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네디와 재클린의 부모

작성일 : 2023-10-26 16:00조회 : 426

케네디와 재클린의 부모

케네디의 여자관계는 통상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으며 또한 그런 결혼생활을 한 재클린도 통상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케네디와 재클린을 이해하기 위해선 두 사람의 부모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케네디와 재클린의 부모를 이해한다면 두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조부(祖父)인 패트릭 케네디(1858~1929)는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에 도착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서 아버지가 빨리 죽은 후 부두 노동 등을 하다가 술집을 내서 돈을 모았다. 보스턴에서 큰 술집을 세 개 차린 그는 아들을 하버드에 보낼 수 있었다. 그 아들이 케네디의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1888~1969)이다. 조셉 케네디는 대학을 졸업한 후 금융회사와 증권회사를 다녔고 보스턴의 조선회사에서 일하다가 1919년에 주식 중개회사를 차렸다.

조셉 케네디는 1914년에 로즈 여사와 결혼을 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 넷과 딸 다섯이 태어났다. 로즈 여사의 아버지는 보스턴 시장과 하원의원을 지낸 존 피츠제럴드(John Fitzgerald 1863~ 1950)이다. 보스턴 시의원과 하원의원을 지내고 보스턴 시장을 두 차례 지낸 그는 부패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1918년 선거에서 다시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나 극심한 부정선거 행위가 드러나서 하원은 그의 자격을 박탈했다. 의회가 선거 부정을 이유로 의원의 자격을 박탈해 버린 매우 드문 경우였다.

1920년대 미국은 호황기였고 조셉 케네디는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 당시는 주식 규제가 없어서 내부자 거래 등 주식 사기가 판을 쳤고, 조셉은 그런 가운데서 재산을 늘렸다. 주식 시장이 과열이라고 생각한 조셉 케네디는 1929년 월가(街) 폭락 직전에 갖고 있던 주식을 현금화해서 큰 돈을 벌었다. 1920년대에 조셉은 영화 제작에도 투자해서 성공했는데, 그 때 최고의 여배우인 글로리아 스원슨과 3년 넘게 깊은 관계를 공공연하게 유지했다. 당시 상류사회 남성들은 젊은 여인을 정부(情婦)로 두는 경우가 흔했지만 조셉 케네디는 그 정도가 심했다.

1920년대는 금주법(禁酒法)의 시대였고, 캐나다와 영국으로부터 위스키를 밀수입해서 판매하면 거액을 벌 수 있어서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에선 위스키 밀수입과 판매가 큰 사업이었다. 뉴욕에선 프랑크 코스텔로, 시카고에선 알 카폰이 술 밀수와 판매로 큰 돈을 벌었다. 부친이 보스턴에서 술집을 크게 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조셉 케네디는 술 사업을 잘 알았다. 조셉 케네디는 아일랜드와 캐나다로부터 위스키를 밀수입해서 마피아에게 도매로 넘겨서 큰 돈을 벌었다고 알려져 있다. 공식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프랑크 코스텔로 등 마피아 관계자들과 당시 조셉의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은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금주법이 해제될 것임을 알아차린 조셉 케네디는 서머셋 주류회사를 설립하고 영국에 건너가서 위스키 회사 두 곳과 고든 진(Gin) 회사와 독점 수입계약을 체결해서 금주법이 풀리자 역시 큰 돈을 벌었다. (조셉 케네디는 서머셋 회사를 아들 존 케네디의 상원의원 출마를 앞두고 처분했다.) 그는 시카고의 거대한 빌딩을 소유해서 막대한 임대수입을 오랫동안 챙겼다.

조셉 케네디는 1932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후원했고, 루스벨트는 그를 새로 생긴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주식 사기로 돈을 많이 번 사람을 어떻게 그런 자리에 임명하느냐는 비판이 일자 루스벨트는 “도둑은 도둑이 잘 잡는다”고 말했다. 조셉 케네디는 그 후 영국 주재 대사를 지내면서 나치 독일과 화평(和平)을 주장했다. 처칠 수상이 히틀러와 전쟁을 선언하자 그의 입지는 좁아졌고 영국을 도와 독일과 전쟁을 결심한 루스벨트는 그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해임했다. 조셉 케네디의 정치적 야망은 여기서 끝났고 그는 못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다.

케네디 가문이 걸어 온 길을 보면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금(拜金) 만능주의와 남성 우위 사상을 볼 수 있다. 남자는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고 부인은 아이들을 기르고,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는 것은 당연했다. 케네디의 누이동생들은 오빠의 그러한 방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옹호했다. 케네디의 어머니 로즈 여사 역시 여자관계가 복잡한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남편과 아들의 외도를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로즈 여사는 자식들과 소원했으며 성당에 가서 기도하는 것을 일과로 알면서 살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친구나 참모들에게 어머니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 케네디에게 아버지는 절대적 존재였지만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았다.

재클린이 성장한 환경도 케네디와 비슷했다. 1929년에 태어난 재클린(Jacqueline Bouvier 1929~1994)의 아버지 존 부비어(1891~1957)는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서 컬럼비아와 예일대를 나오고 부친 형제들이 경영하는 증권회사에서 일하면서 주식 투자를 많이 했다. 1928년 그는 부동산 사업가의 딸인 재닛 리(1907~1989)와 결혼해서 재클린과 동생 캐롤린을 낳았다. 그러나 존 부비어는 1929년 월가 폭락으로 많은 돈을 잃어버렸고 그 후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냈다. 부부는 1940년 재클린이 열 살 때 이혼을 했고, 재클린의 어머니 재닛은 자기보다 열 살 많은 휴 아우킨클로스(Hugh Dudley Auchincloss 1897~1976)와 재혼을 했다.

휴 아우킨클로스의 가문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재산가였고 그는 증권회사를 경영했다. 어머니가 재혼함에 따라 재클린은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났고 사립대학을 다니고 프랑스 유학을 하면서 패션 감각을 늘릴 수 있었다. 재클린이 조지 워싱턴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서 기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양부(養父)인 아우킨클로스 덕분이었고, 재클린이 1953년에 상원의원이던 케네디와 결혼을 할 때에 재클린을 식장에 데리고 들어간 아버지도 아우킨클로스였다. 재클린의 생부 존 부비어는 1957년에 알콜 중독과 간암으로 죽었다.

재클린의 동생 캐롤린(1933~2019)은 두 번째 남편 성을 따라 리 라지윌(Lee Raziwill)로 알려졌는데 그녀는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다, 1930년대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재클린과 그의 동생은 어머니가 재산가와 재혼함으로써 경제적 풍요를 찾았다. 그런 경험 때문에 여자는 결혼을 통해서 부(富)와 사회적 신분을 얻는 것이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여자는 남편의 외도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케네디의 성(性) 집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인데,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 사진 (1) : 조셉 케네디 부부와 아홉 자녀.
- 사진 (2) : 재클린과 아버지 어머니.
- 사진 (3) : 결혼식장에 양부(養父)와 함께 입장하는 재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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