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혹의 현장

작성일 : 2024-02-14 20:11조회 : 276

의혹의 현장

8월 5일 일요일 오전 6시 30분, 웨스트우드 빌리지 안치소의 가이 호켓 부자(父子)는 마릴린 먼로의 시신을 먼로가 쓰던 곤색 담요에 덮어서 자신들의 밴 자동차에 싣고 안치소로 출발했다. 먼로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가이 호켓은 먼로의 손톱과 발톱이 진한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고 다리와 몸통 여러 곳에 멍이 들어 있음을 보았다. (이는 나중에 통상적인 수면제 복용 사망이 아니라는 논란을 일으킨다.) 뉴욕 헤랄드 트리뷴의 조 히암스(Joe Hyams 1923~2008) 기자와 사진기자 윌리엄 우드필드(William Woodfield 1928~2001)는 이 과정을 지켜보았다.

히임스와 우드필드는 LAPD 정보부(Intelligence Division)의 제임스 해밀턴 경감(Captain James E. Hamilton)이 나와 있음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통상적인 자살이나 사고사 현장을 LAPD의 사실상 2인자인 정보부장이 지휘하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었다. 두 기자는 먼로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서 현장을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먼로의 시신을 안치소 차량에 실은 후에 부엌에 있던 패트 뉴컴과 유니스 머레이, 그리고 머레이의 사위인 노먼 제프리스가 마빈 이아논 경사(St. Marvin Iannone)의 안내를 받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제프리스가 머레이의 승용차 앞 좌석 문을 열어주고 뉴컴이 차에 올라타는 순간이 사진기자들에 의해 포착됐다. 뉴컴은 “계속 찍어라, 야수(野獸)들아!"("Keep shooting, vultures !")라고 신경질을 내면서 소리쳤다. 머레이와 뉴컴이 탄 자동차가 먼로의 집을 나갈 때도 뉴컴은 ”너의 친구가 죽었다면 좋아할 수 있느냐?"고 고함을 쳤다.

히암스와 우드필드는 그들의 자동차를 몰고 먼로의 시신을 옮기는 밴 자동차를 따라갔다. 웨스트우드 안치소에는 경비원이 한 사람만 있었고, 곧 기자들이 몰려들어서 소란스러워졌다. 먼로의 시신을 안치소에 넣은 호켓은 경비원 증원을 요청했고, 이들이 도착해서 상황은 안정을 찾았다. 이런 과정에서 우드필드는 먼로의 시신이 보관함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조 하임스와 윌리엄 우드필드는 먼로의 이웃을 만나서 탐문을 했다. 먼로의 이웃은 그 전날 밤 젊은 여자가 "살인자들이야 ! 너희들은 살인자야 ! 그녀가 죽어서 너희는 만족하니?“(“Murders! You murders! Are you satisfied now that she's dead?")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알려 주었다. 또 다른 이웃은 자정 전에 헬기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고 두 기자에게 말했다.

8월 6일 월요일, 미국의 모든 조간신문 톱기사는 먼로의 죽음이었다. 모두들 약물 과용이나 자살일 것 같다고 제목을 달았다. 하임스와 우드필드는 패트 뉴컴이 언론에 한 이야기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뉴컴이 5일 새벽 4시 경 먼로의 변호사인 밀튼 루딘의 전화를 받고 급히 먼로의 집으로 자동차를 운전해서 왔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임스와 우드필드는 뉴컴이 머레이의 자동차 앞좌석에 타고 먼로의 집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뉴컴의 자동차는 먼로의 집 마당에 없었던 것이다. 두 기자는 뉴컴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기자는 먼로의 죽음에 로버트 케네디가 연루되어 있음을 처음으로 파악했으나 이들이 쓴 기사는 지면에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이들은 20년이 지나서 앤서니 서머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20년 전에 알았던 바를 이야기해서 비로소 오래된 진실이 빛을 볼 수 있었다).

- 사진 (1) : 안치소에 들어 온 먼로의 시신.
- 사진 (2) : 유니스 머레이를 위해 자동차 운전석 문을 열어주는 노먼 제프리스. 두 사람은 먼로의 죽음을 지켜 본 증인이나 침묵을 지켰다. 머레이는 말년에 자신의 심경을 피력한 바 있다. 제프리스도 말년에 암으로 죽기 전에 그날의 진실에 대해 기자한테 이야기를 남겼다.
- 사진 (3) : 먼로의 시신을 실은 안치소 밴이 먼로의 집을 떠나고 있다. 선글라스 쓴 여자가. 패트 뉴컴.
- 사진 (4) : 패트 뉴컴이 경찰관의 안내로 집안에서 나오고 있다.

이전글로버트 케네디, 헬기로 떠나다

다음글먼로의 수면제

리스트로

이상돈닷컴

이상돈

LEESANGDON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