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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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또다시 대운하 ?
작성일 : 2008-08-18 01:29조회 : 2,049
또다시 대운하 ?
이상돈 (2008년 8월 18일)
이재오 전 의원이 대운하 건설을 촉구하는 듯한 메시지를 발표해서 대운하 건설이 다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운하에 대해선 한나라당 경선 시절부터 여러 번 글을 써서 다시 재론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에 있는 글 중에서 두개만 편의상 아래에 전재합니다. 첫 번째 글은 지난 총선 전에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발언한 것을 비판한 것이고, 두 번째 글은 작년 4월 한나라당 경선이 진행되고 있을 시점에 발표한 것입니다.
운하에 관한 글은 여기에 전재한 두 건의 글 외에도 이 사이트에 많이 있습니다. 시사칼럼 71번, 69번, 53번, 45번, 33번, 27번, 그리고 기고문->특별기고 13번, 12번, 11번, 10번, 9번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특별기고 난에 실린 글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기 전에 발표된 것들입니다.
한나라당 경선 중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후보는 모두 운하에 반대했습니다. 열린우리당에선 이해찬 전 총리가 “대운하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그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습니다. 한나라당 당직자 중에선 이한구 정책의장이 기회만 있으면 대운하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했습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수도이전 공약,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그린벨트 해제 공약에 대해서 비판적 사설을 썼던 신문들은 대운하 공약에 대해선 침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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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재오의 "바보짓" ?
이상돈 (2008년 3월 23일)
이재오의 ‘바보짓(Folly)’ ?
한나라당의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에 모든 것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전거 타고 운하 코스라는 부산-서울을 달리기도 했다. 지난 1월 2일에 이 의원은 “대운하 건설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며, 4월 9일 총선 이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박형준 의원도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1월 5일에 이 의원은 문경에서 운하 추진을 강변하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1월 7일에는 “금년 안에 운하 건설 첫 삽을 뜰 수 있다”고 했다. 1월 8일에는 대운하 사업은 이미 “500만 표차의 지지를 받았는데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1월 9일에 이 의원은 동료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요즘 대운하 추진하는 사람들은 ‘또라이’ 비슷해진다. 미친놈 소리를 들어도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도 우리와 똑같았다. 뉴욕주 허드슨 강을 잇는 운하가 한국과 거의 비슷한 530Km인데, 당시 반대도 많았고, 토머스 제퍼슨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지만, 당시 주민들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 운하를 적극 추진해 8년 만에 완성했다”고 말했다.
토머스 제퍼슨과 드위트 클린턴
이재오 의원이 말한 허드슨 강을 잇는 운하는 에리 운하(The Erie Canal)이다. 1817년 당시 뉴욕 주지사이던 드위트 클린턴이 오대호와 허드슨 강을 잇는 운하를 건설하자고 제안하자, 당시 대통령이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를 ‘미친 짓’이라고 불렀다.
클린턴 지사가 공사를 강행하자 많은 사람들은 이를 ‘클린턴의 바보짓’(Clinton's Folly)이라고 불렀다. 8년간의 공사 끝에 1825년에 공사가 완료돼서 지사 임기를 끝낸 클린턴은 개선장군처럼 바지를 타고 운하를 통해 맨해튼에 이르렀다.
에리 운하는 오대호를 통해 중서부를 대서양에 연결시켰다. 이로 인해 중서부의 개발이 촉진되었다. 이를 계기로 뉴욕시가 보스턴과 필라델피아를 젖히고 제1의 항구로 등장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곳곳에 물길을 잇는 운하 건설 붐이 일었다.
그러나 에리 운하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1831-42년 간 에리 운하 전구간에 걸쳐 철도가 건설되었다. 운하와 철도가 경쟁하게 된 것이다. 운하 관리당국은 운하의 시설을 개수해서 철도 시대의 도래에 대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전국을 잇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운하는 이제 철도 뿐 아니라 고속도로와 경쟁하게 된 것이다.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1950년대 들어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1990년 들어서 에리 운하는 전적으로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운영은 뉴욕주 유료도로 위원회를 이관되어서 유료 고속도로에서 벌어들인 돈을 운하 관리에 지원하게 됐다. 2006년 여름 뉴욕 주 상류 지역에서 홍수가 나서 에리 운하는 심각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운하는 ‘역사의 유물(遺物)’
운하는 육상 교통수단이 없었을 때 역할을 하였다. 그런 점에서 드위트 클린턴은 선각자인 셈이다. 그러나 운하는 철도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내리막길을 걸었고, 고속도로의 대두로 종지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21세기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험준한 산맥이 내륙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와 철도가 거미줄처럼 쳐있는 우리나라에서, 또 물동량에 비해 화물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화주와 기사들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우리나라에서, 아닌 밤중의 홍두깨 같이 무슨 운하 타령인가 ? 한반도 대운하야말로, 토머스 제퍼슨의 말대로 ‘미친 짓’이고, ‘이재오의 바보짓’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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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에리 운하 (독립신문 2007년 4월 17일)
이상돈
미시시피 강, 오대호(五大湖) 등 바다처럼 넓은 강과 호수가 많은 미국에는 크고 작은 운하가 많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운하를 하나 뽑으라면 단연 에리 운하(The Erie Canal)이다.
