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962년 먼로와 20세기 폭스사

작성일 : 2024-02-02 23:50조회 : 263

1962년 먼로와 20세기 폭스사

1962년 5월 말부터 7월 말까지 두 달 동안 마릴린 먼로에게는 많은 일이 생겼다. 날자 순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5월 19일, 먼로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케네디 생일 행사에 다녀오다.
- 5월 22일, 먼로는 풀장 누드 장면을 촬영하다.
- 5월 24일.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이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다. 케네디는 먼로와의 연락을 차단하도록 지시함.
- 5월 28일, 피터 로포드가 먼로에게 전화해서 케네디와의 관계가 끝났다고 통보함.
- 6월 1일, 먼로는 촬영이 끝나고 생일 파티를 하고 다저스 구장 자선경기에 다녀옴.
- 6월 2~7일, 먼로는 감기와 정맥염증으로 촬영을 못함.
- 6월 8일, 20세기 폭스사는 먼로를 해고함.
- 6월 11일, 먼로는 파리에 있는 다릴 자누크와 통화를 함.
- 6월 13일, 먼로는 피터 로포드 결혼 축하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음을 로버트 케네디에게 자택으로 보낸 전보로 통보함.
- 6월 20일~7월 중순, 먼로는 <Vogue>, <Cosmopolitan>과 촬영을 하고 <Life)와 인터뷰를 함.
- 6월 23일 토요일, 로버트 케네디, LA 피터 로퍼드 저택에서 먼로를 만남. (* 미확인)
- 6월 25일, 로버트 케네디, 폭스사 경영진에게 먼로와의 재계약을 지시함. (*)
- 6월 26일 화요일, 로버트 케네디, 조직범죄 회의 일정으로 LA 도착. 저녁에 피터 로포드 집에서 먼로 만남.
- 6월 27일 수요일, 로버트 케네디, 브렌트우드 먼로 집으로 찾아 옴.
- 6월 말, 폭스사는 새 계약안을 먼로의 변호사에게 제의함.
- 7월 4일, 로버트, 케네디 네바다 핵 실험장 핵 폭발 실험 참관. (*)
- 7월 13일, 에드가 후버, FBI 멕시코시티 지부로부터 먼로에 관한 정보를 보고 받음.
- 7월 17일, 로버트 케네디, 네바다 핵 실험장, 전술 핵 무기 실험 참관.
- 7월 17일, 로버트 케네디, 직통번호 변경 및 먼로와 연락 차단.
- 7월 25일, 폭스사 이사회, 데릴 자누크를 사장으로 선출. 월가(街) 출신 이사진 퇴진.
- 7월 28~29일 (토~일요일), 먼로, 레이크 타호 칼 네바 카지노 호텔에 체류.
- 8월 1일, 20세기 폭스사 먼로와 재계약 체결.
- 8월 1일, 먼로 인터뷰를 게재한 8월 3일자 <Life> 가판대에 나옴.
- 8월 4일 토요일 밤, 먼로 사망.

5월 22일 밤, 먼로가 누드로 풀장 장면을 찍고 나서 그 소문이 나니까 폭스사 경영진들은 영화 홍보를 했다면서 좋아 했다. 그리고 6월 2일부터 먼로가 아파서 촬영장에 못나오자 폭스 경영진, 즉 이사회는 먼로를 해고했다. 먼로는 큰 타격을 당했으나 먼로를 좋아하는 팬들이 항의를 해서 폭스사는 곤경에 처한다. 그러더니 6월 말 폭스사의 경영진은 먼로의 변호사에게 연락을 해서 먼로에게 우호적인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자고 제안하나 먼로는 답을 미루었다.

폭스사의 변덕스러운 조치는 로버트 케네디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당시 폭스사의 이사진의 다수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관계없이 주식을 매집한 월가 투자자와 변호사가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로버트 케네디의 사람들이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먼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해고를 했다가 먼로가 침묵하도록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먼로는 자기와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폭스사 프로듀서이면서 주주이고 이사로 당시 파리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그린 <The Longest Day>를 제작하던 다릴 자누크와 연락을 했다. 먼로를 해고한 조치를 납득할 수 없었던 자누크는 먼로에게 자기가 반격을 가해서 경영권을 찾아오면 먼로를 복귀시키겠다고 알려 주었다. 자누크와 먼로가 이런 모의를 꾸미는지는 로버트 케네디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먼로는 폭스사가 제안한 유리한 재계약에 대해 서명하지 않고 보류했던 것이다.

