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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Delta L-1011
작성일 : 2023-02-06 16:43조회 : 589
Delta L-1011
1979년 7월 말 나는 드디어 제대를 했고, 미국 비자를 부지런히 얻은 후 유학 길에 올랐다. 김포 공항에서 노스웨스트 항공사의 B-747를 타고 도쿄 나리타 공항에 기착한 후 태평양을 건너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했다. 잠시 쉬었다가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그해 5월 말에 아메리칸 항공사의 DC-10이 오헤어 공항을 이륙한 후 추락해서 273명이 사망한지 석 달이 안 돼서 미국 사람들은 활주로를 내다보면서 비행기 추락 이야기를 했다. 아메리칸 항공사 정비책임자가 조사위원회 출두 명령을 받고 자살을 했으니 정말로 미국 항공사에 남는 큰 사고였다.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에 걸쳐 나는 이런저런 일로 미국을 자주 갔는데, 미국 내 여행은 미국 항공사가 편해서 델타 항공을 많이 이용했다. 애틀랜타에 본사가 있는 델타 항공은 미국 동남부에 노선이 많아 친숙하기도 했고, 한국에 늦게 진출해서 요금도 다른 항공사보다 저렴했다. 델타는 록히드의 L-1011 TriStar를 장거리 노선에 운용했다. B-747 보다 덩치가 작은 L-1011 TriStar는 비행기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델타 항공의 이코노미석을 타고 미국 내 여기저기를 다녔던 그 시절 나는 젊었었다. 1990년대는 냉전이 끝나고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평화와 번영의 시기였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가 끝났다”고 큰 소리쳤던 게 1992년이었다.)
미국 항공국(FAA)은 비행기는 공항으로부터 60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엔진이 세 개 이상인 비행기는 그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대양을 건너가는 항공기는 최소한 엔진이 3개는 되어야 했다. 대양 한복판에서 엔진 한 개가 멈춰도 최소한 두 개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육지 공항까지 날라 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구형 모델인 B-707과 B-747은 엔진이 4개, 그리고 DC-10과 L-1011은 3개를 달았다. 항공기 부품 중 엔진이 제일 비싸고 정비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엔진을 한 개라도 덜 달면 항공사에겐 이익이라서 엔진이 날개 양쪽과 동체 꼬리에 한 개가 있는 Tri-Jet, 즉 DC-10과 L-1011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당시에는 이 두 기종이 B-747 보다 잘 팔릴 줄 알았다고 한다. 또한 1970년대엔 B-747이 좌석이 너무 많아서 크게 수요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DC-10은 꼬리 수직 날개에 엔진이 붙어 있는데, L-1011의 꼬리 엔진은 S자 모양으로 휘어서 동체 끝으로 배기가 되도록 돼 있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전투기 엔진 같은 L-1011 꼬리 엔진은 동체에서 절대로 이탈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대신 L-1011 뒤쪽 좌석은 엔진 소리로 꽤 시끄러웠다. 비행기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던 그 시절 뒤쪽은 담배 피는 좌석이라서 나는 뒤쪽에 앉을 일은 없었다.
엔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FAA는 규제를 완화해서 이제는 Boeing-777 같이 큰 엔진 두 개를 단 비행기가 대양을 건널 수 있게 됐다. 그 후에 나온 Boeing-787 등 이제는 큰 엔진 두 개를 단 항공기가 주력을 이루게 됐다. 유사시에는 엔진이 세 개 있는 비행기가 두 개 있는 비행기 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구식이 된 Tri-Jet는 화물기로 쓰이는 신세다.
내가 젊었을 때 많이 탔던 L-1011 TriStar는 이제 역사와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람이 황혼에 접어들면 지난 세월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델타 항공의 L-1011 TriStar도 그런 것 같다.
사진 (1), (2) Delta L-1011 TriStar.
사진 (3) Fedex MD-11. MD-11은 1998년 스위스 항공 사고 후 대부분 화물기로 쓰이고 있으며, 페덱스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DC-10도 1979년 시카고 공항 사고 후에 대부분 화물기로 사용되다가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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