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디스 캠벨 (4)

작성일 : 2023-11-11 08:38조회 : 354

주디스 캠벨 (4)

주디스 캠벨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만난 케네디를 좋아 했다. 케네디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프라이머리 선거 운동으로 바빴지만 주디스에게 거의 매일 전화를 했다. 1960년 3월 7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날 케네디는 뉴욕에 머물렀다. 케네디는 주디스한테 뉴욕으로 오라고 해서 그 날 밤 플라자 호텔에서 첫 정사(情事)를 가졌다. 케네디는 예상대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했다. 3주일 후 주디스는 마이애미비치로 가서 폰텐블로 호텔에서 하는 프랑크 시나트라 쇼를 보았다. 시나트라는 주디스에게 샘 플러드(Sam Flood)라는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주디스는 자연스러운 농담을 하는 샘을 좋아했다. 위스콘신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케네디는 그날 밤에도 주디스에게 전화를 했다. 케네디는 주디스에게 무엇을 하고 있고 누구를 만나느냐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기를 좋아 했다. 주디스가 “오늘은 샘 플러드를 만났다”고 했더니 케네디는 “그랬나. 샘 지앙카나”라고 했다. 주디스가 “그게 진짜 이름이냐?”고 물었고 케네디는 “그렇다”고 답했다. 연예계에선 가명을 많이 쓰기 때문에 주디스는 그런가 보다 했다.

그해 4월 6일, 케네디는 임신을 한 재클린이 딸 캐롤라인과 함께 플로리다로 갔다면서 주디스한테 워싱턴 조지타운에 있는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바로 전날 케네디는 위스콘신 프라이머리에서 휴버트 험프리에 간신히 승리했다. 두 사람은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주디스는 케네디가 재클린과 함께 자는 침대에서 섹스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느꼈지만 케네디는 개의치 않았다. 집을 관리하는 여자 하인이 주디스가 온 것을 보아도 케네디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주디스가 어색하게 생각했다. 사랑을 마친 두 사람은 하인이 해 주는 저녁 식사를 같이 했는데, 저녁 자리에는 ‘빌(Bill)'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있었다. 케네디와 빌이라는 체구가 큰 남자는 저녁을 먹으면서 선거와 정치 이야기를 했다. 케네디는 빌이 철도 로비스트라고 알려 주었다. 1977년에 나온 주디스의 책에는 이렇게 나왔으나 그 때 만난 빌은 빌 톰슨(Bill Thompson)으로 플로리다 철도회사 대표이고 케네디와는 바람도 같이 피는,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1977년에 나온 책에선 하지 못한 이야기를 주디스는 20년 후에 시무어 허시 기자한데 털어 놓았다. 케네디는 주디스에게 샘 지앙카나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와 다음에 만나자고 전하라고 했다. 그리고 케네디는 작은 가방을 주면서 이것을 지앙카나에게 전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주디스가 그러겠다고 하자 케네디는 가방을 열어서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가방 속에는 100달러 지폐 뭉치로 25만 달러가 있었다. 주디스가 이것을 갖고 시카고까지 가는 게 안전하냐고 묻자 케네디는 다른 사람이 기차 속에서 안 보이게 보호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케네디는 주디스가 입고 온 새로 산 밍크 코트를 보고 내가 사준 것으로 하겠다면서 1000달러 지폐 두 장을 주디스에 주었다. 당시는 1000달러 지폐가 통용될 때였다.

주디스는 기차 편으로 다음 날 아침 시카고에 도착했다. 지앙카나가 주디스를 반갑게 맞았고 가방을 전달받았다. 지앙카나는 주디스에게 시카고 시내를 구경시켜 주고 자기가 운영하는 클럽 등 사업체를 보여주었다. 주디스는 지앙카나가 큰 사업을 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주디스는 자기가 지앙카나와 성관계를 맺기 시작한 때는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후라고 말했다. 따라서, 1961년 가을부터 1962년 말까지 주디스는 ‘낮의 대통령'과 ’밤의 대통령‘을 동시에 연인으로 두었던 셈이다.

주디스는 케네디를 4월 12일에 마이애미비치의 폰텐블로 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거기서 케네디는 지앙카나와 만나서 둘이서 이야기를 했다. 지앙카나가 떠난 후 케네디와 주디스는 사랑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 케네디는 만일에 자기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하면 재클린과 이혼하기로 이미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네디는 주디스를 만나기 전에 한 결정이라고 했다.

