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화 ‘재키’

작성일 : 2023-10-18 19:36조회 : 467

영화 ‘재키’

케네디와 재클린에 관한 영화는 여러 편 만들어졌다. 2016년 말에 개봉된 <Jackie>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됐으나 큰 반향은 얻지 못한 듯하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Jackie>는 호평을 받았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재클린 역은 나탈리 포트먼(Natalie Portman 1981~)이 맡았는데, 그녀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재클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고 한다. 1994년 영화 <레옹>에 깜찍한 소녀 마틸다로 나와서 알려진 나탈리 포트먼은 재클린 역할을 완벽하게 해 냈다는 평을 들었다.

영화 <재키>는 케네디가 암살된 후 1주일이 되는 날 재클린이 매사추세츠 히아니스포트에 있는 케네디가(家) 저택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그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에는 로버트 케네디, 린든 존슨 등 당시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실명으로 나온다. 하지만 유독 재클린을 인터뷰한 기자만 ‘빌’(Bill)이라고 지칭했다. 실제로 그 날 재클린을 인터뷰한 사람은 시어도어 화이트(Theodore H. White 1915~1986)이다. 시어도어 화이트는 1960년 대선 때 케네디 선거운동을 따라다니면서 그 과정을 그린 <The Making of the President 1960>를 써서 유명해 진 작가/저술가이다. 케네디의 승리를 미화한 <The Making of the President 1960>는 베스트셀러가 돼서 ‘케네디 신화’(The Kennedy Myth)를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케네디의 장례식을 마치고 시댁인 히아니스포트의 대저택에서 머물던 캐클린은 시어도어 화이트에 전화를 걸어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만사를 젖히고 달려온 화이트를 앞에 두고 재클린은 오랫동안 대화를 했고, 화이트는 그것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해서 라이프지(誌)에 팔았다. 당시는 타임/라이프의 전성기로 라이프지는 판매부수가 700만에 달했다. 화이트가 쓴 기사는 12월 6일자 라이프 권두에 ‘For President Kennedy : An Epilogue’ 제목으로 실렸다. 기사는 재클린이 “Don't let it be forgot, that once there was a spot, for one brief shining moment that was known as Camelot - and it will never be that way again"이라고 말했다고 했으며, 화이트는 기사의 마지막을 ”For one brief shining moment there was Camelot."로 맺었다. 영화 <Jackie>도 재클린이 기자에게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 라이프 기사가 나간 후 케네디 백악관은 ‘Camelot’로 불리게 되며 케네디를 ‘전설’(legend)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영화 <Jackie>는 실제로 있었던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극적인 장면을 몇 군데 가미했다. 베데스타 해군병원에서 부검을 마친 케네디의 시신을 넣은 마호가니 관(棺)과 함께 재클린이 백악관으로 돌아온 시각은 11월 23일 새벽 4시 30분이었다. 영화에는 재클린이 침실로 올라가서 피 묻은 핑크 색 옷을 벗고 역시 피가 흥건한 스타킹을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서 샤워를 하자 케네디의 핏물이 재클린의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영화에는 간간히 감독이 의도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예를 들어서, 로버트 케네디가 재클린에게 “우리는 그 동안 이루어 놓은 게 없어요. 쿠바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했다고 하나 우리가 피그스 만 침공을 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할 겁니다. 베트남 전쟁은 이제 존슨이 맡아서 할 거에요.”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은 재클린이 케네디를 ‘카멜롯’으로 신화화(神話化)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재클린은 자기는 집이 없어서 백악관을 나가면 살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하면서 보석과 비싼 옷을 이삿짐 박스에 넣은 장면이 나온다. 재클린은 케네디와 성 관계가 거의 없었다면서 오랜만에 부부가 함께 외부에 나왔던 포트워스에서의 마지막 밤도 그냥 잤다고 말한다. 재클린은 자기가 아이 둘을 잃어 버렸고 남편도 잃어 버렸다고 한탄한다. (재클린은 딸을 유산했고, 아들 패트릭은 1963년 8월에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케네디의 장례를 두고 케네디의 어머니 로즈 여사는 패트릭이 묻혀있는 보스턴 근교의 가족 묘원을 이야기하나 재클린은 알링턴에 묻자고 해서 관철시킨다. 보스턴 출신인 케네디의 참모 케네스 오도넬과 래리 오브라이언도 케네디의 유해는 보스턴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으나 재클린은 알링턴을 고집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 존슨 대통령측의 의견을 무시하고 재클린은 의사당부터 영결미사가 열리는 세인트 매튜 성당까지 보도 행진을 하겠다고 해서 관철시킨다.

영화 <Jackie>에는 로버트 케네디, 그리고 재클린의 어릴 적 친구로 재클린이 죽을 때까지 비서를 지낸 낸시 터커맨 외에는 대화를 하는 배역이 별로 없다. 영화에 나온 사람은 모두 실재했던 인물들인데, 단 한 사람만 예외이다. 재클린은 나이 든 가톨릭 신부와 함께 높은 나무가 양쪽에 줄지어 서있는 오솔길을 걸으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대화를 한다. 이 장면은 완전한 픽션이다. 감독은 재클린이 가톨릭 사제들과 교환한 서신에 착안해서 이 장면을 그려냈다고 한다. 그 때 재클린은 “자기가 못 생기고 평범한 사람과 결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한다. 재클린과 여동생 리 라지월은 결혼을 통해 신분과 부(富)를 획득한 대표적인 경우인데, 감독은 이런 대화를 통해서 재클린을 승화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이 든 신부로 나온 영국 배우 존 허트(John Hurt 1940~2017)는 촬영 당시 암 투병 중이었고 영화가 나온 후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영화평론가들과 가톨릭 교회는 재클린과 신부가 대화하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1963년 11월 22일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알고 이 영화를 본다면 더욱 실감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

사진 (1) : <Jackie> 포스터
사진 (2) :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케네디 시신과 함께 도착한 재클린이 로버트 케네디를 만나서 공군 1호기를 걸어 나오는 장면.
사진 (3) : 재클린이 가톨릭 신부와 대화하며 걷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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