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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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닉슨>
작성일 : 2022-12-03 23:47조회 : 64


영화 <닉슨>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나 인물을 확인되거나 검증된 사실 외에 픽션을 가미해서 영화로 만드는 경우에 논란이 일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극(史劇)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런 논란이 100% 일어난다. 살아있거나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유명한 인물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 그런 논란은 더욱 커지고 명예훼손 소송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올리버 스톤이 직접 극본을 쓰고 감독하고 제작을 한 <Nixon>(1995년)은 그런 점에서 논란이 많았던 영화다. <Platoon>(1986) 등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로 크게 성공한 올리버 스톤은 1991년에 <JFK>로 역시 크게 성공했다. <JFK>는 실제로 있었던 형사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인데, 짐 개리슨 뉴올리언스 검사장이 제기한 이 형사소송은 허술해서 첫날 기각되고 말았다. 하지만 뒤늦게 공개된 제프루더라는 행인이 당시에 찍은 8mm 필름을 영화에 등장시켜서 케네디 저격범은 두 명이었다는 추리를 확산시켰다. 실제로 <JFK>가 나온 후 케네디 암살에 대한 음모론을 믿는 미국 여론이 높아졌다.
(영화 <JFK>는 미국 검사는 기소만 하고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검수완박론자’들의 황당한 주장을 반박하기에 충분하다. 짐 개리슨 검사장은 보좌진을 동원해서 수사를 했으나 자체 인력만으로 역부족이었다. 미국에서 검사는 수사를 지휘하거나 수사를 할 수 있지만 자체 인력만으론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을 뿐이다. 트럼프에 대한 수사도 법무부 검사들이 수사를 지휘하다가 최근에 특별검사에게 수사권을 넘겼다.) 
 
<Nixon>은 아마도 스톤이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을 것이다.  스톤이 보는 미국은 CIA, FBI, NSA 그리고 대기업이 움직이는 부도덕한 나라다. 스톤은 그런 시각을 담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 닉슨이라고 보아서 이 영화에 많은 노력과 돈을 쏟았다. <Nixon>은 1972년 6월 워터게이트 빌딩 침입사건으로 시작해서 닉슨이 어릴 때 자랐던 환경과 정치적으로 성장해 온 과정,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백악관 참모와 가족을 대하는 태도를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려냈다. 영화에서 닉슨은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성격 파탄자로 나온다. 영화 속에서 헨리 키신저는 닉슨에 무조건 복종하는 어리벙벙한 예스맨으로 나온다. 닉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면서 키신저에게 의견을 물어 보자 키신저는 안보보좌관실 스태프들은 반대한다고 답한다. 닉슨이 당신 의견은 무엇이냐고 묻자, 키신저는 자기는 찬성한다고 머뭇거리면서 답한다. 

영화 대본을 본 여러 사람들이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닉슨과 부인 패트 여사는 이미 사망한 다음이어서 닉슨의 두 딸과 닉슨 기념도서관은 닉슨의 성장과정을 편파적으로 다루었고 닉슨과 패트 여사 두 사람을 모두 알콜 중독자처럼 그리는 등 사실 왜곡이 심각하다고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영화에는 허위 사실이 많이 나온다. 196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닉슨을 만나서 자기 자리를 보장하면 로버트 케네디의 더러운 사실을 알려 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한다. 후버는 닉슨의 큰 딸 트리셔의 결혼식에서 닉슨을 만나서 백악관에 녹음 장치를 설치하라고 말한다. 이것은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에드가 후버에 대한 명예훼손이지만  후버는 이미 사망했고 독신으로 살아서 사후에 명예를 지켜 줄 자식이 없었다.

OSS 시절부터 근무해 온 CIA 창업 멤버이며 1966년부터 1973년 초까지 CIA 국장을 지낸 리차드 헬름스(1913~2002)는 닉슨이 CIA 본부에 와서 헬름스 국장을 만나는 13분 영상 전체가 중대한 명예훼손이며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해서 올리버 스톤은 그 부분 전체를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삭제된 부분은 감독판(Director's Cut)으로 헬름스가 사망한 후에 DVD에 포함되어서 나왔다. 여기서 닉슨은 헬름스에게 왜 국내 반정부 단체에 대해 사찰을 하지 않느냐고 힐난한다. 닉슨과 헬름스는 미국이 1950~60년대에 개입했던 과테말라, 콩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닉슨은 부통령 시절에 자기가 재가한 카스트로 암살계획에 관한 비밀문건을 찾아서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사실을 말한다면, 닉슨은 이런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어쩌면 이 부분이야말로 올리버 스톤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즉 미국은 CIA 같은 보이지 않는 세력이 움직이는 국가라는 그의 시각을 보여 준 것이 아닌가 한다.

<Nixon>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제작비에 4,400만 달러를 퍼부었으나 겨우 1,400만 달러 흥행을 올렸을 뿐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 왜곡 뿐 아니라 영화 전편에 나오는 닉슨의 모습 그 자체가 심각한 왜곡이기 때문이다. 닉슨 역할을 맡은 앤소니 홉킨스가 왜 이 영화에 나왔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 (2)는 삭제된 부분에서 리차드 헬름스 CIA 국장으로 나온 샘 워터스톤(Sam Waterstone). 사실 왜곡을 떠나서 헬름스 국장 역을 한 샘 워터스톤이  연기를 가장 잘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진 (3) 닉슨이 사임을 발표하고 난 후 키신저에게 같이 기도를 하자고 해서 당황한 키신저가 무릎을 꿇는 장면. 다음날 오전 닉슨은 백악관 직원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부인과 함께 백악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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