5월 10일에 열린 웨스트버지니아 프라이머리에서 케네디가 휴버트 험프리를 누르고 승리함에 따라 케네디는 후보로서 지위를 굳혔다. 7월 11~15일 간 LA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케네디는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8월 초, 케네디는 주디스에게 또 다시 돈을 지앙카나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디스는 뉴욕에 아파트를 빌려서 머물었고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케네디는 뉴욕을 자주 들렀다. 주디스는 지앙카나에게 보내는 두 번째 돈 가방 심부름도 무난하게 마치고 지앙카나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았다. 그 즈음에 주디스는 비로서 마피아라는 게 있으며 지앙카나가 시카고 마피아의 대부(God Father)임을 알게 됐다. 이처럼 케네디는 주디스를 통해 지앙카나에게 연락을 했다. FBI가 지앙카나를 감시하기 때문이며, 주디스는 케네디에게 무엇을 요구할 사람이 아니고 단지 케네디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1960년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마지막으로 치열했던 곳은 웨스트버지니아였다. 광업이 주요 산업이고 대부분 주민이 빈곤했던 웨스트버지니아에는 가톨릭 인구가 없다시피 했다. 그 즈음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면 로마 교황이 미국 대통령 위에 군림할 것이라는 반(反)가톨릭 정서 때문에 케네디 측은 고민이 많았다. 웨스트버지니아는 반(反)가톨릭 정서가 특히 강해서 그곳에서는 개신교인이며 서민층 출신인 휴버트 험프리 상원의원이 승리할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프라이머리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는 대의원 투표가 결정지을 것으로 보였고, 프라이머리에 참여하지 않은 린든 존슨 상원의원은 대의원 투표를 통해 후보가 되고자 했다. (당시는 50개 주 중 15개 주 정도만 프라이머리를 했고, 그나마 여러 후보가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는 7~8개 주에 불과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케네디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압승을 거두어서 험프리는 선거 운동을 중단했고 사실상 케네디가 후보가 됐다. 케네디가 주디스를 통해 전달한 25만 달러는 웨스트버지니아 프라이머리를 앞둔 시점이라서 마피아 조직원들이 웨스트버지니아 프라이머리에 간여한 데 쓰였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그 해 웨스트버지니아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대규모 부정투표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주디스가 두 번째 돈 가방을 전달한 시점은 전당대회 후이기 때문에 이는 11월 대선 본선에 대비한 것이다. 1960년 대통령 선거에서 일리노이, 텍사스, 그리고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대규모 부정이 있었고, 그 결과로 세 곳에서 케네디가 모두 근소한 표 차이로 승리했다. 닉슨 측은 일리노이와 텍사스에서 대규모 부정투표가 있어서 패배했다고 생각했지만 선거관리는 주 당국의 소관이기 때문에 재검표를 요구해도 결과는 똑 같은 것으로 보아서 닉슨은 선거결과에 승복했다. 케네디가 일리노이에서 근소하게 승리한 데는 시카고에서의 대규모 부정선거가 결정적이었다. 시카고 부정선거는 시카고 시장 리차드 데일리와 샘 지앙카나가 주도했고, 텍사스 부정선거는 부통령 후보인 존슨이 주도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런 선거로 부통령인 닉슨이 패배한 것을 가슴 아파했다. 아이젠하워는 8년 후 1968년 대선에서 승리한 닉슨이 취임하는 모습을 월터리드 병원에서 TV로 보고 두 달 후에 눈을 감았다.

주디스가 지앙카나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은 주디스의 증언 외에도 다른 증인에 의해 확인이 된다. 바로 주디스가 기차를 타고 시카고로 가는 동안 기차 속에서 주디스를 지켜 본 사람이다. 마틴 언더우드라는 사람인데, 그는 시카고 시장 리차드 데일리의 정치 공작원이었다. 데일리 시장은 대선을 앞두고 그를 케네디의 참모인 케네스 오도넬에게 파견해서 선거운동을 돕도록 했다. 노년의 언더우드는 주디스의 진술이 사실임을 시무어 허시 기자에게 확인해 주었다. 샘 지앙카나가 케네디를 앞장서서 도운 이유는 두 가지였다.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면 FBI와 IRS(국세청)가 마피아 사업체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며,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해서 카스트로가 빼앗아 간 아바나의 카지노 호텔을 도로 찾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주디스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중요한 증언을 했다.

사진 (1) : 1960년 4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유세하는 케네디.
사진 (2) : 웨스트버지니아 빈곤층을 찾은 케네디를 보도한 라이프지(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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