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대집 님의 글을 읽고(게시판에서)

작성일 : 2008-06-26 09:18조회 : 2,192

(*다음은 자신을 평범한 아줌마라고 소개하신 분이 게시판에 올리신 글입니다. 법질서에 관한 보통사람들의 '감정'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이곳에 옮겼습니다. 앞에 걸리는 글이라서, 대통령에 관한 표현을 약간 손을 보았습니다. 필자께서는 그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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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님의 글을 읽고

39세 아줌마 2008-06-26

법과 질서를 준수해야한다는 최대집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법도 잘 모릅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독수리타자로 글을 쓰는 39세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대학은 나왔지만 먹고살기 바빠 노무현 정권땐 신문하나 안보던 아줌마지만, 최근 두달째 8시뉴스 9시뉴스 방송3사 토론, 시사프로그램을 꼬박 찾아보고, 매일 인터넷으로 조중동과 경향, 한겨레, 오마이, 프레시안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고라도 자주 들립니다. 너무 흥분되어 있고 유치하거나 성급하게 이리저리 쏠리는 면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소식이 올라오거든요.

이상돈 교수님의 글도 이런 글과 기사들 중에서 보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보수논객의 쉽지않은 내부(?)비판도 너무나 신선했고 무엇보다 여기 게시판의 젊은 사람들의 진지한 고민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치닫는 비합리적인 세계에서 보수건 진보건 자기 나름의 인문주의적 이상을 포기하지않은 존재들이란 발견 자체 만으로도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흘러 죄송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우선 최대집님의 법질서 준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존중하고 싶습니다. 저도 전경차 파손이나 쇠파이프 등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이고, 그 부분에 대한 엄단이라면 동의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부가 집시법 위반으로 불법으로 단정내린 한 달여간의 촛불집회와 촛불집회가 확대됨에 따라, 도로점거 상황이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등의 문제는 그것이 불법이라는 객관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법감정'을 갖게 합니다.

솔직히 저는 게을러서 그런지, 차가 없는 도로에서도 신호등은 지키고 건너는 타입의 소시민입니다. 이번 촛불집회도 마음은 가고싶지만 솔직히 한 번도 못나갔습니다. 아프리카나 오마이를 통해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것으로 간접참여하는 정도이지요. 단순히 그런 동질감의 발로인걸까요?

저는 이번 쇠고기 문제를 접하면서 한낱 먹거리 선택의 문제가 얼마나 정치적인 행위인지, 부끄럽지만 제가 스스로 포기했던 투표권의 댓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또 투표권 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특히 언론-가 얼마나 대책없이 막혀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물론 선거기간은 끝났습니다., 모두 후회해도 늦었다고 말하지만, 지금 일어나고있는 저와 아이들의 미래가 직접 달려있는 일들에 저도 제 의견을 반영하고싶었습니다. 언론이나 방송이 내가 말하고싶은 것을 말해줬으면 좋겠고, 국회의원이 들어줬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듣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한달동안 촛불을 들고 있어봐야 콧방귀도 안뀌었습니다. 이제서야 노동자가 왜 '불법'이라는 파업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농민들이 거리로 나와 쌀을 쏟고 스스로 생산한 자식같은 농산물들을 불태우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 경제성장 하나를 내걸고 대통령이 되신 분은, 전면 개각이라는 바람몰이 속에서도 땅투기와 농지법위반, 귀신도 모른다는 증여세 탈루의혹 등으로 점철된 가장 핵심적인 인사파행을 아직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쇠파이프(저도 사실 프락치가 아닐까 의심했었습니다. 비폭력 견지가 얼마나 대세였는데 저도 너무 놀랐으니까요)가 등장한 후로 반대논리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 전에 이미 군화발에 짓밟히고 곤봉으로 뒷머리를 얻어맞고 수직에 가깝게 쏘아대는 물대포에 고막을 다친 사람들의 모습이 준 충격과 공포,그리고 가스통과 간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방송국에 들이닥치고 각목과 각종 장비들이 가득찬 트럭이 등장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우리나라 경찰 - - -.

저같은 시민들을 친북((도대체 이게 어느 대목에서 등장하는건지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책위 포함된 분이라는데 저는 그런 분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다함께'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분들의 생각이나 방향이 조금이라도 벗어난다면 나가라고 할 것이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저와 같을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들이래봐야 박상표, 송기호,우석균 님처럼 논의의 근거를 제시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지식인으로서의 대책위 분들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사상검증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참여하겠다는 걸 말릴 자격은 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한나라당이나 박사모라도 말이죠.)에다 좌파(저는 제가 주장하는 것이 아직도 좌파의 것이라는 주장이 억지라고 생각합니다)로 몰아붙이며, 말을 바꾸고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빠뜨리고, 왜곡하여 보도하는 우리나라 대표(?)언론 조중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성특검으로 떡검의 명예(?)를 얻고 공판과정에선 최소한의 논지도 전개하지 못해 아마추어 소리를 듣는데, 진짜 아마추어 시민들의 압박에서 조중동을 비호하기위해서는 법의 이름을 들고 손발벗고 나서는 검찰. 이게 대통령, 경찰, 검찰, 보수언론이 지배하고 휘두르는 '법질서'에 대해 느끼는 저의 '법감정'의 근거들입니다.

나경원의원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법질서라는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그 맥락은 분명 저와 다를거라고 확신합니다만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신뢰'가 무너진 '법질서' --그 어디서 국민의 '법질서 존중'의 희망을 찾으란 말입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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