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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출신 장관

작성일 : 2022-05-13 20:11조회 : 1,062

대학총장 출신 장관

대학 총장을 지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지명자가 결국 낙마했다. 그를 둘러싼 논란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마저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우리나라에서 총장을 지낸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면 대체로 굉장히 복잡하고 잡다하다. 위원회, 학회, 고문 등 온갖 감투를 섭렵한 사람들이 총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교육과 연구를 천직으로 아는 교수는 총장에 걸맞지 않지만 그래도 대학 총장은 대학을 대표하고 대학을 경영하는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데 그런 사람들이 총장을 하고 또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대학 총장 출신으로 총리를 한 경우는 이수성과 정운찬이 있지만 두 사람이 제대로 총리 노릇을 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이홍구, 이명박 정부에선 김황식이 그래도 총리다웠다는 평가를 듣지 않는가 한다. 대학 총장을 했던 사람이 장관을 하려면 왜 장관을 하려고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다운 대학에서 총장을 한 사람은 장관 자리를 고사해야 정상이다.

미국에서 대학 총장이 장관을 한 유명한 경우는 포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드워드 리바이(Edward Levi 1911~2000)이다. 시카고 대학 로스쿨과 예일 대학에서 공부한 리바이는 모교인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로스쿨 학장을 지낸 그는 1968년에 시카고 대학 총장이 됐다. 그는 무엇보다도 1949년에 나온 ‘법 해석론 입문’(An Introduction to Legal Reasoning)의 저자로 유명하다. 두껍지 않고 각주도 많지 않은 이 작은 책은 벤자민 카르도조(Benjamin Cardozo 1870~1938)의 ‘사법과정의 본질’(The Nature of Judicial Process 1921), 러니드 핸드(Learned Hand 1872~1961)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 1958)과 더불어 1970~80년대까지는 모든 법학도의 필독서로 뽑혔다. 38세 나이에 철학이 충만한 이런 책을 펴냈으니 미국 법조계가 놀랄 만도 했다.

제럴드 포드(Gerald Rudolph Ford Jr. 1913~2006) 대통령이 시카고 대학 총장이자 당시 미국에서 최고로 뽑는 법학자인 에드워드 리바이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한 이유는 분명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법무부가 엉망이 되어 버려서 법무부를 바로 세워놓을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리바이는 2년 동안 법무장관을 지내면서 법무부를 정치적 중립기관으로 확립하고 에드가 후버가 이끌던 시대의 유산으로 남아 있던 무단 도청과 감시 등 FBI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았다.

자신도 법률가인 포드 대통령은 법무부가 정치적 영향에서 완전히 독립한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그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리바이 총장을 법무장관으로 영입한 것이다. 리바이는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는 법무장관을 하기 위해 시카고 총장직을 7년 만에 내려놓아야 했다. 카터 행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리바이는 로스쿨 교수로 복귀했다. 법무장관으로서 리바이는 시카고 대학 동문인 연방항소법원 판사 존 폴 스티븐스(John Paul Stevens 1920~2019)를 대법관으로 추천해서 포드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언론은 리바이가 법무장관이 된 후에 시카고 로스쿨이 미국 조야(朝野)에 제대로 대표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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