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릴린 먼로 사망하다

작성일 : 2024-02-13 10:31조회 : 277

마릴린 먼로 사망하다

1962년 8월 4일, 마릴린 먼로의 옆집에 사는 에이브 랜도(Abe Landau) 부부는 저녁 식사 모임에 갔다가 저녁 늦게 귀가했다. 부부는 먼로의 집 앞에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각에 베벌리 힐스의 올림픽 대로(Olympic Boulevard)를 동쪽으로 달리는 검은 색 벤즈 승용차가 시속 55마일 속도제한을 초과하자 그곳을 순찰 중이던 린 프랭클린 경관(Officer Lynn Franklin)은 사이렌을 울리고 따라가서 정지시켰다. 프랭클린 경관이 플래시를 비추어서 차 속을 보았더니 운전사 외에 두 명이 타고 있었다.

프랭클린 경관은 첫눈에 운전자가 피터 로포드임을 알아보았고 뒷좌석을 비추어 보았더니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이 타고 있어서 놀랐다. 프랭클린은 앞 좌석 오른 쪽에 타고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피터 로포드는 베벌리 힐튼 호텔로 간다고 프랭클린 경관에게 말했다. 프랭클린은 베벌리 힐튼은 정반대 방향이라고 알려주고 과속 티켓은 발부하지 않았다. 자정 넘어서 피터 로포드의 이웃들은 헬리콥터가 이륙하는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을 냈다. 그 다음날 프랭클린 경관은 로포드 옆에 타고 있던 사람이 먼로의 정신과 의사 랠프 그린슨임을 알게 된다.

8월 4일에서 5일로 넘어오는 밤 12시, 잭 클레몬스 경사(Sergeant Jack Clemmons 1924~1998)는 퍼듀가(街)에 있는 LA 서부 경찰청에 당직 근무차 출근했다. 새벽에 가까워지는 시각에 클레몬스 경사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상대방은 자기가 하이먼 엔젤버그라고 하면서 “마릴린 먼로가 죽었어요. 그녀는 자살을 했어요”(“Marilyn Monroe has died. She's committed suicide.")라고 했다. 클레몬스 경사는 장난 전화인 줄 알고 ”당신이 누구라고 그랬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는 마릴린 먼로의 내과의사인 하이먼 엔젤버그에요. 나는 그녀의 집에 있어요. 그녀는 자살을 했어요“라고 답했다. 클레몬스는 ”주소가 어디인가요? 내가 곧 가겠습니다“고 했다. 그는 당직 일지에 오전 4시 25분에 전화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순찰차를 몰고 먼로의 주소인 12305 Fifth Helena Drive로 향했고 백업 출동을 무전으로 요청했다.

골목 끝에 있는 먼로의 집에 도착한 클레몬스 경사는 열려있는 문을 열고 차를 마당에 세웠다. 마당에는 차 몇 대가 이미 주차되어 있었다. 문에 노크를 하자 현관 등이 켜지고 중년 여자가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는 유니스 머레이였다. 머레이는 클레몬스 경사를 베드룸으로 안내했다. 베드에는 엎드린 시신이 있었다. 시트가 머리까지 덮여져 있어서 금발만 제대로 보였다. 베드 옆에 자기가 의사인 엔겔버그라고 소개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또 다른 의사 그린슨은 서있었다. 그린슨은 "먼로가 자살을 했다"면서 베드 옆 테이블 위에 있는 수면제 넴뷰탈 빈병을 가리켰다. 클레몬스 경사는 시트를 들어서 보았더니 죽은 이는 먼로였고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먼로는 화장을 하지 않았고 피부색은 죽은 사람의 색깔인 납색이었다. 전화선이 한쪽에 있었고 먼로의 몸 아래 깔려 있었다. 오른쪽 팔은 약간 휘어 있었고, 두 다리는 직선으로 가지런했으며 멍든 자국이 있었다.

자살한 시체를 많이 보아 온 클레몬스 경사는 수면제 음독으로 자살한 사람은 경련을 경험하며 구토를 한 후에 구부러진 모습으로 사망하는데 먼로는 그런 모습이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클레몬스는 먼로의 시신이 옮겨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의사에게 “시신을 옮겼냐?”고 물었더니 "그대로"라고 답했다. 클레몬스의 질문에 대해 그린슨이 주로 답했는데, 클레몬스는 그린슨이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먼로를 살리려고 노력했느냐?"고 묻자 그린슨은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 먼로가 "언제 수면제를 먹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린슨은 "모른다"고 답했다.

