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LEESANG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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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도사업 민영화
작성일 : 2008-06-18 00:38조회 : 4,649
최근 이명박 정권의 수도사업 민영화 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또 ‘수돗물 괴담’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모든 물을 생수 가격으로 환산하면 14만원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어떤 사람이 ‘장난기’로 그런 계산을 했고, 그것을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 내세우지 않았나 합니다. ‘괴담’ 보다는 ‘유머’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합니다.
수도사업 민영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1990년에 민영화를 한 영국과 칠레는 10년 이상의 준비를 거쳐 민영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밀튼 프리드먼 같은 시장주의자는 수도사업을 공공분야가 전담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수도사업도 제도인지라 각국의 전통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국과 칠레가 민영화를 하게 된 것은 독특한 시대적 배경이 잇습니다. 대처 총리가 취임한 1978년 영국은 완전한 파산 상태였습니다. 수도 등 사회 인프라가 쇠락해 있었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반면 환경의식이 높아 져서 수도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대처 총리는 하이예크의 권고를 받아 드려 수도 등 공공 유틸리티를 민영화했습니다.
칠레는 피노체트의 군부 정권하에서 세계은행의 주도하에 수도사업의 민영화가 이루어 졌습니다. 피노체트가 정권을 잡은 것이 1973년이며 새로운 수법을 제정한 것이 1980년이고, 수도사업 민영화 조치가 이루어 진 것이 1990년입니다. 공교롭게 1990년 피노체트는 퇴임했습니다. 칠레의 수도 민영화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칠레는 수도 등 인프라를 개선할 재정적 여유가 없었는데, 민영화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칠레는 법치주의 전통이 강하고 시민운동이 없어서 민영화 가 쉽게 이루어 진 것 같습니다. 그런 칠레에서도 수도 민영화가 이루어지는데 10년 이상의 준비기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또 빈곤한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물값을 보조해 주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칠레 외에 수도 민영화가 성공한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멕시코의 몇몇 지방정부 정도가 있습니다. 남아 공화국, 브라질 등등 많은 나라에선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수도 서비스가 개선된다고 해도 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고 있다는 수도사업 민영화는 약간 이상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수도사업의 위탁운영이라는, 넓은 의미의 민영화가 몇몇 지자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세한 기초 자치단체는 수도사업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런 위탁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김대중 정권 말기에 도입된 이 정책의 효과는 고무적입니다.
만일에 수도사업을 민영화하겠다면 희망하는 지자체의 수도사업을 민영화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어느 시가 수돗물 만들고 하수처리 하는 것을 민간기업에 위탁을 주거나 장기 양허하기로 한다면, 그것이 바로 민영화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구상하는 민영화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수도사업부, 그러니까 지자체와 위탁경영을 하는 부서를 민영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황당한 구상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도시의 수도사업을 민영화하면 민간수도회사가 그 도시의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보수하고 또 운영해야 합니다. 수도요금은 정부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요금을 올려 받을 수도 없습니다. 잘못하면 적자가 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웬만한 회사는 위탁운영을 맞기도 꺼려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사이고, 댐 사업이라는 주된 사업이 있어 물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 물값을 올리지 않고 위탁운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수자원공사의 수도사업 부분을 민영화하는 것은 수도사업을 경쟁을 통해 활성화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국민 재산인 공사의 한 부분을 민간에 팔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도 한 적이 없으니, 저의(底意)가 수상합니다. 영국과 칠레에선 민영화 조치에 10년 이상 세월이 걸렸습니다. (하기야 대운하를 5년 내에 건설하겠다는 대통령이면 수도사업 민영화는 5일이면 할 수 있겠지요.)
얼마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 현대건설사장을 지낸 사람을 내정했다는 대목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수자원공사는 땅 파는 토목회사가 아닙니다. 이미 댐은 세울 만큼 세웠습니다. 수자원공사는 물 회사이고, 따라서 물 전문가가 경영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장을 지낸 사람은 모두 물 전문가였습니다. (나는 노무현 정권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지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명박 대통령은 수자원공사와 좋지 않은 과거가 있습니다. 청계천 물값, 취수장 이전으로 인한 물값 문제로 수자원공사와 대립했거든요.
