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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텍사스 방문

작성일 : 2023-06-05 08:54조회 : 443

케네디 텍사스 방문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 방문 중 사망했다. 케네디 부부는 존슨 부통령 부부와 함께 텍사스를 순회 방문하던 중이었다. 이들 일행은 공군 1호기와 2호기 편으로 11월 21일 샌안토니오에 도착해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케네디는 공군 의학연구소 행사에 참석한 후 휴스턴으로 향했다. 휴스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성대한 환영 만찬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날 밤 포트워스로 향해서 밤 11시 35분에 숙소인 텍사스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22일 아침, 케네디는 호텔 앞에 모인 군중 앞에서 간단한 연설을 하고 이어서 호텔 볼룸에서 예정된 연설을 했다. 일행은 포트워스 공항으로 가서 전용기 편으로 14분 걸려서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에 도착했다. (당시는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이 생기기 전이다.) 공항부터 무개차(無蓋車) 모토케이드로 환영 오찬 장소인 댈러스 무역센터로 가기 위해 딜리 플라자를 지나던 중 12시 30분에 저격을 당했다. 원래 계획으론 댈러스 일정을 마치고 오스틴을 들러서 코넬리 주지사 환영행사를 갖고 그 날 밤은 존슨 부통령의 랜치(농장 저택)에서 자고 다음 날 워싱턴 DC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1960년 대선에서 케네디는 닉슨에 대해 일반투표 0.17% 차이로 승리해서 선거인단 303 표를 얻어서 219표를 얻은 닉슨을 누르고 당선됐다. 1960년 대선은 텍사스와 일리노이가 결정적이었다. 러닝메이트 존슨 덕분에 케네디는 텍사스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고, 일리노이에선 마피아가 동원된 부정선거 덕분에 닉슨을 0.18% 이겨서 승리했다. 만일에 존슨이 러닝메이트가 아니었고 일리노이에서 부정투표가 없었더라면 닉슨이 승리했을 것이니, 1960년 대선은 케네디의 아버지가 이룩한 셈이다.

그런데, 1964년 대선을 1년 앞두고 텍사스가 심상치 않아서 케네디의 참모들은 텍사스 방문을 추진한 것이다. 남북 전쟁이 끝난 후 미국 남부는 민주당이 한 세기를 지배해 왔다. 하지만 남부 민주당은 케네디 같은 북동부 민주당과는 성향이 달랐다. 더구나 케네디는 민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해서 남부의 보수층은 케네디에 대한 반감이 높았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텍사스에서 공화당이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이던 존슨은 1960년 대선에 케네디의 러닝메이트이면서도 상원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동시 출마가 가능하다.) 존슨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존 타워(John Tower 1925~1991)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케네디가 당선됨에 따라 부통령이 된 존슨은 상원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1961년 6월에 치러진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존슨이 미는 민주당 후보가 낙선하고 인지도가 높아진 공화당 후보 존 타워가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반세기 만에 남부에서 처음으로 공화당 상원의원이 된 타워는 전국적 주목을 샀다. 반면에 자기 안방이 뚫린 존슨은 망신을 당했다.

텍사스의 또 다른 상원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랠프 야보로(Ralph Yarborough 1903~1996)였다. 텍사스 대학을 나온 변호사인 야보로는 노조에 우호적이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진보적 민주당원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러 공직을 거쳤다. 1956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야보로가 출마를 선언하자 텍사스 정계의 실력자인 존슨은 그를 막기 위해 상원의원이던 프라이스 대니얼을 주지사로 지지했다.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대니얼은 야보로를 누르고 주지사 선거에 나가서 무난하게 당선이 됐다. 그러자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치러야 했는데, 지명도가 높아진 야보로가 당선이 됐다. 따라서 존슨은 체면이 구겨졌다.

1962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선 존슨과 막역한 사이인 존 코넬리(John Connally Jr. 1917~1993)가 당선이 됐다. 존슨의 추천으로 케네디 정부에서 해군장관을 지낸 코넬리는 전형적인 남부의 보수주의자였다. 랠프 야보로 상원의원은 존슨 부통령도 싫어하고 코넬리 주지사는 더욱 싫어해서 케네스 오도넬 등 백악관 참모들은 이러다간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텍사스에겐 너무 진보적인 랠프 야보로 상원의원은 1964년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그에 맞서서 공화당에선 텍사스에서 석유사업을 하던 조지 H. W. 부시(George H. W. Bush 1924~2018)가 상원의원 선거에 나설 예정이었다. 젊은 부시는 선출직 경험은 없지만 부친이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적 집안이고 재력이 탄탄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분열해서 부시가 당선되면 텍사스는 상원의원 두 명이 모두 공화당이 되는 것이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케네디의 참모들은 케네디가 텍사스를 방문해서 민주당의 지지도를 높이고 당을 화합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케네디의 텍사스 방문은 존슨 부통령 부부, 존 코넬리 주지사 부부, 랠프 야보로 상원의원, 그리고 텍사스 주 출신 하원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치적 단합대회였다. 댈러스에서 모터케이드 행렬을 할 때에도 야보로 의원은 존슨과 차를 함께 타기 싫다고 해서 케네디가 존슨과 같이 타라고 야보로에게 명령을 했다고 전해진다. (계속)

사진 (1) 샌안토니오 시내로 향하는 케네디 모터케이드. 1963년 11월 21일.
사진 (2) 샌안토니아 환영인파에 답하는 케네디. 케네디 암살 후 군중과 어울리는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사진 (3) 휴스턴 환영 인파와 재클린. 1962년 11월 21일 오후.
사진 (4) 포트워스 호텔 앞에서 연설하는 케네디. 1963년 11월 22일 아침. 왼쪽 두 번째부터 야보로 상원의원, 코넬리 주지사, 존슨 부통령. 우산을 펴고 존슨 등 일행은 트렌치 코트를 입었다.
11월 22일 아침, 포트워스에선 가랑비가 잠시 내렸다. 경호실장이 댈러스에서 무개차에 카버를 씌울까 하고 케네디의 보좌관인 케네스 오도넬에게 물어 보았다. 오도넬은 비가 오지 않을 테니 카버 없이 가자고 했다. 케네디의 운명을 결정한 결정이었다.
텍사스 도시 중 케네디에 대한 반감이 가장 높은 곳이 댈러스라서, 댈러스는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오도넬은 댈러스 방문을 추진했다. 오도넬은 자기가 케네디를 텍사스에 데리고 와서 죽였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면서 술로 지내다가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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