유래
18세기 말 미국 동북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대서양 연안과 북미 대륙 내륙을 잇는 물길을 만들 수만 있다면 중서부(mid-west)의 평원(平原)을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더구나 그때 영국에선 맨체스터 항(港)과 내륙의 탄광지역을 잇는 브리지워터 운하가 완공되어 미국의 기업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몇몇 사람들이 뉴욕주 북부 아디론댁 삼림지역에서 발원해서 뉴욕시를 통해 대서양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을 오대호와 물길로 연결시키면 중서부 곡창지대와 대서양 연안 인구 밀집지역 사이의 물류 이동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드슨 강의 상류 지점인 올바니(Albany)부터 에리 호(Lake Erie) 연안의 버팔로(Buffalo)를 잇는 운하를 건설하면 중서부의 목재, 광물, 및 곡물을 배로 수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올바니에서 버팔로까지 거리는 거의 360마일(약 500 킬로미터)에 달했다. 거리도 거리이지만, 올바니 보다 에리 호(湖)의 수면이 600피트(183미터)이나 높은 것이 큰 문제였다. 당시 기술로는 갑문은 12피트(3.5미터) 높이로 만드는 것이 한계였기 때문에 최소한 50개의 갑문을 세워야만 했다. 360마일이나 되는 운하를 파고 50개나 되는 갑문을 세우는 것은 당시로서는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당시 대통령이던 토머스 제퍼슨은 이 계획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면서 연방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드위트 클린턴 주지사
무모해 보이기만 한 계획은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드위트 클린턴(DeWitt Clinton : 1769-1828년. 상원의원과 뉴욕 시장을 지냈고, 191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으나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한테 패배했고, 1817-1823년 간 뉴욕 주지사를 지냈다.)의 관심을 끌었다. 운하 계획에 매료된 클린턴 지사는 뉴욕주(州) 의회를 설득해서 1817년에 드디어 예산 700만 달러를 얻어냈다. 공사는 곧 시작되었는데, 당시에는 하도 무모해 보여서 사람들은 이를 ‘클린턴의 바보짓(Clinton's Folly)’라고 불렀다.
운하는 폭 12미터 깊이 1.2미터로 건설되었다. 파낸 흙은 주변의 제방 도로를 쌓는데 썼고, 운하의 측면은 돌을 붙였다. 독일로부터 석공 수백 명을 불러 와서 공사를 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 남아서 나중에 뉴욕의 많은 석조(石彫) 건물을 건축하는데 참가했다. 울창한 나무를 제거하고 도랑을 파는 어려운 일을 부지런히 해서 1920년에는 유티카에서 시라큐스에 이르는 중간 부분이 먼저 완공되었다. 로체스터에서 올바니에 이르는 250마일과 챔플레인 호(湖)에서 북으로 운하와 이어지는 부분이 1823년에 준공되었다. 지반이 견고한 석회암으로 되어 있는 서쪽 부분에 도랑을 내고 갑문을 만드는 공사가 특히 힘들었다.
1825년 10월26일, 드디어 운하가 완공되어 드위트 클린턴은 버팔로에서 바지선(船)을 출발타고 9일간 항해를 거쳐 뉴욕 맨해튼에 도착했다. 뉴욕 시민들은 클린턴을 마치 개선장군처럼 환영했다.
중서부 개발을 촉진시키다
에리 운하의 완공은 대단한 영향을 가져왔다. 중서부로 들어가 정착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고, 에리 운하와 허드슨 강을 따라 도시가 들어섰다. 뉴욕 항(港)은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다른 도시를 젖히고 미국 제1의 항구 도시로 부상했다. 에리 운하와 다른 호수를 잇는 운하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등 뉴욕주에 운하 건설 붐이 불었다. 1835년부터는 증가하는 물동량을 수용하기 위해 운하를 확장하는 공사를 했다.
