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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처치위원회

작성일 : 2023-11-06 22:54조회 : 410

상원 처치위원회

케네디의 정부(情婦)였던 주디스 캠벨(Judith Campbell 1934~1999)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1976년 6월에 나온 상원 처치위원회(The Church Committee) 보고서에서였다. 소문 만 무성했던 케네디의 여자 관계가 베일을 벗게 된 것이다. 우선 처치위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자 한다.

1974년 8월 22일.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이로 인한 닉슨의 사임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미국인의 불신은 최고조에 달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미국 언론은 성역 없이 모든 것을 취재하고 보도하게 됐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하던 그해 연말 12월 22일, 뉴욕타임스는 CIA가 국내 인사들을 사찰하고 외국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등 불법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시무어 허시(Seymour Hersh 1937~)였다. 허시는 프리랜서 기자 시절에 베트남 전쟁에서의 밀라이 양민 학살을 특종으로 롤링스톤지(誌)에 보도해서 퓰리처 상(賞)을 탔다. 1972년에 뉴욕타임스 기자가 된 허시는 특유의 끈질긴 취재력으로 CIA를 뿌리부터 흔드는 메가톤급 특종기사를 낸 것이다.

1974년 11월 중간선거에선 예상대로 공화당이 참패했다. 상원에서 민주당은 4석을 늘려서 61석을 차지했고 공화당은 37석으로 줄어들었다. 하원에선 민주당이 49석을 늘려서 291석을 확보했고 공화당은 48석이 줄어서 144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하원에선 민주당이 의석의 2/3를 차지한 것이다. 1975년 1월, 새로운 회기가 시작하자 의회는 뉴욕타임스 기사로 드러난 CIA 불법활동을 조사하고자 했고, 1월 27일 상원은 82 대 4로 ‘정부의 정보활동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상원은 1974년 선거에서 무난하게 4선에 성공한 아이다호 출신의 프랑크 처치(Frank Church 1924~1984) 상원의원을 특조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CIA의 활동을 조사하게 되는 이 위원회는 ‘처치위원회’(The Church Committee)로 불린다.

처치위원회는 1년 동안 조사와 청문을 거쳐서 1976년 6월 6권으로 된 보고서와 7권으로 된 청문기록을 발표했다.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많은 증인에 대한 청문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아직도 많은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청문회에는 전·현직 CIA 국장 등 많은 증인들이 나와서 선서하고 진술을 했다.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해 의회가 공개적으로 청문을 한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일로, 당시 포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국무장관이며 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는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프랑크 처치 등 민주당의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은 이 청문회를 통해 자신들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었고, 처치 의원은 유명해져서 차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거론됐다. 반면에 보수 인사들은 이에 반발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와서 방송과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던 로널드 레이건은 이 청문회가 KGB만을 도울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처치위원회는 CIA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활동 뿐 아니라 FBI와 CIA가 1950년대 초부터 민간인 서신을 개봉해서 검열했으며, CIA는 유력한 언론인들을 CIA 자산으로 관리해서 이용했음도 밝혀냈다. 특히 주목을 산 CIA의 활동은 ‘가보’(家寶 : Family Jewels)라고 불린 비밀작전으로, 외국 정부를 전복하고 그 지도자를 암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치위원회는 1960년대 이후 CIA가 콩고의 루뭄바 대통령. 도미니카의 라파엘 트루히요 대통령. 그리고 남베트남의 응고웬 딘 지엠 대통령 정부를 전복하고 이들을 죽도록 한 작전에 개입했음을 확인했다. 또한 CIA가 쿠바의 카스트로를 암살하려고 했음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1970년 칠레 대선 당선자인 공산주의자 살바도르 아엔데의 대통령 취임을 저지하기 위한 쿠데타 시도를 조종해서 그 과정에서 참모총장인 르네 슈나이더 장군이 살해되도록 하고 1973년 9월 11일 군부 쿠데타를 지원해서 아엔데 대통령이 죽도록 했음을 확인했다.

1970년 칠레 쿠데타 시도와 1973년 칠레 쿠데타는 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의 승인 하에 이루어 졌음이 밝혀져서 키신저 장관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CIA가 신생국가 콩고의 친소(親蘇) 성향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총리이던 루뭄바가 1961년 1월 17일에 살해되도록 한 사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가 1961년 5월 30일에 일어난 쿠데타로 사망한 사건, 그리고 남베트남 대통령 지엠이 1963년 11월 2일에 일어난 쿠데타로 피살된 사건은 모두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 또는 승인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이었다. 또한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해 마피아와 협력했다는 소문과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임도 확인이 됐다. 케네디 정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는 곤혹스러웠지만 케네디 형제가 이미 죽었기 때문에 초점은 닉슨 행정부 시절의 CIA가 칠레의 군부 쿠데타에 개입한 사안에 맞추어졌다.

처치위원회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CIA가 마피아와 연루되어 있나를 조사했으나 중요한 증인들이 사망해서 큰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시카고 마피아 보스였으며 미국 검찰의 수사를 피해 멕시코로 도피했던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가 시카고로 돌아와 있었는데, 처치위원회는 지앙카나가 카스트로 암살 시도에 간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청문회에 출두할 것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청문회 출두를 앞둔 1975년 6월 19일 지앙카나는 자택에서 무참하게 살해됐다. 처치위원회가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함에 따라 1976년 9월 하원은 암살특위(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Select Committee on Assassinations)를 구성해서 2년간 활동을 하게 된다. 암살특위는 워렌위원회가 다루지 못한 많은 쟁점을 다루어서 1979년에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확실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사진 (1) : 프랑크 처치 상원의원 (가운데)
사진 (2) : 1974년 12월 22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 (3) : 처치위원회에서 선서하는 윌리엄 콜비 CIA 국장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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