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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버트 슬레처
작성일 : 2024-02-03 00:05조회 : 261
로버트 슬레처
마릴린 먼로의 죽음이 자살이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고사가 아니라 살인이며, 로버트 케네디와 관련이 있다고 처음 공개적으로 주장한 사람은 로버트 슬래처(Robert Slatzer 1927~2005)이다. 슬래처는 1974년에 펴낸 책 <The Life and Curious Death of Marilyn Monroe>에서 그런 주장을 했다. 슬래처는 또한 자신이 마릴린 먼로와 한때는 매우 가까웠으며 먼로가 죽기 전까지 자주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자기의 기억에 주로 의존해서 썼기 때문에 그 진실성을 의심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 먼로에 관한 광범한 조사 및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Goddess>(1985년)을 펴낸 앤서니 서머스(Anthony Summers 1942~)는 슬레처의 주장이 먼로와 가까운 사람들의 진술에 의해 진실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오하이오 출신인 로버트 슬레처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다녔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할리우드를 취재하러 1946년 LA를 들었다. 그러던 중 20세기 폭스사 로비에서 마릴린 먼로를 만났다. 슬래처와 친해진 먼로는 그가 오하이오 콜럼버스에 있으면 장거리 전화를 오랫동안 하곤 했다. 먼로가 어렵게 배우가 되려고 노력할 때 두 사람은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아파트를 같이 쓰기도 했다. 1952년부터 먼로가 유명해진 후에도 두 사람은 비밀리에 사랑을 나누었고, 먼로가 조 디마지오와 사귀어서 뉴스에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슬레처는 신문에 문화 기사를 많이 썼고 책을 많이 갖고 있었으며 책을 좋아하는 먼로에게 읽을 만한 책을 주기도 했다. 먼로는 디마지오와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면서도 슬레처와는 이런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먼로가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이 어떠한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1962년 8월, 칼럼니스트 도로시 킬겔런은 마릴린 먼로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다크호스가 나타났는데, 그는 오하이오 출신 로버트 슬레처라고 칼럼에서 쓰기도 했다.
슬레처는 자기와 먼로는 그해 10월 12일 결혼을 하러 멕시코 티후아나에 가서 결혼신고를 하고 LA로 돌아왔다고 책에서 밝혔다. 이를 알게 된 폭스사 제작부장인 다릴 자누크가 화를 내면서 스타로 부상한 먼로가 결혼을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야단을 쳐서 먼로는 생각을 바꾸었고, 두 사람은 다시 티후아나에 가서 결혼 신고를 없던 것으로 해결했다. 따라서 두 사람의 결혼은 3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먼로가 스타가 되고 또 디마지오와 결혼한 후에는 슬레처는 먼로와 자주 전화를 하는 등 친구로서 지냈는데, 먼로는 외롭거나 어려울 때 슬레처와 긴 통화를 했다.
슬레처는 먼로와의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LA에서 극작가와 작가로서 일하면서 살았다. 1974년에 먼로에 관한 책을 내면서 유명해졌는데, 주류 매체(main stream media)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주류 매체는 지금도 케네디를 옹호하고 변명하고 있다.) 극작가인 슬레처는 탐사 보도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책에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서 책을 팔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는 등 비판이 일기도 했다.
슬레처가 먼로의 죽음은 로버트 케네디와 관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도 그가 먼로가 죽기 전까지 먼로와 통화를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슬레처가 책에서 제기한 먼로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은 1980~90년대에 이루어진 탐사 취재에 의해 대부분 확인됐다. 슬레처는 영화 극작가와 작가로서 활동했고 1992년에는 <The Marilyn Files>이란 책을 펴냈다. 그는 2005년 3월에 사망했고 먼로가 잠들어 있는 웨스트우드 메모리얼 파크에 안치됐다.
- 사진 (1) : Robert Slatzer 책 (1974)과 Anthony Summers 책(2022년 증보판)
- 사진 (2) : 슬레처와 먼로. 1950년 경.
- 사진 (3) : 자신의 책을 들고 있는 슬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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