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루디 줄리아니

작성일 : 2023-08-27 09:17조회 : 402

루디 줄리아니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이 조지아 선거 결과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서 머그샷(mug shot)을 찍는 수모를 당했다. 트럼프야 그렇다 하더라도, 한때 유명한 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뉴욕시장을 지내면서 뉴욕을 사람이 살 만한 도시로 만든 루디 줄리아니가 이렇게 될 줄은 나도 정말 몰랐다. 1944년생인 쥴리아니는 조부 세대가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계로 뉴욕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블루칼라 노동자였다. 이탈리아계가 그러듯이 줄리아니는 가톨릭 교회를 나갔고 뉴욕시의 가톨릭 대학인 맨하튼 칼리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뉴욕대학(NYU) 로스쿨을 나왔다.

줄리아니는 민주당원이 되어 로버트 케네디 선거운동에 자원봉사를 했다. 로스쿨 졸업 후 연방지방판사의 재판연구관(law clerk)을 지내서 징집을 연기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베트남 전쟁을 피해 갈 수 있었다. 1975년에 줄리아니는 포드 행정부 법무부에 법무차관 해럴드 타일러의 비서실장으로 취직을 해서 검사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 때 그는 민주당를 탈당했다. 카터 행정부가 들어서자 줄리아니는 해럴드 타일러를 따라서 로펌에서 일을 했다.

1980년 11월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승리하자 줄리아니는 공화당 당적을 취득하고 법무부 3인자인 법무부차관(Associate Attorney General)이 되었다. 부차관 직위는 카터 행정부에서 새로 만든 자리로 차관(Deputy Attorney General)을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1983년 6월, 줄리아니는 뉴욕시를 관장하는 남부 뉴욕 담당 연방검사장(U.S. Attorney)가 되었다. 법무부 내의 직위로만 본다면 그는 내려간 것이지만 그것은 줄리아니가 원한 것이었다. 줄리아니는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뉴욕시에서 활약해서 이름을 내고 싶어 했다.

1985년 2월 25일, 뉴욕 주재 연방검사실은 뉴욕 마피아 5개 보스를 포함해서 마피아 거물들을 기소함을 공표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동안 FBI, 뉴욕시경 등과 합동으로 마피아 보스들을 도청하고 감시한 작전의 결과였다. 재판 도중인 그해 12월 갬비노 패밀리 보스인 카스텔로 등 2명이 피살되는 등 재판을 두고 마피아 내부에서 분열이 생겼다. 1987년 1월, 마파아 보스 3명은 징역 100년~170년 형을 선고 받았다. 남부 뉴욕 연방지검장으로 수사를 총지휘하고 기소한 줄리아니는 일약 명사가 되었다. 그 후 뉴욕에서의 마피아의 영향력을 급속하게 줄어 들었다. 줄리아니는 정크 본드 중개인 마이클 밀리켄 등 월가(街)의 사기꾼들을 기소해서 유명세를 더 높였다.

그 즈음 줄리아니는 40대 초반이었다. 1993년부터 2001년 말까지 뉴욕 시장으로 있으면서 마지막에는 9.11 테러를 겪었다. 2001년 연말에 나온 타임지는 줄리아니를 그 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줄리아니는 공화당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건강 문제와 두 번째 부인과의 이혼 등 여러 법률문제에 봉착했고, 2008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출마했으나 부진해서 도중에 하차했다. 그 후 그의 명성은 금이 갔고 개인적인 부채를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그러다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에 가담해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여러 문제에 연루됐고 2021년에는 변호사 자격마저 정지됐다. 줄리아니의 요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 (1) 뉴욕 마피아 조직도를 놓고 수사 결과를 설명하는 루디 줄리아니 검사장. 왼쪽은 윌리엄 웹스터 FBI 국장. 1985년 2월. FBI 국장이 현지에 와서 수사 발표에 배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사진 (2) 2023년 8월 Mug Shot.
사진 (3) TIME 2002년 신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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