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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케네디의 난잡한 여자 관계
작성일 : 2023-10-31 07:04조회 : 578
케네디의 난잡한 여자 관계
케네디의 삶을 관찰한 사람들은 그의 삶이 토막토막 구분되어 있다(‘compartmented')고 느끼게 된다는 표현을 쓴다. 여자관계에 대해선 특히 그러했다. 케네디는 1952년 선거에서 현직 상원의원이며 보스턴 정치 명문가 출신인 헨리 캐봇 롯지(Henry Cabot Lodge Jr. 1902~1985)를 꺾고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아무리 정치명문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롯지는 막강한 재력과 온 가족을 동원한 케네디를 이길 수 없었다. 조셉 케네디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 그리고 아들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많은 기자들에게 촌지(寸志)를 주어서 관리했다. ’케네디 장학생‘ 기자들은 케네디를 칭송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케네디는 언론에 자주 나오고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환호를 했지만 정작 의정활동은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고 결석이 잦았다. 상원의원 첫해인 1953년 가을에 재클린과 결혼을 해서 부부는 함께 언론에 각광을 받았으나 케네디의 여성 편력은 변함이 없었다. 케네디의 여동생 패트리셔(1924~2006)는 영화배우인 피터 로포드(Peter Lawford 1923~ 1984)와 결혼했다. 로포드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Rat Pack'이란 라스베이거스 쇼를 영화화하는 그룹의 멤버였다. 프랑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등이 참여한 이 쇼는 일련의 영화를 만들어서 흥행에 성공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피터 로포드는 LA에 살면서 라스베이거스를 드나들었는데, 당시 LA와 라스베이거스의 연예계와 유흥가는 마피아, 특히 시카고 마피아 보스인 샘 지앙카나가 장악하고 있었다. 케네디는 피터 로포드와 어울려서 할리우드 배우들과 방탕한 관계를 가졌다. 케네디가 마릴린 먼로를 만나게 된 것도 피터 로포드와 프랑크 시나트라를 통해서였다. 케네디는 또한 당시 인기 여배우인 앤지 디킨슨(1931~)과도 깊은 관계였다고 알려져 있다. 케네디 가문은 아들과 사위가 함께 바람을 피고 여자들은 그것을 인용(認容)하는 가풍(家風)을 자랑했다.
당시 케네디가 젊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뉴욕타임스 시무어 허시 기자(베트남 전쟁 당시 밀라이 학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해서 퓰리처 상을 탔다.)에게 1990년대에 익명으로 인터뷰한 한 여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래드클리프 대학생이던 그 여성은 케네디 상원의원 모금 모임에 참석했다가 케네디와 인사를 했고 케네디가 만나자고 유혹하자 그대로 빠져들어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명문 여대로 유명한 래드클리프는 그 후 하버드의 학부로 통합했다.) 그녀는 자기가 유부남과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자 케네디는 그녀를 맥조지 번디 안보보좌관실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녀는 백악관 링컨 룸에서 대낮에 대통령과 관계를 맺는 등 꿈같은 시간을 보냈고, 케네디가 암살된 후에는 백악관 경력에 힘입어 훌륭한 경력을 갖고 살다가 은퇴했다. 상원의원 시절의 비서였던 파멜라 터뉴어는 재클린의 공보비서로 백악관에서 일을 했으니 당시 백악관 분위기가 어떠했을지는 짐작할 만하다.
케네디 백악관에서 가장 엽기적인 곳은 실내 수영장이었다. 허리가 나쁜 케네디는 수영을 좋아했다. 케네디 임기 초에 수영장은 백악관 침실에서 곧장 내려 올 수 있게 대대적인 수리를 했는데, 그 비용은 조셉 케네디가 부담했다. 케네디 백악관에선 Fiddle과 Faddle로 불리는 두 여자가 항상 수영장에 대비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워싱턴 콜걸 출신으로 케네디가 나체로 수영을 할 때 같이 하는 것이 임무였다. 케네디는 다른 여자와도 그런 수영을 즐겼고, 때로는 그의 총무비서인 데이브 파워스와 함께 즐기기도 했다. 케네디가 가는 곳이면 항상 따라 다녔던 파워스는 여자를 교섭하는 것이 중요한 과업이었다.
말로만 전해지던 수영장 이야기는 시무어 허시가 1997년에 펴낸 <The Dark Side of Camelot>에서 다루어졌다. 이런 일은 대통령을 경호하는 경호실 요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허시는 케네디 백악관에서 경호원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진술을 들었다. 30대 젊은이였던 이들은 은퇴해서 모두 70세를 바라보는 노년이 돼서 당시 있었던 일을 털어 놓았다. 케네디 백악관에는 의심스러운 젊은 여자들이 신체 검색도 받지 않고 수시로 드나들었고, 수영장에서 있었을 것이라는 일도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케네디는 재클린이 없이 다른 도시에서 일정이 있으면 데이브 파워스가 여자를 데리고 왔다고 이들은 회고했다. 경호원들은 여자들이 대통령을 해칠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으나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으며, 케네디와 재클린 부부 사이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이야기 했다. 이들은 이런 그런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케네디의 심각한 건강 상태와 난잡한 여자관계는 FBI의 에드가 후버 국장, CIA의 고위 간부, 합동참모본부의 장군과 제독들도 알고 있었다. 케네디에 유고(有故)가 생기면 대통령직을 승계할 린든 존슨 부통령도 잘 알고 있었다. 샘 지앙카나 등 마피아들도 물론 잘 알고 있었다. 법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도 잘 알고 있었고 그는 형을 보호해야 했다. 1963년 여름, 로버트 케네디는 동독 출신으로 워싱턴 주재 서독 대사관 직원의 부인이며 고급 클럽의 파티 걸인 엘렌 로메티시(Ellen Rometsch)를 긴급하게 본국으로 추방해 버렸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이 그녀가 케네디 및 몇몇 상원의원과 깊은 관계이며 동독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케네디의 여자관계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75년 11월, CIA의 불법활동을 조사한 상원 조사위원회(프랭크 처치 의원이 위원장을 지내서 ‘처치 위원회’라고 부른다.)가 펴낸 보고서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등장하고 나서 부터다. 그 해 12월부터 그녀의 이름이 주디스 캠벨(Judith Cambell)이며, 캠벨은 케네디와 관계를 가지면서 동시에 마피아 보스와도 연인 관계라는 보도가 주류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 케네디의 비서실장 격(格)이었던 케네스 오도넬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고, 데이브 파워스는 “내가 아는 캠벨은 토마토 수프 캔 뿐”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오도넬과 파워스가 거짓말을 한 것임은 누가 보나 분명했다.
- 사진 (1) : 케네디 시절의 백악관 실내 수영장. 오른쪽은 1962년에 벽화를 장식한 후 모습. 바다를 좋아하는 케네디의 취향이 반영된 벽화다.
- 사진 (2) : 케네디의 여인들. 윗줄 왼쪽이 마릴린 먼로, 아랫줄 가운데가 주디스 캠벨.
- 사진 (3) : 엘렌 로메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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