아래는 제 책 ‘비판적 환경주의자’에 실려 있는 ‘수도사업 민영화’라는 글입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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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업 민영화
(첨단환경 2005년 5월호)
[비판적 환경주의자 279-286]
1. ‘수입 수돗물 시대’ ?
2005년 3월28일자 주간조선은 ‘물의 날’을 기념해서 ‘수입 수돗물 시대 : 10조원 한국시장을 잡아라’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상하수도 사업이 민영화되는 추세이고 시장개방이 불가피해서 외국의 물 회사가 우리나라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였는데,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물 산업의 민영화 추세는 아르헨티나, 필리핀, 칠레 등 개도국은 물론 프랑스, 미국, 독일까지 확산되고 있다. - - - 물 산업 민영화는 베올리아, 수에즈 등 글로벌 물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베올리아와 수에즈가 이미 합작투자 형태로 인천시, 경기도 양주군 등의 하수 처리와 하이닉스의 폐수처리에 참여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프랑스도 수도사업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150% 상승했고, 잉글랜드에서는 106%나 올랐다”면서 그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 값이 오른다고 해서 한국만 외국계 기업에 문을 꽁꽁 걸어 잠글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오류가 너무 많다.
2. ‘공공 유틸리티’
물, 전기, 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을 ‘공공 유틸리티’(public utilities)라고 부르는데, 주로 정부와 공기업 같은 공적 섹터(public sector)가 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를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기업이 물과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법은 없다. 미국의 경우 사기업이 전기를 생산해서 지방자치단체에 판매한다. 전기사업자는 자연적 독점을 누리게 됨으로 정부는 규제를 통해 요금을 통제한다.
사기업이 전기, 철도, 전화, 전신사업을 해 온 미국도 어찌된 일인지 수도사업만은 지방정부가 직접 관장해 왔다. 하지만 후버 댐, 보너빌 댐, 그랜드 쿨리 댐 등 대형 댐과 미국 서남부를 거미줄처럼 이어 놓은 도수로(導水路)도 연방정부 소유인 것을 생각하면, 미국에서 지방정부가 수도사업을 직접 관장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분야에 비해 수도사업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최근에는 수도사업을 민영화하는 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3. 프랑스의 경우
주간조선 기사는 1990년대 초부터 물 산업의 민영화가 프랑스, 독일 등으로 퍼져가고 있다고 썼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을 말할 것 같으면 수도사업 민영화의 원조(元祖)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 민간기업이 수도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 시절이니까 말이다. 프랑스에서 민간회사가 수도사업에 참여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프랑스에는 기초자치단체인 꼬뮨(commune)이 무려 36,000개나 있는데, 이들 꼬뮨이 물을 공급하고 상하수도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 36,000개의 꼬뮨 중 과반수는 인구가 2,000명이 채 안 된다. 작은 꼬뮨은 독자적으로 물을 공급하고 하수를 처리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몇 개의 꼬뮨이 연합해서 상하수도 시스템을 운영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프랑스에 15,200개의 상수도 공급 시스템과 11,200개의 하수도 시스템이 존재하게 되었다.
각 꼬뮨은 수도사업을 직접 할 수도 있고 외부에 위탁할 수도 있다. 나폴레옹 3세 시절인 19세기 중반부터 물 공급을 사기업에 위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영국, 미국 등과 달리 프랑스에선 사기업이 수도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프랑스에선 전기, 통신, 자동차, 항공 등이 국영기업의 영역인 것을 생각하면 물 사업이 오래 전에 민영화됐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과는 사정이 정반대인 것이 다.
