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08년을 보내면서

작성일 : 2008-12-31 12:27조회 : 1,721

2008년을 보내면서

이상돈 (2008년 12월 31일)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08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글을 모아놓고,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이따금 들러서 볼 수 있도록 만든 이 홈피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들러 보는 곳이 되고, 또 언론에 소개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지난번 촛불 시위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적어 놓은 글이 일파만파를 일으키면서 이 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 졌으니,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세상은 제도권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이신문과 종이잡지, 인터넷 신문, 그리고 개인 블로그가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개인 블로그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 홈피는 그런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하튼 간에 홈피를 통해 여러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또 비교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저로서는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연말이라고는 하나 국회는 여야 대치로 마비가 되어 있고, 몇몇 방송은 파업에 들어가는 등 혼란의 연속입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공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추운 겨울에 난데없이 ‘4대강 정비사업’ 첫 삽을 떴습니다. 세계경제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또 다시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관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풍요했던 1920년대가 끝나고 기나긴 공황과 전쟁이 이어졌던 20세기 전반(前半)의 역사가 새삼 떠오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공포 속에 시달렸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인과 미국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10년도 가지 못했습니다. 1930년대의 그 어려운 경제상황을 살았던 사람들은 1940년대가 되자 아들들을 전쟁터로 내보내야만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세상은 참으로 무서웠을 것입니다.

1989년에 독일이 통일되고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진화는 끝이 났다”고 했습니다.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세계는 보다 친절하고 점잖아 질 것(The world will be more kinder and gentler)”이라고 했습니다. 그 “친절하고 점잖은 세월”은 불과 10년 정도 지속되었을 뿐입니다.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그러고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 - -.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사나와졌습니다.

세상은 항상 위험하며, 인류에게 전쟁과 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 역사학자 빅터 핸슨(Victor Hanson)이나 저술가 로버트 카플란(Robert Kaplan)이 앞날을 보다 정확히 본 것 같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위험한 상태’로 들어가는데 요즘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새해에는 도무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도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을 찾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건강하시고 건승(健勝)하십시오.
(c)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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