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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BC 20/20 ‘마릴린 먼로’
작성일 : 2024-02-06 19:39조회 : 242
ABC 20/20 ‘마릴린 먼로’
앤서니 서머스의 <Goddess> 출간에 힘입어서 영국 BBC 방송은 마릴린 먼로 죽음의 의문을 다룬 1시간이 넘는 도큐먼트 <<Say Goodbye to the President>를 제작해서 방송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었다. 제목 “Say Goodbye to the President”는 먼로가 죽던 날 밤에 피터 로프드에게 전화를 걸고 마지막으로 했다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먼로가 자살을 한 것으로 처리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피터 로포드는 살인 방조범이고 증거를 인멸한 사법방해범이다.
영국 BBC가 이런 도큐먼트를 만들었다면 미국 방송사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미국 ABC 방송의 시사프로인 <20/20>를 제작하는 프로듀서 스탠호프 굴드(Stanhope Gould 1934~2018)는 앤서니 서머스의 책 가제본을 읽고 이를 프로로 만들어서 1985년 내에 방송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실비아 체이스(Sylvia Chase 1938~2019)와 헤랄도 리베라(Geraldo Rivera 1943~ )로 하여금 먼로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20/20>로 만들도록 했다. 1979년에 시작한 ABC의 <20/20>는 당시에는 휴 다운스(Hugh Downs 1921~2020)와 바버라 월터스(Barbara Walters 1929~2022)가 진행을 했으며, 시청률이 매우 높은 대표적인 심층 시사프로였다.
실비아 체이스와 헤랄도 리베라는 먼로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는 등 의욕적으로 30분짜리 프로를 만들었다. 로버트 슬레처와 지니 칼멘은 BBC 방송에 말했던 대로 먼로의 죽음은 결코 자살이나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프레드 오타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기가 지미 호파의 부탁으로 먼로와 피터 로포드의 집을 도청해왔으며,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가 먼로의 집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이던 샘 요티(Sam Yorty 1909~1998, 1961~73년 LA 시장)는 LAPD 국장 윌리엄 파커(William Parker 1905~1966, 1950~66 LAPD 국장)가 자기에게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가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목격됐다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이들은 먼로가 죽던 날 로버트 케네디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고 LA에 없었다는 케네디가(家)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제작진이 30분짜리 프로를 완성하자 경영진은 느닷없이 이를 줄이라고 지시해서 제작진들은 불평을 하면서 13분짜리로 축소해서 만들었다. 그럼에도 경영진을 불방(不放) 결정을 내렸다. 불방 조치를 취한 경영자는 루느 알레지(Roone Arledge 1931~2002, 1977~1998 ABC 사장) 사장이었다. 루느 알레지는 로버트 케네디의 부인 에셀 케네디와 가까운 사이였고, 사장실에 근무하는 스태프 중에는 케네디 형제의 보좌진이었던 사람과 로버트 케네디의 딸과 결혼한 사람이 있었다. 루느 알레지는 자신의 결정은 에셀 케네디와의 친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으나 그것은 해적 두목이 보물을 땅에 묻고 여기에 보물이 없다고 팻말을 붙이는 꼴이었다.
<20/20> 진행자이던 휴 다운스는 먼로의 죽음에 관한 프로는 워터게이트를 다룬 보도 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만들어졌는데도 경영진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바버라 월터스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켜서 비판을 들었다.
직접 프로를 제작한 실비아 체이스는 ABC에 사표를 내버렸다. 실비아 체이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지역 방송인 KRON에서 앵커를 지내다가 1990년 말에 다시 ABC로 북귀해서 2001년까지 일했다. 헤랄도 리베라는 경영진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거세게 저항했다. 그러자 루느 알레지는 사소한 이유를 들어 리베라를 해고했다. 리베라는 그 후 프리랜서로 일하다고 폭스 뉴스(Fox News)가 개국할 때 스카웃돼서 최근까지 일하고 은퇴했다. 폭스 뉴스에서 리베라는 거칠고 직선적인 진행과 대담으로 유명세를 탔다.
ABC 경영진은 <20/20> 팀이 만든 먼로 프로의 외부 유출을 금지했으나 중요한 부분은 몰래 외부로 유출되어서 유통됐다. 특히 실비아 체이스가 질문을 하고 프레드 오타시가 답하는 부분은 유튜브에도 올라있다. <20/20> 마릴린 먼로 프로 사건은 PD가 사직을 하고 해고되는 파동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방송 제작의 독립성 문제를 제기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 사진 (1) : ABC <20/20> 제작 출연진. 앞줄이 휴 다운스와 바버라 월터스, 가운데 여자가 실비아 체이스, 그 옆이 헤랄도 리베라. 1983년.
- 사진 (2) : 휴 다운스와 바버라 월터스.
- 사진 (3) : 샌프란시스코 KRON 앵커 시절의 실비아 체이스.
- 사진 (4) : 폭스 뉴스 시절의 리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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