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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다 ? (2)

작성일 : 2021-11-02 09:16조회 : 1,522

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다 ? (2)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는 말을 듣고 몇 줄 적었더니 많은 반응이 있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두환이 12.12와 5.18 후에 권력을 잡고 나서 민심을 사기 위해 취한 통행금지 해제, 컬러 TV 시판 같은 조치를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즈음에 취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1976년~79년 우리나라 경제는 매우 좋았다. 석유파동도 무사히 넘겼고 중동 특수와 수출 호조로 우리 경제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즈음에 수입자유화 1단계를 취해서 드디어 소비재가 우리나라에 수입이 되기 시작했다. 거버 베이비 후드, 프링글 감자 칩 등 과자류가 수입이 되어 들어왔다. 그때 처음 먹어 본 프링글 감차 칩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 사정이면 해외여행 규제도 풀고 컬러 TV 방송도 해서 국민들이 답답한 심정을 풀도록 했어야 했다. 하지만 자기 세계에 갇혀 있던 박정희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1951년에 태어난 피난동이라서 나의 위로 3년, 나의 아래로 3년은 취학 아동이 절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니까 67학번부터 73학번까지는 인생경쟁이 쉬웠던, 운이 좋은 세대다.) 하지만 1974~75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베이비 부머 세대는 학생 수가 엄청 늘었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정원과 대학 정원은 그대로였다. 따라서 우리 학년에 비해 이들은 경기고와 서울대 입학이 더 어려웠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그 때부터 대학 정원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켰어야 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마도 박 대통령 자신이 대학생들, 특히 법대와 정외과 학생들은 데모나 하는 못된 놈들로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로 5.16 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위 정부는 300명이던 서울법대 입학정원을 160명으로 줄여 버려서 그 후 20년 동안 160명으로 유지되어 왔다. 나는 이 같은 경직적인 생각이 박 대통령의 비극적인 최후에 일조(一助)를 했다고 생각한다.

전두환 정권은 대학 본고사를 없애고 과외를 금지시켰으며, 대학정원을 늘리고 거기다가 졸업정원제를 한다면서 정원의 30%를 더 뽑게 했다. 본고사 폐지와 과외금지가 전반적인 학력 저하로 이어졌는지 어떤지에 대해선 많은 논의가 있고, 과외금지는 가난한 대학생들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 사립학교는 등록금 수입이 폭증하는 최고의 혜택을 입었다. 별안간 학생 수가 늘어나서 대학교 강의실은 콩나물 교실을 방불케 했다.

대학에 학생이 이렇게 갑자기 늘어나니까 갑자기 교수가 부족해져서 교수 쟁탈전이 벌어졌으니, 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를 해도 대학 교수 되기가 어려운 지금 상황에선 도저히 믿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역사상 대학교수 되기가 가장 쉬웠을 때가 1981~83년이 아니었나한다. 서울대에서 석사학위를 하고 박사 과정을 4학기 이수하면 웬만한 대학에 전임강사로 임용이 됐다. 당시 서울대 박사과정 수업에는 대부분 교수님들이 학생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이야기이다. 전두환 정부 들어서 우리나라 교수들이 비로소 봉급다운 봉급을 받게 됐는데, 이 역시 늘어난 등록금 수입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교수들이 현대자동차 포니를 몰고 출퇴근하기 시작한 시기도 1980년대 들어서부터다. 1970년대에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고 출근하는 교수는 손꼽았는데, 대체로 말해서 처가가 굉장히 부자였던 경우였다.

대학생 정원이 늘어나니까 대학에서 시위가 발생해도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전반기에 동숭동에서 있었던 데모와는 그 규모가 달랐다. 내가 대학 2학년이던 1971년 서울대 법대와 문리대가 동숭동 캠퍼스에서 교련 반대 등으로 시위를 했는데, 참가자는 기껏해야 수십 명 정도였고 100명이 참여하면 큰 시위였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선 대학생이 워낙 늘어나서 뭐를 했다고 하면 수백 명이었다. 그렇게 해서 1987년 6월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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