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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D와 로버트 케네디

작성일 : 2024-02-27 10:50조회 : 246

LAPD와 로버트 케네디

해병 소장으로 퇴역한 후 LAPD 국장이 된 윌리엄 워튼(William A. Worton 1897~1973) 장군은 2차 대전 전에 중국 본토에서 정보장교로 오랫동안 일을 했었다. 그 경험에 의거해서 워튼 국장은 LAPD의 정보활동을 강화시켰다. 1950년 8월, LAPD 국장이 된 윌리엄 파커((William H. Parker 1905~1966)는 갱단 수사반(Gangster Squad)를 확장시키고 기존의 정보반을 확대해서 정보국(Intelligence Division)을 만들었다. 파커는 제임스 해밀튼 경감(Capt. James H. Hamilton ?~1964)을 정보국장으로 임명했다. 제임스 해밀튼은 윌리엄 파커가 LAPD 국장 자리를 두고 태드 브라운과 경합할 때 파커를 위해서 태드 브라운을 지지하는 LA 타임스의 챈들러 사장의 동향을 비밀리에 파악하는 등 파커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

파커가 LAPD 국장이 되자 미키 코헨 등 LA 조직범죄단 수괴들이 비밀리에 모여서 대책회의를 했는데, LAPD 정보국은 이 모임을 도청해서 동향을 미리 파악하는 등 조직범죄단을 앞서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대도시 경찰국으로선 LAPD만이 조직범죄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이 처럼 정보 기능이 중요성을 띄게 되자 제임스 해밀튼 경감은 LAPD의 사실상 2인자로 부상했다. 더구나 해밀튼은 LAPD를 그린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화제가 됐다.

1949년부터 LAPD를 주제로 한 라디오 연속극 <Dragnet>가 인기를 끌자 NBC는 1951년부터 이것을 TV 드라마로 제작해서 방송했다. 그러다가 1954년에 제임스 웹과 리차드 분이 주연을 한 영화 <Dragnet>가 나와서 히트를 했다. 영화에는 주인공인 조 프라이데이 경사 역을 제임스 웹 (James Webb)이, 그리고 그의 상관인 제임스 해밀튼 경감 역을 리차드 분(Richard Boon)이 담당했다. 프라이데이 경사는 가상인물이지만 해밀튼 경감은 LAPD의 실질적인 2인자를 그대로 등장시킨 것이다. (‘Dragnet'은 저인망을 의미하니까 경찰이 범인을 일망타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TV 드라마 <Dragnet>와 영화 <Dragnet>는 인기가 좋아서 LAPD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기여했으며, 그 후 <NYPD Blue>에서 <LAPD Rookie>에 이르는 미국 TV의 ‘police drama’의 계기가 됐다.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실존 인물 제임스 해밀튼이었으니, 그의 위상과 인기가 어떠했을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제임스 해밀튼이 이끄는 정보국은 조직범죄 정보를 수집해서 LAPD가 조직범죄를 제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해밀튼은 그 외에도 LA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해밀튼은 그가 획득한 정보를 오직 파커 국장에게만 보고했다. 파커 국장은 해밀튼을 통해 LA에서 돌아가는 사정과 유력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으니 파커는 LA의 에드가 후버 같은 존재가 됐다.
제임스 해밀튼이 영화 <Dragnet>로 유명해 졌을 때 로버트 케네디(1925~1968)는 부친 조셉 케네디가 잘 아는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운영하는 상원 특별조사소위원회(흔히 매카시 위원회라고 불린다)에 법률자문관(Counsel)으로 취직을 했다. 매카시 위원회에서 일을 하면서 로버트 케네디는 전국운수노조(팀스터 유니온) 같은 큰 노조에 조직범죄가 침투해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에는 이스테스 카파우버(Estes Kefauver 1903~1963) 상원의원이 대도시를 순회하면서 조직범죄 청문회를 열어서 마피아에 대한 관심이 커질 때였다. 로버트 케네디가 노조에 침투한 조직범죄에 집착하고 있을 때 이 문제를 파헤치던 언론인 빅터 리셀(Victor Riesel 1913~1995)이 뉴욕 거리에서 황산테러를 당해서 실명(失明)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용의자를 지목해서 수사에 나서자 그 용의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사건은 오리무중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이 사건은 로버트 케네디에게 큰 충격이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조직범죄에 대해 뉴욕시경(NYPD) 등에 문의했으나 별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로버트는 LAPD가 조직범죄와 전쟁을 벌여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956년 11월 14일, 로버트 케네디는 가명으로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비밀리에 LAPD 본부 사무실에 도착해서 윌리엄 파커 국장과 제임스 해밀튼 경감을 만났다. 파커 국장은 로버트 케네디를 최대한 도우라고 해밀튼에게 지시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새로 지은 LAPD 청사와 LAPD의 환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해밀튼 경감은 로버트에게 조직범죄의 행태와 계보 등 정보국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를 아낌없이 알려 주었다. 하루 만에 로버트 케네디와 제임스 해밀튼은 가까운 친구가 됐고, 해밀튼은 자기 옆에 로버트의 사무실을 만들어 주었다.

1957년 들어서 로버트 케네디는 존 매클레란(John McClellan 1896~1977) 상원의원이 이끄는 노사관계에서의 불법행위 조사위원회의 법률자문이 되어 지미 호파, 샘 지앙카나, 칼로스 마르셀로 등 마피아 보스들을 출두시키고 질문을 퍼부어서 유명해 졌다. 로버트 케네디는 제임스 해밀튼이 알려준 정보에 근거해서 마피아 두목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것이다. 원래는 매클레란 위원회 위원이 아니었던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은 동생이 마피아를 지나치게 몰아붙일까봐 다른 상원의원 대신에 이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으나 조직범죄에 꽂혀 버린 로버트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아버지 조셉 케네디도 매클레란 위원회를 참관한 적이 있었는데, 작은 아들이 마피아를 너무 몰아 세울까봐 걱정해서였다. 형과 나이 차이가 큰 로버트 케네디는 아버지와 형이 샘 지앙카나와 잘 아는 사이인 것을 알지 못했다.

매클레란 위원회는 1959년 9월에 활동을 종료했고 로버트 케네디도 사임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맥클레런 위원회에서의 자기의 활동을 중심으로 책을 펴내고자 했다. 형이 펴낸 <Profiles of Courage>가 대필한 책이라는 비난에 시달린 것을 잘 아는 로버트는 자기가 직접 원고를 썼다. 이 책은 1960년 1월 1일자로 출판돼서 잠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의 서문에서 로버트 케네디는 “나의 친구 제임스 해밀튼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썼다.

- 사진 (1) : 제임스 해밀튼 경감이 등장하는 영화 <Dragnet>포스터.
- 사진 (2) : 로버트 케네디의 <The Enemy Within>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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