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리산 댐

작성일 : 2023-09-04 21:39조회 : 360

지리산 댐

수도권 주민 중에는 부산을 방문해서 샤워를 할 때 비누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양강댐과 충주댐 덕분에 맑은 원수를 공급받는 수도권과 달리 부산은 낙동강 하류 물을 정수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있다. 미국의 예를 들면, 내가 공부한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의 수돗물이 그러했다.

미시시피 강의 가장 하류에 위치한 뉴올리언스는 그 강물로 수돗물을 만든다. 웬만한 사람들은 수돗물을 먹지 않고 생수를 슈퍼에서 사서 마셨다. 부자들은 프랑스에서 수입한 에비앙을 마셨다. 하지만 샤워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수돗물은 샤워에도 별로 좋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의 수돗물도 샤워를 하면 피부가 뻑뻑한 느낌이 든다. 원래 사막 지역이었던 로스앤젤레스는 캘리포니아 북쪽 멀리에서 물을 끌어 오기 때문에 수돗물이 좋지가 않다.

미시시피 상류 지역인 미네소타를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수돗물이 얼마나 좋은지 샤워를 하면 피부가 매끄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네소타는 5대호에 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10,000개 호수가 있는 주(州)’라는 별명이 있듯이 온통 물 천지이다. 겨울이 길고 혹독한 미네소타에서 사는 사람들은 물에 대해선 축복을 받은 셈이다. 사람 사는 곳은 이처럼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부산 지역의 수돗물을 공급하는 낙동강의 수질이 4대강 사업 후 더 나빠졌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산과 창원에 공급하는 수돗물 원수를 취수하는 취수장과 수도권에 공급하는 원수를 취수하는 팔당 취수장을 모두 가 본 사람이라면 한눈에 비교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영주댐을 세운 이유는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즉, 낙동강에 보를 여러 개 세워서 강을 마치 계단식 호수로 만들면 수질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영주댐을 세워서 낙동강 하류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용수로 댐 물을 흘려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영주댐 상류에 축산농가가 너무 많아서 영주댐으로 물이 고이자 낙동강 하류 못지않게 녹조가 생겨서 담수를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영주댐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한 1조 원짜리 토건사업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댐 건설과 하천 준설을 한다면서 6,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는데 결국에는 지리산 댐을 의중(意中)에 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리산댐(문정댐)은 이명박 정부 말에 부산과 창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구상한 것이었는데 현지에서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서 추진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지리산댐 구상을 한 것은 4대강 사업이 아무런 긍정적 효과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댐이나 공항 같은 것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공항 건설과 댐 건설을 부정적으로 봤다는 점에서는 박근혜가 윤석열이나 문재인 보다 훨씬 나았다.

만일에 윤석열 정부가 지리산댐을 건설하겠다고 나선다면 심각한 사회적 지역적 갈등이 분출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환경이나 수자원에 관한 지식이나 소신을 갖춘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야당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 사진 (1) : 지리산댐 예정지. (출처는 경남도민일보). 댐이 세워지면 지리산 중산간까지 보트가 다닐 모양이다.
- 사진 (2) : 지리산댐 계획. 용유담이 완전히 수몰된다.
- 사진 (3) : 지리산댐에서 부산 창원으로 공급하는 광역 수로 예상도. 낙동강 물은 더 이상 수돗물로 만들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 책임인가 ?
- 사진 (4) : 용유담을 내려 보는 다리 위에서 지리산 댐 반대 시위를 하는 환경단체.(나는 이 다리를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댐을 염두에 두지 않은 한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용유담은 꼭 한번 가볼 만하다. 우리나라에 그런 지질적 형상이 있는 유일한 곳으로 벌써 명승지로 지정됐어야 했다. 용유담이 명승지 지정에서 제외된 이유는 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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