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바마의 미국(매일경제 2009. 1. 22.)

작성일 : 2009-01-23 00:10조회 : 1,643

<매일경제 2009년 1월 22일자 시론>

[오바마의 미국]

사나워진 역사의 격랑 만만치 않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 법학)

`오바마호(號)`가 드디어 출범했다. 오바마에게 거는 기대는 링컨과 루스벨트, 그리고 케네디에게 걸었던 기대를 합친 만큼이나 된다.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경제공황을 이겨낸 루스벨트, 그리고 뉴프런티어를 제시했던 케네디에게 걸었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대가 크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바마가 인수한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오바마는 경제 분야에서 많은 정책을 약속하고 당선됐다. 2011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9.50달러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부시 행정부가 도입했던 사립학교 바우처 제도를 없애고 공립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교사 급여를 올리고, 우수 교사에 대해 성과급을 지지한다고 했다.

근로자들이 충분한 급여를 받아서 그들이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은퇴 후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간 의료보험료를 낮추어서 보통 가정은 의료보험료를 연간 2500달러 정도만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상적인 나라에서도 이런 `장밋빛` 공약은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 전에 없는 경제 위기에 빠져 있다. 캘리포니아 등 재정파탄을 맞은 주정부는 연방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연방정부 구제금융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인수한 미국 연방정부는 재정적자가 1조 달러에 달하는 `병자(病者)`이다.

오바마는 도로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고용을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1930년대 뉴딜에서 보듯이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투자를 할 때 뿐이지 경기 회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녹색산업에 대한 과다한 투자는 그 자체가 또 다른 거품이 될 수 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야기하는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오바마는 지난 선거 때 월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는데, 그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들은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으니, 많은 납세자들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 상식과 달리 뉴딜 정책은 1930년대 공황을 해결하지 못했다. 루스벨트는 대기업을 적대시해서 투자의욕을 상실케 했고, 임금과 가격을 자의적으로 높게 책정해서 고용확대를 막았다.

루스벨트는 부유층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서 재정수요를 충당하려 했다. 당시 루스벨트 경제정책은 요즘 대학생들이 보기에도 우스운 것들이었다. 오바마가 그런 실책을 반복하지는 않겠지만 정부 지출을 무한정 늘리면 초(超)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오바마는 선거과정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큰 실수`이며, 자신은 한ㆍ미 FTA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자동차 무역의 불균형을 들어 한ㆍ미 FTA에 반대했다. 경제 위기로 인해 미국 자동차업계 전체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니 한ㆍ미 FTA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각국이 자국 산업을 살리기 위해 세금을 퍼붓는 상황에서 자유무역 체제가 기능하기는 어렵다.

1992년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가 끝났다"고 단언했다. 15년이 지나서 로버트 케이건은 "역사는 돌아왔고 꿈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슈퍼맨`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끝나버린 꿈`에 대한 환상일 수 있다. `사나워진 역사` 속을 헤쳐 나가기 위해 각오해야 할 때다.
(c)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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