다릴 자누크는 반격을 가해서 7월 25일 이사회에서 월가 출신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하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월가 출신 이사들은 이미 폭스사가 갖고 있던 땅을 로버트 케네디의 처가와 관련이 있는 ALCOA에 팔아 넘겼다. 우리 식으로 말한다면, 로버트 케네디는 정경유착 비리를 저질렀고 폭스사 경영진은 배임죄를 저지른 것이다. 폭스사는 8월 1일 먼로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해서 먼로는 1955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20세기 폭스사와 싸워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먼로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이렇게 함으로써 먼로는 자기가 사랑한다는 미국 법무장관과 위험한 게임을 한 것이다.

7월 13일, 에드가 후버 FBI 국장은 멕시코시티 지부로부터 비밀전문을 보고 받았다. 내용은 먼로 주변에 심어 놓은 CIA의 정보원(정식 요원이 아니고 돈을 주고 첩보를 얻어 오도록 CIA가 고용한 사람)에 의하면 먼로가 피터 로포드의 집에서 로버트 케네디로부터 핵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핵 실험의 도덕성을 두고 논란을 벌였으며, 먼로가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프레데릭 밴더빌트 필드가 7월 10일에 뉴욕에 도착해서 57번가에 있는 먼로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먼로는 멕시코시티에서 영화 일을 하는 호세 볼라노스를 만나서 프레데릭 필드 등 공산주의자 미국인들과 같이 어울렸고, 볼라노스는 먼로와 함께 LA에 와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같이 참석했다. 먼로는 볼라노스를 4월에 뉴욕에서 만났고, 7월 초에 LA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 먼로가 프레데릭 필드 등 좌파 망명객들과 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볼라노스 밖에 없었다. 따라서 볼라노스는 CIA에 의해 고용된 정보원이었을 것으로 본다.

결국 미국 대통령의 동생이기도 한 미국 법무장관이 핵 실험에 관한 미국의 은밀한 정보와 정책을 정부(情婦)에게 말을 하고 그 정부(먼로)는 멕시코에 있던 공산주의자를 자기 아파트에서 머물도록 해 준 꼴이 됐다. 볼라노스로부터 그런 정보를 입수한 CIA 멕시코 지부는 그것을 CIA 방첩단장 제임스 앵글턴에게 보고했고, FBI 주재관은 에드가 후버 국장에게 보고했다. 7월 15일 또는 16일, 에드가 후버는 로버트 케네디에게 멕시코 지부에서 올라 온 내용을 보고했다.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에게 한 이야기가 미국의 안보에 위험을 야기한다는 보고였다.

또한 로버트 케네디는 후버가 자신과 형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데 놀랐다. 후버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보고를 받은 로버트 케네디는 먼로로부터 오는 전화를 연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먼로는 갑자기 로버트 케네디마저 연락이 되지 않자 화를 내고 또 당황해 했다고 전해진다. 먼로는 죽기 1주일 전인 7월 28~29일 주말을 레이크 타호에 있는 칼 네바 카지노 호텔에서 보냈다. 그 주말에 프랑크 시나트라와 피터 로포드는 먼로에게 로버트 케네디를 잊으라고 설득했으나 먼로는 듣지 않았다. 먼로는 로버트 케네디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었다. 8월 4일, 로버트 케네디는 브렌트우드의 먼로의 집으로 찾아 왔고, 그 날 밤 먼로는 죽었다.

- 사진 (1) : 1960년대 20세기 폭스 광고.
- 사진 (2) : 1962년 가을에 개봉한 <The Longest Day>는 아카데미 등 영화상을 휩쓸었고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에는 1964년에 들어왔고, 중학교 1학년이던 나는 학교 전체가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갔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좋은 영화였기 때문 일 것이다.
- 사진 (3) : <The Longest Day> 촬영을 진두지휘하는 다릴 자누크. 사장이 된 후 그는 <The Sound of Music>, <Patton>을 제작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사진 (4) : <The Longest Day> 장면. 오마하 비치를 향해 가는 미 레인저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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