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A 1920~1945

작성일 : 2024-02-23 22:11조회 : 243

LA 1920~1945

윌리엄 파커(William H. Parker 1905~1966)는 사우스 다코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는 남북전쟁에 북군으로 참전하고 하원의원을 지냈다. 보다 나은 삶을 찾아서 파커의 부모는 파커가 15살 때 LA로 이사를 왔다. 근면하고 성실한 파커는 변호사가 되려고 했다. 1920~30년대에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로스쿨을 다니던 파커는 독립하기 위해 1927년에 LA 경찰국(LAPD) 경관이 됐다. 그리고 로스쿨을 다니던 중에 만난 전화교환원 헬렌과 결혼했다. 부부는 집안이 모두 가톨릭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가톨릭은 2류 시민이었다.) 그는 공부를 계속해서 1930년에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그는 경찰관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LAPD에 머물렀다.

1920년대 LA는 부패와 범죄가 기승을 부리던 최악의 시절이었다. 급속하게 성장해서 외지인들이 모여든 LA는 구조적으로 범죄에 취약했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LA에도 자생적인 갱단이 있었고 이들은 불법 도박과 매춘 등 지하경제를 장악하고 있었다. 할리우드가 있는 LA는 젊은 여자들이 넘쳐흘러서 매춘은 큰 사업이었다. 1920년대는 금주법(禁酒法)의 시대였다. 술을 몰래 들여와서 파는 사업이 번창해서 지하 갱단은 큰돈을 벌었다. 뉴욕과 시카고의 마피아도 남부 캘리포니아를 새로운 시장으로 파악하고 LA로 진출했다. 1930년대 들어서 뉴욕 출신인 벅시 시걸(Bugsy Siegel 1906~1947)은 미키 코헨(Mickey Cohen 1913~1976)을 데리고 LA의 지하세계를 장악하게 된다.

1920년대부터 LA 사람들은 자기네 도시를 ‘컴비네이션’(the Combination)이 지배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정치세력, 경찰, 그리고 지하세계 갱들이 결탁해서 LA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었다. 1921~28년간 시장을 지낸 조지 크라이어(George Cryer 1875~1961)는 ‘컴비네이션’의 얼굴마담이었다. LAPD는 이들과 결탁해서 공생(共生)했고 시장과 시의원 등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였다. LA 타임스 창업자 해리슨 오티스(Harrison Otis 1837~1917)와 그의 사위인 해리 챈들러(Harry Chandler 1864~1944) 집안도 LA를 움직이는 큰 세력이었다. LA 타임스 사장직을 물려받은 챈들러는 당시 미국 전체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윌리엄 파커는 1931년에 경사로 승진했다. 당시 경찰관의 교육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파커는 학력이 매우 높은 경찰관이었다. 그는 경찰관의 신분보장을 주장하는 직장협의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당시 국장이던 제임스 데이비스(James E. Davis 1989~1949)에 의해 발탁됐다. 파커는 경찰관은 물론이고 경찰국장도 직업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되도록 하는 조례가 통과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1933년 LA 시장으로 당선된 프랭크 쇼(Frank Shaw 1877~1958)는 시의원 출신으로 부패의 고리인 콤비네이션의 대리인과 마찬가지였다. 한편, 카페테리아 식당을 처음으로 고안한 정직한 사업가 클리퍼드 클린턴(Clifford E. Clinton 1900~1969)이 사업 문제로 시청과 충돌한 후 LA 시청과 경찰국의 부패를 고발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그러던 중 LA 경찰국의 내부 세력이 클린턴의 집에 폭발물을 설치해서 그를 죽이려다가 실패한 사건이 발생했다.

LA 타임스는 이 사건을 덮으려 했으나 군소 신문 기자들이 이 사건을 파헤쳤다. 기자들은 LAPD 내의 갱스터 스쿼드라고 부르는 갱단 대책반이 클린턴을 죽이려 했으며, 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던 플레처 보우런 판사(Fletcher Bowron 1887~1968)를 도청했음을 밝혀냈다. 부패 척결에 대한 여론이 비등했고 결국 프랑크 쇼 시장은 1938년 9월 주민소환 투표로 해임됐다. 이어진 시장 선거에서 플레처 보우런 판사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보우런 시장은 부패 공무원들을 숙청하고 LAPD 국장과 고위직에 대해서 사임 압력을 가했다. 비록 법적으로는 신분이 보장돼 있더라도 데이비스 국장은 사임하는 수밖에 없었고 몇몇 간부들도 물러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LA를 장악해 온 컴비네이션은 와해됐고, 플레처 보우런는 1953년까지 15년 동안 시장을 지냈다.