클레몬스 경사는 유니스 머레이와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나 머레이는 베드룸에 없었다. 그래서 집안을 살펴보았더니 부엌 밖에 있는 개러지에서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빨래감을 접고 있던 머레이는 클레몬스를 마주치자 짜증을 내는 표정을 지었다. 클레몬스가 머레이에게 “언제 먼로가 이상함을 발견했냐?”고 묻자, 머레이는 “자정 직후”라고 답했다. 이어서 머레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린슨 박사를 불렀고 그는 12시 30분경에 도착했어요. 나는 10시경 침실로 갔어요. 나는 할 일이 있었고 마릴린의 침실 문 아래로 빛이 새어나와서 그녀가 자거나 친구와 전화를 하는 줄 알고 나는 내 침실로 갔어요. 나는 자정 경에 깨어나서 화장실을 갔어요. 그 때까지 마릴린의 침실 문 아래선 불빛이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됐어요, 문을 열려고 했는데 안에서 잠겨 있었어요,” “나는 노크를 했으나 답이 없어서 정신과 의사인 그린슨에 전화를 했어요. 그린슨은 멀지 않은 곳에 살아요. 그린슨이 도착해서 노크를 했지만 역시 아무 반응이 없어서 그린슨은 밖으로 나가서 창문으로 안을 드려다 보았어요. 그린슨은 먼로가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있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린슨은 부지깽이로 유리창을 깨고 창문을 열고 침실로 넘어 들어가서 문을 열었어요, 그린슨은 나에게 ‘우리는 그녀를 잃었다’고 하고 내과의사인 엔젤버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이런 답을 들은 클레몬스 경사는 유니스 머레이의 진술이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느꼈다. 머레이는 똑같은 어조로 이야기를 했고 조바심하면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먼로가 죽었음을 12시 30분에 알았는데 경찰에는 4시 25분에 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경험 많은 경찰관인 클레몬스는 믿을 수 없었다.“그리고는 무엇을 했냐?”고 묻자 머레이는 “집안 수선을 하던 사위 노먼 제프리스를 오도록 해서 부서진 창문을 고치도록 했고, 그 후 해야 할 집안 일을 했다”고 답했다.

다시 먼로가 죽어있는 베드룸으로 온 클레몬스 경사는 그린슨한테 "왜 네 시간이나 지나서 경찰에 신고했냐?"고 물었더니 그린슨은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전에 영화 스튜디오 공보관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고 답했다. “그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에 무엇을 했냐?”고 묻자 그린슨은 “우리는 그냥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클레몬스 경사는 모든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먼로가 숨져 있는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에는 빈 약병이 여러 개가 놓여 있었지만 물 컵은 보이지 않아서 도무지 어떻게 그 많은 수면제 알약을 삼켰는지 의심스러웠다. 클레몬스는 두 의사한테 물 컵을 찾아보라고 했으나 찾지 못했다. 더구나 먼로의 베드룸에 붙어 있는 화장실에선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물이 나오지 않았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클레몬스는 엔젤버그에게 “먼로가 주사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자기가 “단지 내복약을 처방했으나 먼로가 최근에 설사를 해서 주사를 놓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글레몬스 경사는 그린슨에게 “처음 먼로를 발견했을 때 어떠했느냐?”를 물었다. 그린슨은 "먼로는 한 손으로 전화기를 꽉 붙잡고 있어서 자기가 전화기를 손에서 떼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린슨은 "먼로가 도움을 구하는 전화를 하려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클레몬스는 이런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렸다. 유니스 머레이가 집에 있고 베드룸이 크지 않아서 조금만 움직이면 문을 열 수 있는데, 도움을 구하러 전화를 한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러나 사건 수사는 클레몬스의 일이 아니었다. 클레몬스의 임무는 최초 상황을 적어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얼마 후 LA 경찰국 본청 소속의 마빈 이아논 경사(Sergeant Iannone)와 일행이 도착했고, 이들은 출입을 통제했다. 소문을 들고 달려 온 기자들과 주변 사람들이 먼로의 집 부근에 모여 들었다. 본청 소속 경찰관들에게 현장을 인계하고 사무실로 향하면서 클레몬스는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다. 왜 두 의사는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네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했으며, 안으로 잠겼다는 침실에서 물 컵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수면제 알약을 삼켰다는 것인지, 또 왜 급하게 창문을 수리하고자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인인 먼로가 죽었는데, 하인인 머레이가 새벽시간에 세탁기를 돌려서 빨래를 하는 것도 이상했다. 클레몬스는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 사진 (1) : 먼로의 베드룸.
- 사진 (2) : 먼로의 시신과 테이블 위의 수면제 빈 약병이 널려 있다. 침대 옆 바닥에 푸른색 유리 물 컵이 놓여 있다. 잭 클레몬스 경사는 자기가 처음 보았을 때는 물 컵이 없어서 두 의사와 함께 물 컵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는데, 자기가 현장을 떠난 후에 찍은 이 사진에는 물 컵이 바닥에 있다면서, 이는 꾸며 놓은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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