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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와 지니 칼멘

작성일 : 2024-01-11 07:44조회 : 304

마릴린 먼로와 지니 칼멘

1961년 1월 20일,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날 마릴린 먼로는 아서 밀러와 이혼을 했다. <The Misfits>이 개봉됐으나 흥행은 시원치 않았다. 언론에 나온 영화 평론도 비판적이었다. 먼로의 역할과 연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먼로는 57번가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의 권고에 따라 먼로는 맨해튼에 있는 페인 휘트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무언가 잘못돼서 이 병원은 먼로를 정신병자로 취급해서 병동에 감금했다. 먼로는 당황했으나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리 스트라스버그에게 연락을 했으나 반응이 없었다. 그 때 먼로는 플로리다에 머물던 조 디마지오에게 전화를 했더니 디마지오는 즉시 뉴욕으로 올라 왔다. 디마지오는 먼로가 갇혀 있는 병원에 쳐들어가서 먼로를 데리고 나오고 컬럼비아 메디컬센터의 편안한 병실에 입원시켰다. 먼로를 잊지 못했던 디마지오가 백기사로 나선 것이다.

병실에서 퇴원한 먼로는 얼마 후 산부인과와 내과 수술을 받아야 했다. 먼로는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있었다. 아파트로 돌아 온 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창밖을 보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파트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지저분해져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보고 놀랄 정도였다. 먼로는 이런저런 처방약에 의존해서 아파트에는 빈 약병이 굴러다녔다. 먼로는 더 이상 뉴욕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1961년 4월, 먼로는 LA로 돌아왔다. 먼로는 디마지오와 결혼하기 전인 1953년 1년 동안 살았던 베벌리 힐스 도헤니 드라이브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먼로는 1953년에 살았던 침실과 화장실이 각각 하나 뿐인 3호 아파트로 돌아온 것이다. 그 곳에서 먼로는 지니 칼멘(Jeanne Carmen 1930~2007)을 다시 만났다. 먼로는 뉴욕의 Actors Studios에서 연기 수업을 할 때 지니 칼멘을 만났고, 뉴욕에 살던 먼로가 촬영차 LA에 오면 칼멘을 만나곤 했다. 칼멘은 그 아파트에 오랫동안 살고 있었고, 별다른 친구가 없는 먼로는 자기보다 네 살 아래인 칼멘과 매우 가까이 지내게 된다.

아칸소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지니 칼멘은 10대 초에 집을 나와서 뉴욕 맨해튼의 유흥가에서 일하다가 빼어난 용모가 눈에 띠여서 잡지 사진 모델 일을 했다. 골프에 타고난 재주가 있었고 특히 돈을 걸고 하는 묘기 골프(trick golf)에 독특한 재주를 갖고 있는 칼멘은 골프장 투어로도 수입을 올렸다. 그러던 중 샘 지앙카나 조직의 LA 책임자인 존 로셀리(John Roselli 1905~1976)를 만났다. 로셀리는 칼멘을 LA로 데려 온 후 할리우드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데뷔시켰다. 흔히 B급 영화라고 부르는 시시한 영화에 자주 출연하던 칼멘은 연기 수업을 하러 뉴욕의 Actors Studios에서 갔다가 먼로를 만났다. 칼멘은 모델과 배우로 활동했지만 특히 묘기 골프의 귀재로 골프계에서 이름이 나 있었다.

빼어난 미인이고 먼로와 많이 닮은 지니 칼멘은 존 로셀리를 통해서 프랑크 시나트라, 피터 로포드(케네디 누이동생의 남편) 등과도 가까웠다. LA로 돌아온 후로는 뉴욕에서 알았던 사람들과는 멀어지고 지니 칼멘, 그리고 피터 로포드와 가까이 지내게 된다. 먼로는 같은 아파트 건물에 사는 칼멘과 만나는 시간이 많았고 많은 대화를 했다. 따라서 칼멘은 먼로와 케네디 형제 사이에 있었던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1962년 봄, 먼로가 브렌트우드에 집을 사서 이사를 간 후에도 먼로는 칼멘과 자주 통화를 하고 또 만났다. 먼로가 죽던 1962년 8월 4일에도 먼로는 칼멘과 여러 차례 긴 통화를 했다. 먼로는 칼멘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했으나 칼멘은 다른 약속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날 밤 9시에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먼로는 사망했다.

따라서 지니 칼멘은 먼로의 죽음, 그리고 먼로와 케네디 형제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중요한 증인이었다. 먼로가 사망하자 존 로셀리는 칼멘에게 생명이 위험하니까 즉시 LA를 떠나라고 전화를 했다. 칼멘은 도망치듯이 LA를 떠나서 애리조나에 숨어 지냈다. LA에서의 모델과 배우, 그리고 골퍼로서의 생활을 버리고 애리조나에 살면서 칼멘은 결혼을 해서 자녀를 두었다. 먼로가 죽고 난 후 20년이 지나서 탐사 언론인들이 먼로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칼멘도 입을 열었다.

칼멘은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의 집에 왔었고 먼로는 케네디 대통령 보다는 로버트를 사랑했고, 로버트는 먼로에게 부인과 이혼하고 먼로와 결혼하겠다고 말했으며, 자기는 먼로에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으나 먼로는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칼멘은 먼로가 케네디 형제와의 관계 등 중요한 일을 빨간색 표지 일지(Red Diary)에 적어 놓았으며, 8월 4일 밤 9시에 먼로와 마지막 통화를 할 때에도 먼로는 멀쩡했다면고 말했다. (먼로의 Red Diary는 종적이 없이 사라져 버렸으나 그 사본이 2000년대 들어서 LA 경찰국 비밀서류 보관함에서 발견된다.)

1990년대 들어서 칼멘은 보다 자유롭게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녀는 먼로가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칼멘은 자기가 먼로와 함께 피터 로포드의 바닷가 저택 파티에 자주 갔었고 거기서 상원의원이던 케네디와 동생 로버트를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는 말리부에 누드 비치가 있을 때라서 함께 누드 비치에 간 적도 있었다고 그녀는 지난날을 회고했다.

* 존 로셀리는 샘 지앙카나의 LA와 라스베이거스 사업을 총괄했던 마피아 언더 보스였다. 탁월한 저격수인 그는 프랑크 시나트라, 피터 로포드와 가까이 지냈다. CIA는 카스트로 암살을 로셀리에게 하청을 주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1976년 8월 상원 청문회 출두를 앞두고 행방불명됐으며 얼마 후 플로리다 바닷가에 떠다니는 드럼통에서 토막 시체로 발견됐다. 앞서서 샘 지앙카나도 상원 출두를 앞두고 자택에서 피살됐다. 먼로는 로셀리 및 지앙카나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 사진 (1) : 먼로의 사진 앞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칼멘. 1990년대.
- 사진 (2) : 먼로와 칼멘이 살았던 아파트 건물.
- 사진 (3) : 배우 시절의 칼멘, 제일 왼쪽. 1957년 할리우드.
- 사진 (4) : Trick Golf의 귀재(鬼才)로 잡지에 소개된 지니 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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