데이비스 국장이 물러남에 따라 경찰위원회는 데이비드 데이비즌을 국장 서리로 임명했다. LAPD 국장이 되기 위해선 시험을 보아야 했는데, 데이비즌은 국장에 뜻이 없었다. 국장 후보를 뽑는 시험에서 아서 호먼 경위(Lt. Arthur Hohmann 1895~1985)가 1등을 해서 1939년 6월에 정식으로 경찰국장이 됐다. 같이 시험을 본 윌리엄 파커는 8등을 했다. 파커는 이듬해 2월에 경감(Captain)으로 승진했고, 호프먼 국장은 파커의 능력과 정직성을 높이 샀다. 하지만 호프먼 국장은 시장과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

1941년 재선에 성공한 보우런 시장은 도청 등 불법행위를 한 경찰관을 파면하라는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은 호프먼 국장에 사임하라고 압력을 가했고, 그는 결국 국장직을 내려놓고 경위로 복귀했다. 그 후임으로 클레먼스 호랠(Clemence Horrall 1895~1960)이 국장이 됐다. 윌리엄 파커는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고 크게 실망해서 경찰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던 중 일본군이 진주만을 공습해서 미국이 2차 대전에 뛰어 들게 됐다. LA 경찰국은 LA에 살고 있는 일본계 주민들을 사전 검속(檢束)해서 수용소로 보내는 일을 해야 했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LAPD 내에서의 자신의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느낀 윌리엄 파커는 육군에 입대했다. LAPD 경감 직위를 휴직하고 육군 중위가 된 파커는 알제리 전선에 투입됐고 이어서 독일군이 철수한 사르디니아 섬에 배치됐다. 파커의 역할은 미군이 해방시킨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개시 5일 만에 파커는 프랑스에 발을 딛었으나 독일 공군기 기총소사에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현직 LAPD 경감이 노르망디 전선에서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LA의 신문에 나서 파커는 유명해졌다. 부상에서 회복한 파커는 미군이 점령한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의 경찰을 탈(脫)나치화(de-Nazification) 하는 일을 맡았다.

1945년 10월, 명예롭게 전역을 한 파커는 LA로 돌아와서 LAPD에 복귀했다. 1947년 여름, 프랑스 정부는 파커에게 은성무공훈장을 수여해서 그의 전쟁 중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파커는 인스펙터(Inspecter)로 승진했다. 유명해진 파커는 이제 자신이 꿈꾸어왔던 경찰국장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파커는 자신이 미키 코헨이란 강력한 조직범죄 두목을 상대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런데, LAPD에 1947년은 ‘악몽의 한 해’였다. 1947년 LA에 무슨 일이 있었나?

- 사진 (1) : LA 시청(높은 건물)과 LAPD 청사(오른쪽). 건너편에 법원 등이 있는 Hall of Justice 건물이 보인다. 먼로를 부검한 검시관실은 Hall of Justice 지하층에 있었다. 1950년대 말 사진이다. LAPD 청사는 1955년에 건립됐고, 윌리엄 파커가 사망한 후 ‘Parker Center'라고 불렸다. 새로운 청사가 세워진 후 이 건물은 2019년에 철거됐다.
- 사진 (2) : 육군 상사로 자원입대하는 클리퍼드 클린턴이 플레처 보우런 LA 시장을 만나서 환담하고 있다.(1942년). 클리퍼드 클린턴은 오늘날 우리가 구내식당에서 흔히 보는 카페테리아를 처음 고안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체인 식당을 만들어서 미국인의 외식 문화를 바꾸었다. 대공황 시절에는 LA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무료 급식을 하는 등 정의를 추구했던 기업인이었다. 그가 LA 시청과 경찰을 상대로 벌인 부패와의 전쟁은 결국 시장이 소환되어 파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클린턴을 지지해서 부패 척결을 주장한 플레처 모우런 판사는 시장이 됐다.
- 사진 (3) : 전쟁 중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LA로 복귀한 일본계 주민 대표를 만나는 플레처 보우런 시장. (1945년 1월). 일본계 주민의 강제수용은 미국 역사에 남긴 큰 오점(汚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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