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테리 매컬리프

작성일 : 2022-09-04 17:45조회 : 751

테리 매컬리프

전국위원회 의장을 역임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조지 H. W. 부시가 유일하다. 따라서 정당의 대표나 마찬가지인 전국위 의장은 대통령으로 가는 경력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전국위 의장은 정치인으로서는 명예로운 경력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서 전국위 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가장 파란을 일으키고 주목을 받은 사람은 작년(2021년) 11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테리 매컬리프(Terry McAuliffe 1957~ )라고 하겠다. 매컬리프는 예상을 깨고 공화당 후보인 억만장자 정치 초년생 글렌 영킨(Glenn Youngkin 1966~ )에게 패배해서 바이든 정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 주었다. 이 선거는 2020년 대선의 연장전으로 인식돼서 두 후보 뿐만 아니라 민주 공화 양당이 총력전을 폈다. 더구나 두 후보 모두 재력이 탄탄해서 쏟아 부은 돈도 엄청났다.

테리 매컬리프는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하고 금융투자업과 주택건설업에서 성공해서 큰 돈을 모았다. 그는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있을 시절에 민주당에 거액을 기부해서 클린턴 부부와 개인적으로 가까워졌다. 그는 힐러리가 뉴욕 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뉴욕에 주택을 살 때 융자를 해주고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앨 고어 부통령에도 거액을 기부했다. 2000년 대선에서 고배(苦杯)를 마신 민주당은 당의 재정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민주당 전략가들은 테리 매컬리프에게 민주당 전국위 의장을 맡아 줄 것을 부탁했고 매컬리프는 기꺼이 수락했다. 모금운동에 탁월한 수완이 있는 매컬리프는 2005년 초까지 4년간 의장으로 있으면서 돈을 많이 모아서 민주당 재정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힐러리 클린턴이 2008년 대선에 출마를 선언하자 매컬리프는 선대위 공동의장을 맡아서 열심히 노력했으나 힐러리는 프라이머리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자 매컬리프는 2009년에 있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으나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패배해서 본선에는 나가지도 못했다. 그 해 본선에선 공화당 후보 밥 맥도널이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버지니아 주 헌법은 주지사가 연임을 할 수 없도록 해서 2013년 주지사 선거에선 맥도널 지사는 출마할 수 없었고 민주당은 매컬리프 외에는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

2013년 11월에 열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매컬리프는 공화당 후보를 2.5%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축전을 벌이기 때문에 전국 선거의 추이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일 뿐더러, 선거가 별로 없는 홀수 해에 열리기 때문에 항상 큰 주목을 받는다. 그러기에 매컬리프와 가까운 클린턴 부부는 물론이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지원 유세를 나와서 응원했다. 특히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힐러리 클린턴은 자기 선거처럼 생각하고 버지니아를 누벼서 매컬리프를 당선시키는데 성공했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격돌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는 버지니아에서 트럼프를 5% 차이로 눌렀으나 전국적 선거인단 득표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했다.

버지니아 주 지사는 연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매컬리프는 2017년 주지사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었지만 그가 지지하는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여유있게 눌러서 민주당은 버지니아 주지사 자리를 지켰다. 202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은 버지니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0%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 그리고 2021년 주지사 선거가 닥쳐오자 매컬리프는 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은 투자회사를 경영해서 억만장자가 된 글렌 영킨을 후보로 내세웠다. 여론조사와 정치평론가들은 매컬리프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선거일에 가까워 갈수록 예측할 수 없게 돼서 전국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총동원해서 매컬리프를 지원했다.

영킨은 트럼프와 적당하게 거리를 두면서 비판인종이론을 공립학교에 강요하는 것 등을 비판함으로써 백인 중산층을 파고 들어갔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에서 보여준 미숙함을 비판한 것이 주효해서 글렌 영킨은 매컬리프를 2%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을 이끌어 냈다. 이 선거 결과는 집권당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이제 두 달도 안남은 2022년 중간선거 결과도 작년에 있었던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결과만큼이나 예측이 어렵다고 하겠다.

- 사진 (1) 2013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지원을 나온 힐러리와 매컬리프 후보 (2) 2021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지원 유세를 나온 바이든 대통령. 미국은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이 지원 유세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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