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키신저의 보좌관

작성일 : 2022-12-11 19:44조회 : 567

키신저의 보좌관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 그리고 국방장관을 지낸 캐스파 와인버거는 모두 닉슨 행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인물이다. 와인버거는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낼 때 재정국장을 지낸 레이건의 이너 서클이지만 슐츠는 전적으로 닉슨이 각료로 발탁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레이건 대통령 아래서 부통령을 지낸 조지 H. W. 부시는 1970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 정치적 진로가 암담했었는데 닉슨은 부시를 유엔 주재 대사로 발탁해서 부시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닉슨은 이처럼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는데, 그 점에서 키신저도 닉슨 못지않았다. 키신저 아래에서 일했던 알렉산더 헤이그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시 키신저 아래에서 일했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부시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냈다.

키신저의 안보보좌관실에 들어 온 육군 대령 알렉산더 헤이그(Alexander Haig 1924~ 2010)는 안보부보좌관을 지내다가 중장으로 진급하고 육군참모차장이 돼서 백악관을 떴다. 워터게이트 여파로 밥 홀드먼 비서실장이 사임하자 닉슨은 헤이그를 비서실장으로 불러 들였다. 닉슨이 워터게이트로 정상적인 집무가 어려운 상황에서 1년 4개월 동안 헤이그는 특별검사의 수사와 의회의 탄핵 절차에 대응해야만 했다. 닉슨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녹음 테이프가 나오자 헤이그는 닉슨이 사임하도록 설득했고, 닉슨이 사임한 후에 포드 대통령으로 하여금 닉슨을 사면토록 한 후 유럽주둔군사령관으로 전출해 나갔다. 헤이그는 레이건 행정부 출범시 국무장관을 지냈으나 워낙 개성이 강하고 레이건의 이너서클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1년 여 만에 사임하고 조지 슐츠가 후임으로 국무장관이 됐다.

헤이그가 육군참모차장이 되어 나가자 공군 출신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Brent Scowcroft 1925~2020)가 후임으로 안보부(副)보좌관이 됐다. 중장으로 진급한 스코크로프트는 1975년 11월 포드 대통령의 내각 개편 때 안보보좌관직을 내려놓은 키신저의 후임으로 안보보좌관이 됐다. 카터 행정부가 들어서자 스코크로프트는 백악관을 나와서 키신저가 세운 컨설팅 펌에서 키신저와 함께 오랫동안 일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스코크로프트를 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스코크로프트는 동유럽 공산권 몰락으로 인한 핵 무기 이관 등 냉전 종식에 따른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스코크로프트는 전쟁계획을 기획해서 걸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닉슨 대통령은 키신저에게 안보보좌관실 스태프를 알아서 쓰도록 위임했다. 키신저는 로렌스 이글버거(Lawrence Eagleburger 1930~2011), 앤서니 레이크(Anthony Lake 1939~) 등 젊은 인재를 뽑아서 혹독하게 일을 시켰다. 이글버거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내고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내고 마지막에 국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레이건-부시 정부의 국무부를 무난하게 이끌어 나갔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앤서니 레이크는 다른 길을 걸었다. 1970년 4월, 닉슨 대통령은 북베트남이 남쪽으로 병력과 보급품을 보내는 호지민 루트를 박멸하기 위해 캄보디아 침공을 명령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오래 전부터 요구했던 작전이었지만 중립국을 침공하는 것이었다. 키신저의 스태프 중 여러 명이 이에 반발해서 사표를 냈는데, 앤서니 레이크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레이크는 백악관을 나온 후 공화당과 결별하고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상원의원 에드먼드 머스키의 참모로 들어갔다.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자 레이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고 카터 행정부가 들어서자 국무부 정책국장을 지냈다. 공화당 행정부 12년 동안 레이크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민주당 서클에서 활동을 했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앤서니 레이크는 리차드 홀부르크(Richard Holbrooke 1941~2010)와 가까웠다. 카터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홀부르크도 공화당 정권 12년 동안은 외곽에서 맴돌았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자 홀부르크는 유럽담당 차관보와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내면서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데이튼 협정을 타결시켰다. 조지 W. 부시의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자 앤서니 레이크와 리차드 홀부르크는 또 다시 외곽에서 떠돌았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홀브루크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고 레이크는 오바마를 지지했다. 두 사람 모두 국무장관의 꿈을 갖고서 대선 주자를 지지했지만,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해서 두 사람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오바마는 힐러리가 2012년 대선 때 자기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고 여겨진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사 라이스(Condoleezza Rice 1954~)는 능력이나 경력 면에서 리차드 홀부르크나 앤서니 레이크의 근처에 오지도 못한다. 라이스가 워낙 경량급이라서 부시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휩쓸려 간 것이다. 장관 중의 장관인 미 국무장관을 하려면 운(運)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 사진 (1) 1973년 10월 13일, 애그뉴 부통령이 사임함에 따라 닉슨이 후임 부통령으로 지명한 제럴드 포드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키신저 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 및 헤이그 비서실장(오른쪽)을 만나고 있다. 워터게이트 파문이 심할 때라서 닉슨의 표정이 좋지 않다.
- 사진 (2) 부시 대통령과 스코크로프트 안보보좌관. 두 사람 모두 조종사 출신이다.
- 사진 (3) 클린턴 대통령과 앤서니 레이크 안보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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