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98년 중간선거와 2022년 중간선거

작성일 : 2022-11-15 14:20조회 : 593

1998년 중간선거와 2022년 중간선거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여러 면에서 1998년 중간선거와 닮았다고 생각된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의 다수석을 차지한 이래 의회는 공화당이 지배해 왔다. 1996년에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젊은 여성 인턴과의 관계, 및 주지사 시절의 개발 사업 문제로 특별검사의 조사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당시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Newt Gingrich 1943~) 하원의장은 클린턴을 탄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고 예산 문제를 두고 클린턴 정부를 세게 몰아 붙였다. 하지만 깅리치 의장 본인이 젊은 여비서와 불륜관계임은 워싱턴 정가에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깅리치가 주도하는 탄핵 논의에 대해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야당이 유리할뿐더러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어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줄 알았는데, 결과는 달랐다. 상원은 공화당 55석, 민주당 45석으로 변동이 없었고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오히려 4석을 상실해서 공화당 223석, 민주당 211석이 되었다. 중간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공화당 내부에서 정국을 강경하게 끌고 간 깅리치 하원의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깅리치 하원의장은 의장직을 사퇴했을 뿐더러 하원의원직도 사퇴하고 의회를 떠났다. 이로 인해 클린턴에 대한 탄핵은 힘이 빠져서 이듬해 봄 상원은 탄핵을 기각했다. 깅리치는 클린턴을 탄핵시키고 자신이 2000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었으나 정국을 너무 파당적으로 끌고 가서 결국 자신의 몰락을 초래했다.

1998년 중간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1946~)였다. 1994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당선된 부시는 1998년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는데, 민주당 후보를 68% 대 31%로 압도하고 당선됐다. 이렇게 해서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된 부시는 2000년 대선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부상(浮上)했고, 결국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 따라서, 공화당에게 1998년 중간선거는 깅리치의 몰락과 조지 W. 부시의 부상이었다. 2022년 중간선거가 공화당에게 트럼프의 몰락과 론 디샌티스의 부상인 것과 닮은꼴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책임은 전적으로 트럼프에게 있다. 공화당이 이길 수 있는 곳에 트럼프를 추종하는 강성인물이 나가서 패배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특히 애리조나에서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민주당에게 빼앗긴 원인은 전적으로 트럼프에게 있다. 애리조나는 1964년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 1909~1998)와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John McCain III 1936~2018)을 배출한 공화당의 성지(聖地)라고 할 만하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희귀한 뇌종양으로 2018년 8월에 사망해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매케인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베트남 전쟁에 해군 조종사로 참전한 매케인은 임무 수행 중 격추돼서 오랜 포로 생활을 했다. 트럼프는 그런 매케인을 '패배자(loser)'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베트남 전쟁 당시 이상한 질병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했다.)

이런 존 매케인을 트럼프가 모욕했으니 애리조나 유권자들은 당연히 화가 났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존 매케인의 부인 신디 매케인과 방송인인 딸 메건 매케인은 조 바이든(Joe Biden 1942~)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이던 애리조나에서 승리해서 아슬아슬한 대선을 승리로 마감할 수 있었다. 대선에서 애리조나 주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2020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애리조나 상원의원 선거는 존 매케인의 잔여임기 2년을 채우기 위한 선거였는데, 공군장교와 우주비행사 출신인 마크 켈리(Mark Kelly 1964~)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서 승리했다. 배리 골드워터와 존 매케인이 이어 온 상원의원 자리가 민주당으로 돌아간 것인데, 이 역시 매케인을 모욕한 트럼프의 책임이었다. 마크 켈리는 이번 2022년 선거에 출마해서 트럼프 추종자인 기업인 출신인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마크 켈리는 2011년에 암살자로부터 총격을 받고 살아난 개비 기포즈(Gabby Giffords 1970~) 전 하원의원의 남편이기도 하다. 기포즈 의원은 뇌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 난 후 건강회복에 전념하겠다면서 의원직을 도중에 사퇴해서 동료의원들의 많은 아쉬움과 격려를 받은 바 있다. 애리조나는 하원의원을 9명 선출하며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주이기 때문에 대선에서의 비중도 적지 않아서 공화당으로선 애리조나를 잃어버린 것이 뼈아픈 일이다.

사진 (1)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마크 켈리와 부인 개비 기포즈.
사진 (2) 존 매케인 영결식장에서 부인 신디 여사. 매케인 영결식에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조 바이든과 많은 동료 의원들이 참석했으며, 90대의 헨리 키신저도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다. 트럼프는 참석하지 않았고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다.
사진 (3) 매케인 영결식에서 울먹이면서 추모사를 읽는 조 바이든. 이 장면이 방송에 널리 나왔다. 미국 정치의 판도를 바꾼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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