현재 프랑스에선 전체 인구의 약 80%가 물 공급을 사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한다. 프랑스에서의 수도사업 민영화는 양허(讓許)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관로(管路) 등 인프라를 소유하고 있고, 운영을 사기업에 위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사기업에 운영을 위탁한 후 수도사업에서 손을 떼고, 사업자를 감독하는 규제자로 변신했다. 물 회사들은 취수부담금과 하수부과금을 6대 유역별로 설치된 유역관리청에 지불한다. 유역관리청은 이 돈으로 저수지, 관로, 하수처리장 등을 건설하고 유지한다. 중앙정부와 도(道)가 대형시설 건설에 예산을 추가로 지원한다. 물 회사는 운영비용만 부담하는 것이다.
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민영화가 좋은 서비스를 가져온다면 프랑스의 물 서비스는 매우 좋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테리아에 오염된 수돗물이 공급되는 사례마저 발생했다. 하수처리율도 80% 수준에 머물러 OECD 국가 중에서 낙후된 편이다. 베올리아, 수에즈, SAUR 등 거대한 3대 물 회사가 국내시장에서 담합을 하고 있어 수도사업에 경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방정부가 직접 상하수도를 운영하는 도시가 물 값도 저렴하고 서비스의 질도 낫다고 결론 내렸다.
4. 프랑스의 물 회사
오늘날 프랑스에는 거대한 물 회사 두개와 대형 물 회사 하나가 있는데, 수에즈(SUEZ)와 베올리아(Veolia), 그리고 SAUR이 그것이다. 프랑스의 국내 물 시장은 베올리아가 50%, 수에즈가 25%, SAUR이 10%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지방정부가 점유하고 있다. 베올리아는 얼마 전까지 회사명이 비방디(Vivendi)였고, 수에즈 역시 얼마 전까지 회사 이름이 수에즈-리오네즈(Suez Lyonnais de Eaux)였었다. 매출로 볼 때는 베올리아가 세계 최대의 물 회사이지만 물을 공급받는 사람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수에즈가 1억 1,100만 명에 물을 공급해서 베올리아를 앞지르고 있다.
비방디는 1853년에 CGE(Compagnie Generale de Eaux)로 출범해서 파리, 리옹 뿐 아니라 베네치아, 콘스탄티노풀 등 유럽 각지에 수도를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모기업인 비방디 유니버설(Vivendi Universal)은 1990년대에 유니버살 스터디어, MCA 레코드, 시그람 등 많은 기업을 합병하거나 매수했는데, 이런 무리한 팽창으로 인하여 2002년에는 그룹 전체가 파산할 위기를 맞았다. 비방디 유니버살은 물과 환경사업을 하는 비방디 엔바이론망(Vivendi Environment)을 매각하기로 했다.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EDF) 등이 콘소르티움을 결성해서 비방디 소유지분을 인수한 후 회사 이름을 베올리아(Veolia)로 바꾸었는데, 아직도 비방디 유니버살은 주식의 5%를 갖고 있다. 베올리아는 북미 베올리아 워터(Veolia Water North America)를 통해 북미에 진출해 있다. 베올리아는 남미와 아프리카 각지에도 진출했는데, 증권거래법 위반과 정경유착(政經癒着) 등으로 많은 물의를 빚었다.
수에즈(SUEZ)의 역사는 복잡하다. 1858년에 수에즈 운하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하여 세워진 수에즈 운하회사(Compagnia Universelle du Canal Maritime de Suez)는 1956년에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함에 따라 1958년에 수에즈 금융회사(Compagnies Financiere de Suez)로 탈바꿈했다. 1880년에 세워진 리오네즈 물․전기회사(Societe Lyonnaise des Eaux et de l'Eclaiage)는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갔으나 2차 대전 후 프랑스 정부가 가스와 전기 사업을 국유화하자 리오네즈 물회사(Societe Lyonnaise des Eaux)가 됐다. 1967년에 수에즈 금융회사는 리오네즈 물회사에 지분참여를 했고, 1974년에는 지배주주가 되었다. 1982년에 수에즈 금융회사는 1990년에는 수에즈 회사(Compagnie de Suez)로 이름을 바꾸었다. 1997년에 수에즈 회사와 리오네즈 물 회사는 합병해서 수에즈 리오네즈 물 회사(Suez Lyonnaise des Eaux)가 되었고, 2001년에는 수에즈(SUEZ)로 개칭했다.
