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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LA Confidential
작성일 : 2023-11-25 22:50조회 : 366
LA Confidential
1950년대 우리나라는 전쟁 후 빈곤한 시절이었다. 1950년대 미국은 한국전쟁과 동서 냉전의 시절이었으나 경제는 호황이었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주간(州間)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 건설로 경기를 살렸다. 고속도로 시대가 활짝 열리자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1950년대는 TV와 할리우드의 시대이기도 했다.
<LA Confidential>은 1950년대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한 경찰 영화로 호평을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1990년에 나온 소설을 토대로 1997년에 나온 이 영화는 국내 케이블 TV에 여러 차례 상영돼서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영화는 물론 픽션이지만 번영 속에 부패와 매춘이 성행했던 그 시절 LA의 어두운 모습을 잘 그려냈다. LA의 치안을 책임진 LA경찰국(LAPD)은 폭력과 부패, 그리고 음모가 성행했다. 개성이 강한 형사 세 명이 의문의 사건을 풀어가고 결국 그들의 상관인 스미스 경감이 부패의 정점임을 밝혀낸다. 케빈 스페이스, 러셀 크로우, 그리고 가이 피어스가 세 명의 형사로 나오는데,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러셀 크로우와 가이 피어스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였다. 터프한 연기를 보여 준 러셀 크로우는 이 영화를 계기로 주연 배우로서 유명해 진다.
영화의 주인공은 샷건(Shotgun)을 멋있게 들고 나오는 엑슬리 경사(가이 피어스)이다.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안경을 쓴 엑슬리의 아버지는 LAPD의 유명한 형사였으나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정의에 불타는 엑슬리는 모든 의혹을 푸는데 성공했다. 엑슬리로부터 보고를 받은 경찰국장(Chief, LAPD)은 경찰 내부 비리와 부패가 알려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엑슬리에 의해 사살된 스미스 경감이 직무수행 중 총상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엑슬리를 표창하고 진급시키는 것으로 무마한다. LA 검사장(DA)도 이에 찬성해서 진실은 적당히 은폐된다. 아무리 강직한 엑슬리라도 이런 제안은 거부하지 못한다. 엑슬리는 승진하고 유명해 졌으나 화이트 형사(러셀 크로우)는 사직하고 수사 도중 알게 된 매춘부 린(킴 배신저)과 함께 애리조나로 떠난다.
영화에는 실제로 존재했던 성질이 고약한 마피아 미키 코헨이 나온다. 영화 제목 'LA Confidential'은 1950년대 LA에서 발간됐던 ‘Confidential’이란 고십(gossip) 잡지에서 따 왔다고 하며, 영화에는 ‘Hush Hush'라는 고십 잡지가 등장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무언가 우울한 기분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Cine Noir'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1930년대 LA를 무대로 한 <Chinatown>을 보고 난 후 느끼는 기분도 그러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정의와 진실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엑슬리가 유공훈장을 받는 장면이다, 엑슬리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악수를 하는 LAPD 국장의 이름은 나오지 않으나 실재인물인 윌리엄 파커(William Parker 1905~1966)를 모델로 삼았다. 1927년에 LAPD의 경관으로 시작한 윌리엄 파커는 승승장구해서 1950년에 국장이 됐고 1966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16년 동안 국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LAPD를 효율적인 기구로 탈바꿈시켰으나 그가 지휘한 LAPD는 폭력적이고 부패했으며 흑인을 차별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인 리차드 닉슨 부통령은 물론이고 케네디 형제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1950년대 LA는 정치인과 연예인, 그리고 배우를 꿈꾸는 젊은 여성과 매춘부로 활기가 넘쳤다. 케네디 형제는 LA를 자주 드나들었다. 매부(妹夫)인 영국 출신 배우 피터 로포드가 샌타모니카 바닷가 저택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상원의원이던 케네디는 로포드의 저택에서 마릴린 먼로를 만났다. LAPD에는 은밀한 정보부서가 있었고 윌리엄 파커 국장은 케네디 형제와 마릴린 먼로 등과의 관계를 관찰하고 있었다. LA에서의 케네디 형제와 마릴린 먼로를 감시한 사람은 파커 국장만이 아니었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과 마피아도 이들을 감시했다. 이 같은 위험한 관계는 결국 먼로의 의문사로 귀결되고 만다.
- 사진 (1) : <LA Confidential> 포스터. 관능적인 Kim Basinger는 아카데미 조연상을 탔다. Whore(몸 파는 여자) 역할을 열정적으로 잘 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엑슬리 형사로 나온 가이 피어스가 정말 멋이 있었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shotgun(강력한 산탄총)을 한 손으로 들고 조준하는 - - -... LAPD 형사나 FBI 요원들은 당시 모두 양복 차림이었다. 그것이 복장 규율이었다. 양복에 하얀 셔츠에 타이를 하고 총격전을 하는 모습은 이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 사진 (2) : 영화의 마지막 부분. 엑슬리가 훈장을 받고 경찰국장과 악수룰 하고 있다. 옆에서 박수치는 사람은 LA 지검장. 경찰국장은 시장이 임명하며 지검장은 선출직이다.
-사진 (3) : 윌리엄 파커 LA 경찰국장. (실제 모습). 부하 경찰관의 무기 점검을 하고 있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총기 검열을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 LAPD는 군대와 FBI, CIA를 합친 것 같았다. 에드가 후버는 혹시 케네디가 자기를 해임하고 윌리엄 파커를 FBI 국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경계했다. 그러나 케네디는 후버를 해임할 수 없었다. 케네디의 여자관계를 소상하게 알고 있는 후버는 그런 뉘앙스를 케네디 형제에 이따금 흘리면 케네디 형제는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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