마르셀로는 루비에게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루비가 운영하는 클럽 같은 여자들이 쇼를 하는 곳은 마피아가 아니면 운영을 할 수가 없다. 루비의 클럽도 실제 소유주는 마르셀로였다.
루비가 댈러스 경찰국 건물에 뒤늦게 들어가서 오스월드를 사살하게 된 것도 댈러스 경찰국 내부에 마르셀로 동조자가 있었다면 가능한 일이다. 마피아는 그들의 영역에 나이트클럽을 운영해서 그 지역 경찰과 친하게 지내는데, 댈러스에선 루비가 그런 역할을 했다. 루비는 재판정에서 자기와 잘 아는 경찰관들이 자기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오스월드와 마찬가지로 결국 희생양(patsy)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루비는 예상 밖으로 사형선고가 빨리 나오자 심각한 공포감에 휩싸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댈러스 경찰국은 대통령을 죽인 범인인 오스월드를 거의 48시간이나 구금하고도 그를 심문한 내용을 녹음기에 담지 않았다. 루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대통령 암살이 연방범죄가 아니라서 오스월드에 대한 관할권은 FBI가 아니라 댈러스 경찰에 있었다. 마르셀로는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의 정치인, 경찰, 검사, 그리고 판사까지 광범위하게 손을 뻗치고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마피아를 척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망한다고 생각했다. 법무장관이 되자마자 로버트는 미국 시민이 아닌 마르셀로를 과테말라로 추방하고 지미 호파를 수사하는 등 조직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로버트는 법무부에 명문대 로스쿨을 나온 젊은 법률가들을 신규로 많이 채용했다. 좋은 집안 출신으로 좋은 로스쿨을 나온 젊은 변호사들은 마피아의 회유와 뇌물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는 자기의 아버지가 마피아와 관련이 있으며, 대통령인 형도 여자 관계를 통해 마피아와 연관이 되어 있고, 영화배우인 매부 피터 로퍼드가 연예계를 통해 마피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번민하게 된다. 더구나 그는 형과 함께 피그스 만 침공 실패를 설욕하기 위해 CIA에게 카스트로를 암살하라고 명령했다. 2차 대전 중 시칠리 상륙작전 때부터, 그리고 전후(戰後)의 이태리 정국을 운영하면서 마피아와 연결을 가져온 CIA는 마피아와 함께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로버트는 법무부의 젊은 검사들을 동원해서 마피아를 척결하려 했다. 이런 ‘거대한 모순’이 케네디 형제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사진 : 1963년 7월, 뉴올리언스 연방법원에 출두하는 마르셀로 (가운데). 왼쪽이 존 워서맨 변호사. 존 워서맨은 미국 이민국(INS) 고위관리를 지낸 저명한 이민법 변호사이다. 마르셀로는 튜니시아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부모가 뉴올리언스에 와서 시민권을 얻는 과정에서 무슨 이유인지 아들의 국적을 미국으로 하지 못했다. 따라서 마르셀로는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계속 살았고, 이민법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임시 체류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죽을 때까지 미국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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