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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진호 전투
작성일 : 2022-11-29 20:19조회 : 62


장진호 전투


요즘 장진호 전투에 관한 기사를 종종 보게 된다. 1950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2주일 동안 미 해병 1사단이 개마고원 부근 계곡에서 중공군 9병단 소속 10여개 사단과 싸우면서 흥남으로 철수하는데 성공한 전투가 장진호 전투이다. 장진호 전투는 한국 전쟁 50주년을 맞은 시기에 마틴 루스(Martin Russ)가 펴낸 <Breakout>(1999)이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마틴 루스는 장진호 전투가 끝난 후 해병 1사단에 배속되어서 중부 전선을 미군이 밀고 올라갈 때 참전한 한국전 참전용사이다.

한국 전쟁은 미국에서 흔히 'Forgotten War'라고 불린다.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음에도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 전쟁에서 한 장(章)을 장식한 장진호 전투가 세상에 각인된 계기는 1981년 1월 20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 연설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한 후 당시 미국이 안고 있던 인플레, 실업, 높은 세금과 과다한 공공분야 지출 등을 언급하면서 경제회복을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날 취임식은 처음으로 의사당에서 서쪽을 향한 광장에서 열렸는데, 레이건은 서쪽에 위치한 제퍼슨 기념관과 링컨 기념관을 언급하고 그 너머 알링턴 국립묘지에 많은 영웅들이 잠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레이건은 이 영웅들이 “Belleau Wood, The Argonne, Omaha Beach, Salerno, Guadalcanal, Tarawa, Pork Chop Hill, the Chosin Reservoir 그리고 베트남의 논과 정글에서 짧은 생을 마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1917년에 프랑스에서 전사한 마틴 트렙토(Martin Treptow)라는 젊은이가 남긴 일기를 소개하고 지금 미국은 그러한 희생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를 믿고 최선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힘을 합쳐 나가자고 끝을 맺었다. (그런데, 정작 마틴 트렙토는 알링턴에 묻힌 것이 아니라 고향 위스콘신에 묻혀 있다. 레이건의 스피치 라이터들은 취임식 직전에 이 사실을 발견하고 레이건에 알렸는데, 레이건은 그냥 읽어 내려갔다. 이 부분이 틀렸음을 알아차린 언론은 없었다.)

레이건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Belleau Wood와 The Argonne 전투는 1차 대전 중 미군이 치열하게 싸운 전투이고, Omaha Beach와 Salerno는 2차 대전 중 노르망디와 이태리 본토에 미군이 상륙 작전을 펼친 곳이다. Guadalcanal과 Tarawa는 2차 대전 중 태평양에서 미군이 많은 희생을 치른 상륙전이었다. 그러면서 레이건은 한국 전쟁에서 미군이 큰 희생을 치른 Pork Chop Hill과 the Chosin Reservoir를 들었다. 

Pork Chop Hill은 철원 건너편 북한 지역에 있는 고지로 돼지 갈비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런 명칭이 붙었는데, 1953년 7월 휴전을 앞두고 미군과 중공군이 빼앗고 빼앗기면서 피아간에 희생이 컸다. 미군 지휘부는 전략적 가치에 비해 희생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재탈환에 나서지 않아서 결국 휴전선 북쪽으로 내주고 말았다.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은 영화 <Pork Chop Hill>(1959)이 이 전투를 그린 것이다.

The Chosin Reservoir는 장진호 전투인데, ‘초신’이란 발음은 ‘長津’을 일본어로 읽어서 그리 된 것이다. 마틴 루스의 책도 부제를 ‘The Chosin Reservoir Campaign Korea 1950'으로 되어 있고, 이 전투를 기념하기 위한 ’Chosin"이란 이름을 단 1만 톤 급 미사일 순양함(USS Chosin, CG-65)이 있다.  우리는 장진호 전투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The Chosin Reservoir Campaign인 것이다.

20년 전인 2000년대 초 조선일보에 해외서평을 연재할 때 마틴 루스(Martin Russ)의 <Breakout>을 소개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있다. (조선일보 2001년 2월 2일자)  그 때 장진호 전투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는데, 나오는 언론 기사가 거의 없었다. <Breakout>에는 항공모함에서 발진해서 지상에서 고군분투하는 해병대를 지원한 해군 코르세어 전투기 조종사들의 영웅적인 활약도 나온다. 미 해군 최초의 흑인 조종사 제시 브라운 소위가 작전 중 피격되어 불시착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토머스 허드너 중위가 역시 불시착해서 구출하려 했으나 스미스 소위는 숨을 거두고, 동료 조종사들은 그의 시신이 중공군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네이팜읕 투하해서 화장(火葬)을 하고 만다. 최근에 나온 영화 <Devotion>은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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