1905년에서 1918년 동안에는 운하를 확장하는 공사가 다시 이루러 졌다. 이 때에는 원래 운하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새 공법을 사용해서 1억 달러 예산을 들여 운하를 새로 건설했다. 이에 따라 원래의 운하는 ‘올드 에리 운하(The Old Erie Canal)’라고 불리게 됐고, 많은 부분은 버려지거나 매립되어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됐다. 1918년에 새로 준공된 에리 운하는 다른 운하와 함께 ‘뉴욕 바지 운하(New York Barge Canal)’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철도 및 고속도로와의 경쟁
1831년에 올바니에서 에리 운하를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개통되고, 1842년에는 버팔로에서 올바니에 이르는 전구간(全區間)에 걸쳐 철도가 완공되었다. 이제 에리 운하는 철도와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승객들은 보다 빠르고 편리한 철도를 택했지만, 아직도 운하는 철도보다 열 배나 많은 화물을 실어 날랐다. 이런 추세는 지속돼서, 1951년에 에리 운하는 520만 톤의 화물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1951년 이후 운하를 이용하는 화물 물동량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2차 대전 후에 고속도로가 건설됨에 따라 운하는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레크리에이션 운하로 다시 태어나다
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점차 줄더니, 1990년대 들어 에리 운하는 전적으로 관광 유람선과 자기용 보트를 타는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운하 군데군데 보트 계류장이 만들어지고 물길을 따라 자전거 타는 길이 만들어 졌다. 뉴욕 운하는 화물 바지가 연기를 뿜고 다니던 옛날의 에리 운하가 아닌 것이다.
1992년에 ‘뉴욕 바지 운하’는 그 명칭이 ‘뉴욕 운하 시스템’으로 바뀌고 운영권은 뉴욕주 유료도로 위원회로 이관되었다. 화물을 나르는 바지가 더 이상 다니지 않기 때문에 명칭에서 ‘바지’를 빼버린 것이다. 뉴욕주 정부는 이 운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위락용 보트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운하가 주로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쓰임에 따라 겨울이 되면 운하는 물을 빼고 보수를 했다. 2006년 뉴욕주는 운하를 사용하는 보트에 대해 운하 사용료를 면제했다. 따라서 운하의 관리는 유료도로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감당하게 되었다.
2006년 여름에 뉴욕 북부에 대홍수가 나서 운하의 중간부분이 심각하게 파괴되어 복구비용만 최소한 15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에리 운하의 역사를 보면 운하는 역시 ‘19세기의 산물(産物)’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에리 운하는 높은 지대인 에리 호와 낮은 지대인 허드슨 강을 이은 것이다. 에리 호 등 오대호에는 물이 무진장으로 있어 운하에 흐를 물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또 이미 오대호에는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 항구가 있었고, 수량이 풍부한 허드슨 강에도 화물선이 다니고 있었다. 따라서 물길을 이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에리 운하는 철도가 깔리면서 물동량을 잃어 버렸고, 2차 대전 후 고속도로가 거미줄 같이 깔리자 화물 수송수단으로서의 용도는 폐기돼 버렸다. 오늘날 뉴욕-올바니-시라큐스-버팔로를 잇는 유료 고속도로(I-90 하이웨이)는 허드슨 강과 에리 운하로 이어지는 지난날의 물길을 대신하고 있다.
이명박 씨가 추진하는 경부 운하는 에리 운하를 건설할 당시의 뉴욕주와는 상황이 맞지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깔려 있다. 도로는 많지만 화물이 부족해서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시위를 하는 판인데, 도무지 운하에 무엇을 실어 나르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 대양(大洋)처럼 넒은 호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충주댐과 안동댐의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한 ‘이명박 운하’에는 물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봄철 갈수기에 사람들이 쓸 물도 부족한데 있지도 않은 화물을 나르겠다고 댐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낼 것인가. 댐물은 돈을 내고 사 쓰는 것인데, 보아하니 청계천 물처럼 억지를 부려 공짜로 퍼다 버릴 심산(心算)인 것 같다.
에리 운하는 역사적 사명을 훌륭하게 해 냈다. 그래서 뉴욕 북부와 일리노이 미시건 등 중서부에는 ‘클린턴’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도시가 곳곳에 있고 시카고에 ‘클린턴 스트리트’, 시라큐스에 ‘클린턴 스퀘어’라는 지명이 있다. 이는 물론 에리 운하를 세워 내륙을 개발한 드위트 클린턴을 기리기 위함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을 기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이미 끝났으니 바지 운하로서 에리 운하는 역사적 사명을 다 한 것이다.
19세기 초에 운하를 만든 드위트 클린턴은 선각자이다. 하지만, 21세기 초에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처 있고, 하천 수량이 부족하고, 또 도무지 하천에 배가 다니지 않는 나라에 엉뚱하게 운하를 세우겠다는 사람은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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