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앤 코울터의 '중상모략'을 읽고

작성일 : 2008-08-08 07:58조회 : 2,257

(게시판에 올리신 글을 보다 많은 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앞으로 옮겼습니다. 이상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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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번역서- <중상모략>을 읽고

^^* 2008-08-08

작년에 발행된 책이지만,
올해 번역되어 출간된 "반역"을 읽기 전에 읽는 것이 흐름상 좋을 것 같아서
뒤늦게 읽고 몇자 적어보려고 들렸습니다.

이 곳에서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교수님께서 쓰신 책들도 모두 읽고 싶은 마음에
올 여름은 교수님의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처음 중상모략을 읽을 때는 책에 쉽게 몰입되지 않았습니다.
초반부에서 느낀 점은 제가 신문의 국제면을 너무 소흘히 했다는 반성이었습니다.
미국사회를 얼마나 관심있게 지켜보았는가가 이 책에서 얼마만큼을 얻어갈 수 있는가를
좌우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필리스 슐라플라이"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부터 이 책은
미국사회에 문외한인 제게도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 현 대통령인 부시와 고어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더 쉽게 잘 읽혔습니다.
아마도 제가 대학생이 되면서 부시와 고어의 대선관련 기사도 많이 접했기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부시대통령에 대해서
철처히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몇년전 H카드사 광고에서 부시를 닮은 배우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추는 장면도
이 책을 읽고서는 우리 미디어도 같은 맥락에서 그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종이신문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더 많이 읽게 되던 시점부터
저는 대부분 부시에 대해서는 그가 한 실수에 대한 기사를 많이 읽었던 것 같고
그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인터넷에서 고어의 기사를 자주 접했는데
그의 환경운동가로서 변신과 성공에 관한 찬양적 기사가 일색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언론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것은 중상모략에 등장하는 미국사회의 문제만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종교적 우파에 대한 글에서는
비단 종교에 한정짓지 않더라고 소위 지켜야할 무엇에 대해
언제부터인가는 그것을 깨부수고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더 멋있게 묘사되는 우리 현재의 모습을 인지하게 해주었습니다.

가령 중앙일보에 진중권교수님께서 쓰신 칼럼(2008.2.11)의 일부에서는
"처녀가 애를 낳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여살릴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의 집회가 일요일마다 곳곳에서 열리지 않는가?"
라고 하셨습니다.
(여담이지만,, 좌파는 조중동을 묶어서 타도의 대상으로 삼지만
중앙일보는 이런 칼럼도 게재해 줍니다. 과연 조중동이 타도의 대상인지 저는 가끔 의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 크리스천은 불쾌함을 느꼈을테고
한 켠으로 어떤이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그를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부끄럽지만 저는 신에 대한 모독 혹은 기도교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말하는 그가 좀 달라보여서 멋있었습니다.
멋있다는 표현이 좀 부적절해보이지만 딱히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가령 진중권교수님의 말중에는 제가 감히 생각도 못했던, 혹은 입밖으로 내놓지 못했던 말이 있습니다.

대학매일이라는 잡지에서 인터뷰 기사를 읽었었는데,,
진교수님은 위인전을 읽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구요.
그 이유는 다 거짓말이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진교수님의 이야기에 거북함을 느끼면서도
뭔가, 청개구리정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좌측통행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진교수님이라면 "왜요? 난 우측으로 가고 싶으니까 우측통행할래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 분의 표현에선 아이러니하게 거북함과 함께 쾌감?이 공존했습니다.

진교수님의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사실 게시판에서 진교수님에 대한 논쟁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서 상당한 지식도 얻었구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진교수님은 미국좌파의 모범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교수님의 행동과 발언은 이 책의 좌파들의 모습과 상당부분이 겹쳐보였거든요.

저는 사실 의도하지 않게 강준만, 유시민, 진중권 교수님의 글을 많이 접했습니다.
그들이 좌파지식인이라고 알고 접했던 것도 아니구요.
고등학교 사회선생님께서 이 분들의 책을 권해주셨어요.
386세대의 가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교육된다는 게시판 어느 글에서의 지적처럼,,
고등학교 386세대 선생님의 영향으로
그 분들의 여러 책들을 탐독하게 되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도서관에서 "인물과 사상"을 열심히 읽는 것이 지성인으로 한걸음 다가간다고 느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제일 기쁩니다.
제가 교수님의 홈페이지를 통해 교수님의 글을 읽고 또 교수님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저는 좌파적 지식인이 전해주는 사실만을 사실로 인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좌파적 미디어로 제 사상이 잠식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중권교수님은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에서
'존재한다고 사실이 아니다. 일어난다고 사건이 아니다. 사실이 존재하려면 보도가 있어야 하고
사건이 일어나려면 카메라에 복제되어야 한다. 미디어로 복제되지 않는 한 사실은 존재할 수 없고,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 사실과 사건을 있게 하는 것은 미디어다.'라고 하셨는데요.

예전에 막연히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메모해두었던 것 뿐이었는데,,
현재 우리는 좌편향의 서적들과 미디어를 통해서만 사실을 인지하고있음을 자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제가 접했던 기사나 읽었던 책들에서 얻었던 지식의 파편들이
하나의 조각으로 마추어지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그랬던 거구나. 그건 이런 의미였구나."하며 매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좌파적 미디어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서
균형감각을 찾게 해준 책이었고, 그것에 대한 목마름을 이 책이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앤 코울터의 "맺는말"은 이 책의 精髓인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20년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는 우파에게서 나왔고 진보주의자들의 혐오스러운 불평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디어들이 세상을 바꿔 놓았다 "는 말은 아직도 여운이 남습니다.

그리고 더욱 감사드리는 부분은 이 책 곳곳에 교수님께서 달아주신 각주들입니다.
미국사회에 문외한인 저에게 필요한 인물들의 저간의 사정을 간결히 알려주셨고
어떤 용어가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을 땐 친절히 그 연유와 함께 그 뜻을 알려주셔서
이 책을 더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교수님께서 앤 코울터의 입을 빌려 전해주려하셨던 의도를
제대로 다 잘 받아들였다고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자주 이곳에 들리면서 더욱 더 배우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지침없이 문화전쟁에 가담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며,,
대신 교수님의 책을 탐독하며 세상의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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