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호사 정원과 사법시험

작성일 : 2021-11-02 11:05조회 : 1,396

변호사 정원과 사법시험

요즘 식당 총량제가 논란이 되니까 변호사와 의사도 정원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식당이건 호텔이건 또 항공사이건 사업(business)에 대한 신규 진입(entry) 규제 문제와 변호사, 의사 등 자격(license) 부여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변호사와 의사는 자격 취득 요건이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변호사는 원래 대학과 무관하게 법원이 독자적으로 관리해온 자격인데 비해 의사는 오래전부터 대학과 유기적 관계에서 부여되어온 자격이다. 미국에서도 오늘날 같은 로스쿨 제도가 정립된 것은 대체로 이야기해서 2차 대전 후이다. 해리 트루먼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대통령인데, 1차 대전에 포병장교로 참전하고 돌아와서 옷 가게를 하다가 부도가 난 후에 야간 법률학원을 다니다가 미주리 정치의 거물의 지원으로 판사 선거에 나가서 당선된 후 10여년 간 판사를 했고 상원의원을 지내다가 부통령이 되고 대통령이 됐다.

우리나라에선 일제 통치 시절부터 있었던 고등고시 사법과 시험이 로스쿨로 폐지된 사법시험의 뿌리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 들어서 사법시험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합격자는 서울대 사법대학원에서 2년간 공부를 더한 후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됐다. 사법시험은 원래 절대평가였다. 평균 60점을 넘고 40점 이하 과락이 없어야 합격을 했다. 따라서 매년 합격자 숫자가 변동이 있었지만 대체로 30명 정도 합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1960년대 중반에 어느 해인가는 합격자가 한자리 숫자여서 물의를 빚었는데, 그러자 그 이듬해 출제위원 교수들이 채점을 후하게 해서 합격자가 대폭 늘어 나 적도 있다. (50명이 넘었던 것으로 들은 기억이 있다. 그 때 대거 합격한 서울법대 선배들이 한동안 한국 법조계를 주름 잡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내가 대학에 입학한 1970년부터 사법시험 정원제가 시행되었다. 1970년에 입학한 우리 학년이 졸업할 즈음인 1973~74년부터 사법시험 정원을 50명~60명으로 늘렸으니 이런 증원의 혜택을 보기 시작한 학년이 1974년 졸업생, 즉 나의 동기생부터다. 그 전까지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사법시험을 합격하는 경우는 기껏해야 한두 명이었고, 졸업 후 1~2년 후에 합격하면 빨리 합격하는 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병역연기가 끝나서 대학원에 입학해서 학적(學籍)을 두면 2년 동안 추가로 병역을 연기 받으면서 사법시험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거나 방위병으로 출퇴근하면서 군 복무를 하면 그 후에도 사법시험을 볼 수 있지만 현역 복무를 30개월 하고 나서 사법시험을 다시 보아서 합격하기는 쉽지 않았다. (남자의 일생에서 군 복무가 차지하는 변수가 큼을 잘 보여준다. )

박정희 정부는 이처럼 사법시험 정원 증가에 인색했는데, 전두환 정권은 단번에 300명으로 화끈하게 늘렸다. 그 덕분에 1980년대 들어서 중앙대에서도 사법시험 합격자가 의미 있는 숫자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중의 한명이 이재명 전 지사다. 김영삼 정부 들어서 로스쿨을 도입하는 논의가 나오다가 백지화 된 후에 사법시험 정원이 1,000명으로 늘어났고, 노무현 정부 마지막 순간에 로스쿨법이 통과되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변호사와 의사는 단순한 직업(job)이 아니라 프로페션(profession)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그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변호사와 의사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특권을 부여했기에 변호사와 의사 단체는 변호사와 의사에 대한 엄격한 윤리기준을 수립하고 이것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Self-regulation’ 의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변호사협회와 의사협회는 윤리기준을 집행하는 데는 소극적이고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관심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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