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심에 감사드리며 (게시판에서)

작성일 : 2008-06-15 00:14조회 : 2,183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91번 글을 쓰신 분께 대한 답변을 겸해서 간단히 적습니다.

한국에서 보수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느냐 ?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정권이 보다 정통성이 있다든가, 시회적 균등주의가 좋다든가 하는 주장은 결코 받아 드릴 수 없는 것이지요.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킨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수주의의 속성으로 개혁 보다는 점진적 진화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대처식 보수주의 개혁이란 사회주의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개혁을 바로 잡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제가 추가하고 싶은 것은 골드워터-레이건 식의 보수주의입니다. 흔히 골드워터-레이건 식의 보수주의는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강경책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골드워터-레이건의 보수주의는 도덕성과 보통사람에 기반을 둔 보수주의라는 사실입니다.

그 전까지 공화당 보수파를 지지하는 층은 월가의 금융인과 대기업자 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표라는 것은 제한되어 있지요. 1964년 골드워터는 엘리트가 지배하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햇습니다. 전혀 새로운 공화당원이지요 . 1980년 레이건은 중앙정부가 부당하게 갖고 있는 권한을 도로 가져 오겠으며, 세금을 내려서 국민이 스스로 자기 일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가정 교회 같은 전통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골드워터는 낙선했지만, 레이건은 당선되어 보수 혁명을 일으켰지요. 레이건의 정책은 부작용도 가져 왔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도덕 가정 교회 지역 공동체 같은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덕목입니다. 이런 주장이 중산층, 자영업자, 농업경영인을 파고 들어 갔습니다. 이 같은 보수의 입장에서는 도덕과 신앙, 국가에 대한 헌신 같은 덕목이 중요합니다. 노조원이 아닌 근로층과 자영업자 농장경영인들이 골드워터와 레이건을 지지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동부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도덕성과 대중성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통성 수호 등등 하는 것은 나중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여기에서 기준미달인 것이지요.

사실 진보세력이라고 도덕성에서 특별히 우수한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보세력은 대중성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지요. 대중성에서 한계가 있으면 도덕성에서라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지요 .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일당은 이 두가지 면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개혁을 하니 운하를 파니 그러니, 결과는 보나마나 뻔한 것이지요.

흔히 보수에게 대해 헌신을 하라고 합니다. ('노블리즈 오블리쥬'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은 사회지도층이나 재산가에게 대해 기대하는 것이지 보수에 대하여 특별히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산층 보수에게 무슨 특별한 오블리쥬가 있습니까.
미국도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대학에 가면 졸업생 전사자를 기리는 기념물이 있지만, 전사자 숫자로 보면 고등학교도 못나온 시골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미국도 법절차를 이용한 병역기피가 많습니다. 병역기피는 대개 부잣집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그렇고, 지금 딕 체니 부통령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체니 부통령은 군에 안 갔다고 왔으면서 강경론자이니까 특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층에 유독 병역기피자가 많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교수 사회도, 군대 갔다온 교수들이 보수 성향이 큽니다. 김대중 노무현 진보 정권 때도 여당에 병역 미필자가 많았습니다. 다만 보수 쪽에서는 대북 강경론을 펴면서 자신은 정작 병역 미필이니까 문제가 더 큰 것이지요. 이명박 정권 통일부 장관 첫 지명자였던 남 아무개 교수가 대북 강경론자인데 정작 자기는 군대를 안갔고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서 문제가 됐지요.. (이런 것도 챙기지 않은 대통령이 민심을 모르는 것이지요. 이것만 봐도 어떻게 대통령 됐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가 재산가인 것도 그와 비슷한 면이 있지요.

결론적으로, 보수가 아무리 좋은 이념과 정책을 갖고 있더라도 도덕성과 대중성(대중과 호흡하는 능력)이 없으면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이지요...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확신했고, 또 그것이 한국 보수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100일 만에,그리고 황당하게 쇠고기 때문에 망가질 줄은 정말 정말 몰랐어요.. 이리 저리 헤매다가 대운하를 계기로 화끈하게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 배리 골드워터와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Book World 41번을 참조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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