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디스 캠벨 (1)

작성일 : 2023-11-07 19:40조회 : 376

주디스 캠벨 (1)

1975년 9월 12일, CIA의 불법활동을 조사하던 상원 처치위원회(The Church Committee)는 주디스 캠벨(Judith Campbell 1934~1999)에 소환장을 보냈다. 주디스는 두 번째 남편인 프로 골퍼 댄 엑스너(Dan Exner)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면서 골프 경기에 참가 중이었고 성(姓)을 ‘엑스너’로 바꾸어서 처치위원회는 그녀를 찾는데 오래 걸렸다. 9월 19일, 주디스는 상원 처치위원회의 법률고문과 인터뷰를 하고, 스태프 8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질문에 답했다. 위원회 스태프들은 카스트로를 암살하려는 CIA의 공작에 간여했느냐를 물었고, 주디스는 그것을 부정했다. 주디스는 상원의원을 만나지는 않았다.

1975년 11월 16일, 워싱턴포스트는 ‘케네디가 카스트로 독살 시도를 알았는지는 의심스럽다’는 제목으로 처치위원회에 관한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1960년 대선 때 케네디 선거운동에 자원봉사했던 주디스 캠벨이 존 로셀리와 샘 지앙카나와 관련돼 있어서 우려했는데, 이는 로셀리와 자앙카나가 카스트로를 독살하려는 CIA의 시도에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처치위원회 조사관들은 캠벨이 케네디 백악관에 11개월 동안 70여 차례 전화를 했으며, 이는 케네디의 비서였던 이블린 링컨의 진술에 의해서도 확인됐으며, 후버 국장이 주디스가 지앙카나 등과 관련이 있음을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에게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주디스 캠벨의 카스트로 암살 시도와의 관련성 여부는 무시하기로 했고 케네디가 카스트로 암살 작전에 대해 알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처치위원회는 1975년 11월 20일에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1960년 말부터 1962년 중반까지 자주 연락했던 케네디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a close friend)가 존 로셀리 및 샘 지앙카나의 가까운 친구이며 그 기간 중 이들을 자주 만났다”는 구절이 들어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친구를 통해서 존 로셀리 및 샘 지앙카나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인데, 처치위원회의 스태프들은 이 구절이 갖고 있는 폭발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고서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앨 카폰이 탈세로 유죄판결을 받고 알카트레즈 감옥에 갇힌 후 시카고 마피아 대부로 등극한 샘 지앙카나(Sam Giancana 1908~1975)는 조셉 케네디와 긴밀한 관계로, 금주법 시절에 위스키 밀수를 같이 했다. 그 후 시카고 마피아 조직을 이끌었으나 검찰의 수사로 구금돼 있다가 대배심 기간만료로 1966년에 석방되자 멕시코로 도망갔다가 1974년 7월에 시카고로 돌아왔다. 처치위원회는 지앙카나에 대해 청문회 출석을 명령했고, 지앙카나는 청문회 출석을 앞둔 1975년 6월 19일 자택에서 무참하게 살해됐다. (훗날 주디스 캠벨은 자기의 연인이었던 샘 지앙카나가 살해되는 것을 보고 두려워서 처치위원회에서 카스트로 암살 기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태리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온 존 로셀리(John Roselli 1905~1976)는 원래 이름이 필리포 사코였다. 경찰을 피해서 시카고로 도망가서 이름을 존 로셀리로 바꾸고 샘 지앙카나의 조직에 가담했다. 일찍이 로스앤젤레스에 자리 잡고 LA 마피아 조직을 장악했으며, 샘 지앙카나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업계로 진출했다. 외모가 수려했지만 성격이 포악해서 FBI는 로셀리가 열 명 이상을 직접 살해했을 것으로 보았다. 로셀리는 암살에 천부적 소질이 있어서 이를 잘 아는 CIA는 로셀리에게 카스트로를 암살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나중에 확인된 바 있다.

존 로셀리는 1975년 6월 24일과 9월 22일 두 차례에 걸쳐 상원 처치위원회에 출두해서 CIA의 카스트로 암살 작전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로셀리가 위원회에 출석하기 5일 전에 위원회에 출석하게 되어 있던 샘 지앙카나가 살해됐다. 1976년 4월 23일, 처치위원회는 존 로셀리를 다시 소환해서 케네디 암살에 관한 질의를 했다. 그해 7월 위원회는 로셀리를 다시 소환하기로 하고 출두명령을 보냈으나 그는 행방불명이 됐다. 8월 7일, 로셀리가 사리진 후 열흘 만에 마이애미 근처 해안가에 떠다니는 드럼통을 한 낚시꾼이 발견했는데, 그 속에 부패된 로셀리의 토막 난 시체가 발견됐다.

FBI는 지앙카나와 로셀리를 살해한 배후로 샘 지앙카나가 멕시코로 떠난 후 시카고 마피아를 장악한 일당을 지목했으나 범인은 물론 밝혀지지 않았다. 지앙카나와 로셀리가 피살된 이유가 단순히 시카고 마피아 내부 사정 및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이권 때문인지, 아니면 이들이 케네디 암살에 대해 진술을 할 가능성 때문에 처리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존 로셀리가 케네디 암살 현장에 있었던 제3 또는 제4 저격수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를 검증할 방법은 물론 없다.)

1975년 12월 15일, 칼럼니스트 윌리엄 사파이어(William Safire 1929~2009)가 뉴욕타임스에 ‘The President's Friend'라는 칼럼을 통해서 처치위원회가 보고서에서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라고 표현한 사람은 시카고 마피아 보스와 미국 대통령을 번갈아가면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beautiful girl)이라면서, 처치위원회는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프랑크 처치 상원의원은 위원회가 결코 사실을 은폐할 의도는 없으며 주디스 켐벨은 특별하게 아는 바가 없으며 케네디 대통령이 카스트로 암살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발전하자 12월 17일, 주디스 캠벨은 샌디에고 자택에서 기자회견를 가졌다. 주디스 캠벨의 기자회견은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됐다. 이렇게 주디스 캠벨은 케네디와 관계를 가진 수 많은 여인 중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더구나 캠벨은 바로 6개월 전에 살해된 마피아 보스 샘 지앙카나의 연인이기도 했으니 그 여파는 컸다.

사진 (1) : 케네디, 주디스 캠벨, 샘 지앙카나.
사진 (2) : 기자회견에 큰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주디스 켐벨. 옆은 두 번째 남편 댄 엑스너.
사진 (3) : 상원 위원회에 출두한 존 로셀리. 그는 얼마 후 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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