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립공원 사찰 관람료 폐지하나 ?

작성일 : 2008-08-29 20:24조회 : 1,968

국립공원 사찰 관람료 폐지하나 ?

이상돈 (2008년 8월 29일)

이른바 ‘불교 차별’ 문제가 현 정부에 고민거리로 등장했습니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립공원 경내에 위치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도 적지 않은 이슈입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국립공원은 유명사찰을 둘러싼 명산(名山)을 중심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설악산 국립공원, 속리산 국립공원 등이 그러합니다. 원래 국립공원은 1967년에 제정된 공원법에 의해서 지정되었고 건설부가 이를 관리하였습니다. 1986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립되었고, 1990년에 내무부가 국립공원을 관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국립공원은 도로와 숙소를 건설하고 관광객을 끌어 모아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국립공원 정책이 개발에서 보전으로 바뀌게 되었고, 김대중 정권 초기인 1998년에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립공원 관리권이 환경부로 이관되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에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국립공원 입장료 외에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사찰 관람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찰에는 가지도 않는 공원 탐방객들도 사찰 관람료를 내야만 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저를 포함해서) ‘user pays'(’이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국립공원 탐방객에 입장료를 부과하는 데 찬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요세미테 국립공원이나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도 입장료를 받고 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사찰에 관심이 없는 탐방객들이 가지도 않을 사찰에 대한 입장료를 왜 받느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물론 불교 측에서도 할 말이 많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대에 사찰 소유 토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사찰은 자기의 사유재산권 행사가 제약되었습니다. 국립공원 입구에 집단시설 지구를 조성해서 식당 상점 등이 들어서게 해서 사찰 원래의 경건한 분위기도 해치게 되었습니다. 국립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명산대찰(名山大刹)이 등산로 입구로 전락(轉落)해 버린 면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찰이 알려 지는 긍정적 기능도 있었겠지만, 분위기를 해치는 등 부정적 효과가 더 컸다고 해야 하겠지요. 국립공원 입장료와 별도로 사찰 입장료를 받는데 대해서는 절이 ‘입장료 장사’를 한다는 부정적 여론마저 생겼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몇몇 의원이 제기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먹힌 것입니다. 2005년 한해의 국립공원 입장료 총수입은 271억 원이고, 이는 전체 국립공원관리 예산의 22%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2006년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어 2007년 1월 1일부터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입장료가 사라졌습니다. 남한산성 같은 도립공원에서의 입장료도 폐지됐습니다. 그러자 국립공원 입장객은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자연히 쓰레기 투기, 자연 훼손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국립공원 입장료는 폐지되어도 사찰 관람료는 남아 있어서 돈을 징수하는 사찰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탐방객이나 등산객은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는 데 대해서는 그다지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지도 않을 사찰에 대해 관람료를 내라는데 저항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국립공원 입장은 무료이지만 사찰 관람료는 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자체가 무리인 것입니다.

저는 정부가 작년에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한 것이 큰 실책이라고 봅니다. 사찰 입장료는 사찰을 가는 사람들에게만 받도록 해서 사찰 관람료 강제징수는 폐지하고, 국립공원 입장료는 종전처럼 걷어서 그로 인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사찰에 일종의 토지 사용료로 제공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 아니었는가 합니다. 팔당 상수원 상류지역에 하류지역에서 거둔 물이용 부담금을 지원하고, 다목적 댐 주변지역 지자체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고려하면, 수려한 자연자원을 국립공원에 제공한 사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번 폐지한 국립공원 입장료를 다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금년 들어서 사찰 관람료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나 봅니다. 탐방객이나 등산객들에게는 낭보(朗報)이겠지만, 국립공원 속에 위치한 사찰들은 토지 재산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국립공원 입장객들만 들끓어서 골치 아픈데, 관람료마저 걷지 못하면 사실상 절을 등산객들에게 내어 놓는 꼴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니 격앙된 분위기마저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국립공원 입장료라는 중요한 정책적 도구를 포기한 정부는 별다른 카드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도 노무현 정부가 남긴 ‘설거지’라고 주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한나라당 의원들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찬성했으니 그런 말을 할 수는 없겠습니다.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갈지 궁금합니다.

(* 편의상 이 문제에 대한 최근 기사 두 건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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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립공원 일부 사찰 관람료 폐지 추진"
(아시아 경제 2008년 7월 9일자)
기사입력 2008-07-09 21:14 (김성배 기자)

정부는 국립공원 내 일부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9일 "작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 지리산 천은사 등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놓고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일부 사찰의 관람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람료 폐지를 추진 중인 사찰은 천은사를 비롯해 소백산 희방사, 작년 1월 관람료 징수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설악산 백담사, 덕유산 백련사, 안국사 등 5∼6곳이다. 정부는 관람료가 폐지되면 13억 원을 조계종에 지원키로 하고 예산을 확보해 둔 상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환경부, 조계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3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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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립공원 ‘문화재관람료 폐지’ 어느 세월에…
- 정부·조계종 1년 넘도록 논의 하는 둥 마는 둥
- ‘예산자율권’ 이견… 종교편향 논란까지 일어
( 세계일보 2008년 8월 1일자)

정부와 조계종 측이 국립공원 내 일부 사찰에 대해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폐지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의견이 맞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계속 협의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경찰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탄 차량을 검문·검색하는 등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편향’ 논란이 일어 난항이 예상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와 조계종 측은 지난 6월부터 관련 부처 과장급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달 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추가 협의 일정을 잡지 못해 향후 논의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정부와 조계종 측은 실무 차원의 논의에서 국립공원 내 사찰 중 민원이 수없이 제기된 지리산 천은사 등 4∼5개 사찰의 경우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 그 차액만큼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좁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찰에 대한 지원금은 환경부 예산 중 사찰환경개선사업비 명목으로 13억 원이 배정된 상태다. 조계종 측은 이 예산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환경부는 예산집행 규정상 자율권을 인정해 주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립공원 내 22곳에 사찰이 있으며, 이들 사찰이 문화재관람료로 징수하는 금액은 연간 약 120억원 규모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일단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찰 4∼5곳부터 우선적으로 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 13억 원을 지원한 뒤, 다른 사찰에 대한 지원금은 향후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교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한불교조계종 문화재사찰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국립공원 명칭 수정·사유권 침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 ▲국립공원 관리 업무 주체를 환경부에서 지자체로 이관 ▲사찰과 불교계를 배제한 국립공원제도 개선 정책수립·추진 중지 등을 요구하는 대정부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조계종 측의 관계자는 “환경부가 국립공원 내 사찰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자연생태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국가유산인 문화재로서의 의미를 명확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는 큰 틀에서 사찰을 문화재로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일정 부분 양보할 생각이었는데 장기적인 계획도 없이 올해 13억 원을 지원하는 단기적 방안 이외에 정부가 내놓은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배정된 13억 원을 집행하지 못하면 내년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불교계) 분위기가 좋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실무자와 접촉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보은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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