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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레드 오타시
작성일 : 2024-02-05 23:46조회 : 253
프레드 오타시
마릴린 먼로는 1962년 7월 중순에 오랜 친구인 로버트 슬레처를 만나자고 할 때 자기 집에서 전화를 걸지 않고 거리에 있는 공중전화를 사용했다. 먼로는 슬레처에게 집 전화가 도청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즈음부터 피터 로포드도 집 전화를 쓰지 않고 동전을 수북이 들고 나가서 공중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사람은 뒤늦게 자기 집 전화가 도청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에드가 후버는 그해 3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에게 케네디의 또 다른 정부(情婦)였던 주디스 캠벨이 샘 지앙카나의 정부(情婦)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이를 마피아의 전화를 도청해서 알았다고 했다. 그해 5월 24일, 후버는 먼로가 멕시코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만났다고 보고했고 이를 계기로 케네디는 먼로와 연락을 끊어 버렸다. 7월 중순, 후버는 먼로가 멕시코에서 만난 미국인 공산주의자를 자기의 뉴욕 아파트에 머물도록 했다고 로버트 케네디에게 보고했다. 이를 계기로 로버트 케네디도 먼로와의 연락을 차단했다. 로버트 케네디가 자신이 피터 로포드나 마릴린 먼로와 통화를 하면 도청될 수 있음을 안 시점도 그 즈음일 것이다.
20세기 들어서 갑자기 성장한 LA는 졸부(猝富)도 많고 매춘이 성행한 ‘죄악의 도시’(Sin City)였다. 2차 대전 후 할리우드에서 영화산업이 번창하자 배우와 모델이 되고자 하는 젊은 여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서 LA에선 매춘과 스캔들이 번창했다. LA에서 여자 모델의 반쯤 벗은 사진을 내건 잡지를 펴내던 로버트 해리슨(Robert Harrison 1904~1978)은 LA의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 주변 이야기와 사생활을 담은 <Confidential>이란 계간(季刊) 잡지를 1952년 12월에 창간했다. 이 잡지는 선풍적 인기를 끌어서 이듬해 여름부터는 격월간으로 냈다.
<Confidential>이 많은 단독보도를 하는데 기여한 사람이 프레드 오타시(Fred Otash 1922~1992)이다, 레바논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오타시는 2차 대전 중 해벙대로 참전하고 전후에 그 경력으로 LA 경찰국(LAPD) 경관이 됐다. 그는 풍속단속반(Vice Squad)으로 거리에서 매춘여성과 마약 판매를 단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춘여성들로부터 그들의 고객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오타시는 이런 정보를 <Confidential> 잡지사에 팔아서 수입을 올렸다. 경찰이 적성에 맞지 않은 그는 사직하고 탐정 사무실을 차리고 배우자의 부정을 파악하는 일 등으로 돈을 벌었다. 1950년대 LA는 비리와 섹스 스캔들이 넘쳐흘러서 오타시는 크게 성공했다. 오타시가 개척한 분야가 도청이다. 전화선에 도청기를 달아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외에도 집이나 사무실에 침입해서 도청장치를 심고 대화를 녹음하였다. 오타시는 자신의 고객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호했고,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누구를 위해서든 일을 했다.
프레드 오타시는 마릴린 먼로가 1961년 봄에 LA로 돌아 온 후 먼로를 도청해 온 것은 분명하다. 케네디 형제와 유감이 많은 트럭 노조(Teamster Union) 대표인 지미 호파(Jimmy Hoffa 1913~1975)는 케네디 형제의 약점을 잡기 위해 LA에 있는 주디스 켐벨, 마릴린 먼로, 그리고 피터 로포드의 전화를 도청하도록 프레드 오타시에 하청을 주었다. 오타시는 먼로와 로포드는 집안 여러 곳에 도청기도 설치해서 대화를 엿들었다. 호파가 이렇게 확보한 녹음 테이프를 누구와 공유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에드가 후버 FBI 국장과 제임스 앵글턴 CIA 방첩단장이 먼로와 로포드를 독자적으로 도청했는지, 또는 오타시에게 하청을 주어서 도청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CIA 방첩단이 먼로를 도청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우연한 기회에 공개된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에드가 후버와 제임스 앵글턴은 먼로와 로포드를 도청해서 케네디 형제를 견제했을 것으로 보인다.
1985년에 앤소니 서머스가 <Goddess>를 펴내자 여기에 자극을 받은 BBC TV는 <Say Goodbye to the President>라는 제목의 도큐먼트를 방송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현업에서 은퇴한 프레드 오타시는 오랜 침묵을 깨고 먼로와 로포드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했으며 로포드의 집에서 케네디와 먼로가 베드룸에서 같이 있는 소리도 녹음했다고 인정했다. 오타시는 그 후 먼로가 죽는 날에 먼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고 인정했다. 평생 동안 담배를 많이 핀 오타시는 1992년 10월, 70세로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증언은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 의해서 확인됐으며, 그가 갖고 있던 수많은 테이프와 자료는 그의 딸이 보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 로버트 케네디가 1968년 6월에 암살되지 않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면 아마도 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됐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마피아는 또 다른 ‘케네디 대통령’이 등장하는 꼴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고, 에드가 후버와 제임스 앵글턴도 그러했다. 그해 로버트가 대선 출마를 주저했던 이유도 그가 이 테이프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 사진 (1) : Fred Otash. 1950년대 말. 영화 < Chinatown>의 주인공 Jake Gittes(잭 니콜슨 역)은 프레드 오타시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 사진 (2) : 잡지 <Confidential> 표지. 영화 <LA Confidential> 제목은 이 잡지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 속에는 ‘Hush Hush'라는 잡지 기자가 스캔들을 취재하는 장면이 나온다.
- 사진 (3) : 1985년 BBC <Say Goodbye to the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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