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장이 사라진 사회

작성일 : 2023-11-26 21:10조회 : 410

정장이 사라진 사회

지난 2020년 5월로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 나니 더 이상 정장을 할 일이 없어졌다. 30년 간의 교수 생활, 4년 간의 의원 생활, 그리고 그 사이에 방송 출연이 잦았던 기간에 나는 정장에는 타이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알았다. 국회에서도 폭염기간을 제외하곤 항상 타이를 했다. 몇 달 전 TV 토론 프로에 박지원 전 대표와 함께 나간 적이 있었는데, 박지원 대표는 물론이고 진행자도 타이를 하지 않았고 나만 수트에 타이를 했다. 박지원 대표가 “요새 타이 매는 사람이 있느냐?”고 해서 웃었다.

나는 대학 강단에선 타이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30년 세월을 보냈다. 미국 유학 중이던 1980년대 초, 내가 공부한 남부 대학은 복장도 보수적이어서 남자 교수들은 당연히 정장에 타이를 했다. (캘리포니아 등 서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내가 학장을 하던 2001~02년에 총장이 학장들에게 이런 메모를 보낸 적이 있었다. “학장님들은 교수들의 복장이 너무 해이해 지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 보다 10년 정도 나이가 많은 총장은 젊은 교수들이 지나치게 캐주얼한 차림으로 교단에 서는 것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나는 남자는 진한 남색, 회색, 브라운색 양복을 계절마다 갖추어야 한다고 알아왔다. 그래서 1980년대까지 나는 브라운색 양복도 입었다. 브라운색 양복은 1990년대 들어서 사라져 버렸다. 회색 양복도 점차 인기를 잃어가더니 이제는 거의 없어진 듯하다. 체크무늬나 줄무늬가 있는 양복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선 모두가 진한 남색이나 쥐색 양복이라서 회색 양복을 입고 가기도 이상했다.

1974년에 나온 영화 <Chinatown>은 흔히 마지막 할리우드 영화라고 불린다. 스토리와 대사, 그리고 연기가 중심인 영화 시대를 마지막으로 장식했다는 의미이다. 스토리는 내가 관심이 많은 물 관리와 관계된 것이라서 나에게는 특히 흥미로운 영화다. 로만 폴란스키가 아내 새런 테이트가 참혹하게 살해당한 후 다시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로, 1930년대 로스앤젤레스가 무대다. (<Chinatown>에 대해선 2022년 1월 18일자 페북에 소개한 바 있다.) 잭 니컬슨(Jack Nicholson 1937~)과 페이 더나웨이(Faye Dunaway 1941~)가 주연을 했는데, 잭 니컬슨이 가장 돋보이게 나온 영화라고 할 만하다. 영화에서는 잭 니콜슨의 패션이 볼 만하다. 아마도 남자가 정장을 이렇게 멋있게 입고 나온 영화는 다시 없을 듯하다. 정장이 사라지는 사회가 과연 좋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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