수에즈는 일찍이 프랑스 밖의 물 시장에 눈을 돌려 오늘날 세계 130여 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워터(United Water)는 수에즈가 전액 투자한 자회사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물 회사이다. 그러나 수에즈는 현재 부채가 290억 달러에 이르고 2002년 한 해 동안에도 950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는 등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 수에즈는 해외의 상하수도 분야에 무리하게 확장을 시도해서 크고 작은 마찰을 많이 일으켰다.
SAUR(Societe d'Amenagement Urbain et Rural)은 1933년에 세워진 식수 공급 및 하수처리 전문회사이다. 1980년대까지 100만 가구 이상에게 물을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했으며, 외국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SAUR의 재정 상황도 좋지 않은데, 그것은 아프리카에 진출한 후 현지에서의 저항, 비용과다 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5. 영국의 민영화 조치
1989년에 영국 정부는 상하수도 사업을 민영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상하수도 사업을 민영화하는 경우에도 정부는 상하수도 인프라는 그대로 소유하고 단지 그 운영만을 민간기업에 위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상하수도 사업을 인프라와 함께 전부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조치로 인해서 오늘날 영국에는 10개의 물 회사가 상하수도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고, 18개의 소규모 회사가 상수도 사업에 진출해 있다. 이들은 모두 자연적 독점을 향유하고 있으나 정부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영국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경제적인 것이다. 1986년에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이 정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향후 10년 간 240억 파운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았으나 정부 재정으로서는 이런 막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고 보았다. 민영화 조치 이후 10년 간 물 회사들은 연간 평균 30억 파운드를 투자해서 투자 측면에서는 정부의 예측을 넘어 버렸다.
상하수도 인프라에 막대한 민간투자가 이루어짐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상하수도 서비스가 부쩍 좋아 진 것이다. 가뭄이 들어도 제한급수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도 않았으며, 비가 많이 와도 하수가 역류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다. 민영화 조치 후 5년이 지나서 수도 사업자의 법규 준수율(遵守率)은 96%나 되었는데, 그것은 과거의 87%에 비해 많이 향상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수도사업의 민영화는 환경단체의 반대에 봉착하는데, 영국에선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영국 사람들은 상하수도 사업을 정부가 관장하면 법 집행이 느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부가 한 손으로는 사업을 하고 또 다른 손으로 규제를 하면 엄격한 규제는 불가능한 것이다. 민영화 후 영국에선 수도사업자를 법규 위반으로 소추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영국의 상수도 사업에서 큰 문제점은 높은 누수율이었다. 민영화 전에는 누수율이 30%가 넘었다. 민영화 후에도 낡은 관로를 그대로 인수한 물 회사들은 높은 누수율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큰 물 회사들은 몇 년 만에 누수율을 10% 이상 저감시키는데 성공했다. 민영화 10년 후 상하수도 요금은 전보다 두 배가 되었지만, 그런 현상은 전유럽에서 공통된 것이다. 민영화를 하지 않은 스코틀랜드에서는 수도요금이 그보다 더 많이 올랐으니, 민영화를 요금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프랑스에 비해서 영국의 민영화는 성공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것은 프랑스와 달리 영국 정부는 민영화 후에 보조금을 지불하지 않았으며 또한 정치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 ‘만병통치(萬病通治)’도 아니고, ‘금기(禁忌)’도 아니다
프랑스에서의 수도사업 민영화는 분명히 성공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수에즈와 베올리아라는 거대한 물 회사가 생겨났고, 오늘날 프랑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서비스 협상에서 각 국에 대해 물 시장을 열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한편 영국에서의 민영화에 고무된 세계은행은 많은 개도국에 수도사업 민영화를 강요했다.
그러나 민영화가 제대로 성공한 경우는 칠레가 거의 유일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페루, 볼리비아 등지에서 민영화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수도사업 민영화가 조용히 추진되고 있던 미국에선 최근에 애틀랜타와 뉴올리언스가 민영화를 취소해 버렸다. 수도사업 민영화는 ‘만병통치’도 아니고 ‘금기’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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