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도사업 민영화와 환경부

작성일 : 2008-08-26 11:36조회 : 2,071

수도사업 민영화와 환경부

이상돈 (2008년 8월 26일)

한나라당이 수도사업 민영화 계획은 없다고 물러섰지만 이를 둘러싼 논의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환경부가 수도사업을 광역화하고 민영화해야만 경쟁력 있는 민간 수도사업자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수도법을 개정해서 민간위탁을 허용할 당시 환경부는 민간위탁 자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들러간 것이 환경부 산하의 환경관리공단이 수도사업 위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관리공단은 수도사업 위탁을 해내지 못했고, 건교부(지금의 국토해양부) 산하의 수자원공사만 사업을 따 냈다.

환경부가 물 사업자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환경부는 규제기관으로 하천 수질과 식수 기준을 세우고 규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민영화 문제는 환경부의 고유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의 환경부 장차관이 대운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등, 과거의 환경부 장차관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마지막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규용 씨가 퇴임을 앞두고 "대운하는 결코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는 사업'이라고 직언한 데서 환경부 장관의 본연의 자세를 보게 된다.

전국을 광역수도권으로 묶는다는 구상은 우리나라가 백지상태에서 건국을 할 당시라면 물론 해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이든 현재의 시스템을 도외시한 개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국내기업을 세계적 물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수도사업 민영화를 하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이다. 전면적인 자산매각 방식의 수도사업 민영화를 한 영국과 칠레에는 프랑스 계열의 다국적 물 기업이 진입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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