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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작성일 : 2022-06-16 14:45조회 : 1,197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2022년 6월로 50주년을 맞는 워터게이트 사건은 워싱턴포스트의 신참기자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1943~)와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 1944~)을 세계적 인물로 만들었다. 특히 밥 우드워드는 그 후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책을 펴낸 저자로서 명성을 높였다. 이들을 그렇게 만들어준 비밀취재원(Deep Throat)은 당시 워터게이트 수사를 책임지고 있었던 FBI 부국장 마크 펠트(Mark Felt 1913~2008)였음이 2005년 5월에 펠트가 스스로 커밍아웃함으로써 밝혀졌다. 거액의 인세와 강연료 등으로 거부가 된 우드워드와 달리 마크 펠트는 FBI에서 있었던 일로 재판을 받았고 우울증에 걸린 부인이 자살을 하는 등 어렵게 살아왔다.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은 워터게이트 특종 기사를 연거푸 써서 워싱턴포스트의 지가(紙價)를 높였는데, 두 사람의 배경과 성격, 그리고 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우드워드는 예일대를 해군 ROTC 장학금으로 다니고 1965년에 졸업해서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우드워드는 1970년 8월까지 5년 동안 복무했는데, 당시는 징병제가 있었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다. 제대 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생각을 바꾸어서 기자가 되고자 워싱턴포스트에 지원했으나 낙방하고 인근의 작은 지역신문 기자로 일한 후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했다.

칼 번스타인은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서 멋대로 성장했고 메릴랜드 대학에서 학생신문 기자를 지냈으나 학업을 중단하고 뉴저지의 작은 신문사에서 기자를 잠시 지냈다. 1966년에 워싱턴포스트에 취직을 해서 기사를 썼는데,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젊은 나이였음에도 기사를 빨리 그리고 잘 썼다. 반면에 우드워드는 문장력이 떨어져서 ‘예일대 망신’이라는 말까지 들었고, 과연 기자를 계속 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영화 <All the President's Men>에도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이 두 사람에게 모두 기사를 쓰게 하고 비교해서 읽어 본 후 번스타인이 쓴 것이 낫다면서 그것을 내보내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처럼 우드워드는 은밀하게 마크 펠트를 만나 얻은 정보로 취재를 하고, 번스타인은 그것을 토대로 기사를 만들어 냈다.

그러면 밥 우드워드는 어떻게 마크 펠트를 알게 되었나? 2005년 5월, 말년의 마크 펠트가 커밍아웃을 하자 우드워드는 자기가 마크 펠트를 알게 된 경위를 밝힌 바 있다. 우드워드는 해군 복무 말년에 국방부(펜타곤)에 있는 해군참모총장실에서 근무했다. 해군 대위 우드워드는 참모총장실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실로 보내는 문서를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어느 날 우드워드 대위는 헨리 키신저의 보좌관인 알렉산더 헤이그 대령(그는 나중에 대장으로 진급하며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고, 레이건 행정부 초기에 국무장관을 지낸다)에게 문서를 전달하러 백악관에 갔는데, 좁은 대기실에서 인상적인 중년 신사를 만나서 인사를 하게 된다. 그 중년 신사가 마크 펠트였다.

전역을 앞둔 시점에서 우연하게 FBI 고위간부를 만난 우드워드는 대기실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연락처를 받았다. 얼마 후 전역을 한 우드워드는 펠트와 종종 연락을 취하면서 자기 진로도 상의를 했고, 한번은 펠트의 자택을 방문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된 우드워드는 기자로서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딸이 가출을 해서 신좌파 폭력단체와 어울린 탓에 큰 상처를 입은 펠트는 자식 또래인 우드워드를 보면서 호감을 가졌을 것이다.

1972년 5월 15일, 앨라배마 주지사를 지내고 1968년 대선에 제3후보로 출마했던 조지 월러스(George Wallace 1919~1998)가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에서 아서 브레머라는 젊은이한테 저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총격 사건으로 월러스는 하반신이 마비되어서 그해 대통령 선거 출마를 포기하게 되는데, 당시는 과격분자들의 테러가 빈발할 때라서 배후가 있는지가 주목됐다. FBI는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해서 총격이 정신이 나간 젊은이의 단독범행이라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FBI 수사에 근거한 상세한 기사가 워싱턴포스트에 나와서 다른 신문들을 놀라게 했다.

이 기사는 신참 기자 밥 우드워드가 쓴 것인데, 취재원은 다름 아닌 마크 펠트였다. 예일대를 나왔음에도 기사를 너무 못써서 기자를 계속할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운 상태에 있던 우드워드는 이 기사로 입지가 강화됐다. 한 달 후 워터게이트 빌딩 침입 사건이 발생하자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우드워드에게 취재를 배당했다.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에 남아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나 번스타인은 1977년에 워싱턴포스트를 떠나서 독자적으로 기고와 저술, 그리고 방송 출연을 해오고 있다. 우드워드는 그 후에 베스트셀러 책을 여러 권 냈으나 대부분 녹음기를 들고 인터뷰를 해서 엮어 내거나 자기가 겪은 일을 풀어 쓴 것들이다. 우드워드의 책이 화제가 된 이유는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의 솔직한 발언이나 실언(失言) 때문이어서 과연 우드워드의 책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칼 번스타인도 힐러리 클린턴 평전과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에 관한 책 등을 펴냈는데, 자신이 오랫동안 노력해서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인터뷰로 엮어낸 우드워드의 책과는 구별된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서 예일대를 다닌 우드워드는 평생토록 워싱턴포스트라는 제도권에서 활동해왔다. 반면에 사회주의자 부모에서 태어나서 저항의 1960년대 스타일로 대학을 중퇴한 번스타인은 일찍이 워싱턴포스트를 벗어나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저술 활동을 해 왔다. 워터게이트로 세상에 존재를 크게 알린 두 사람의 인생 항로가 갈린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진 (1) 1972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에서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2) 2005년 5월 마크 펠트가 커밍아웃을 한 후 그의 자택을 방문한 번스타인과 우드워드. 가운데 앉은 사람이 마크 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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