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네디와 LAPD

작성일 : 2024-02-27 10:53조회 : 247

케네디와 LAPD

1960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는 그 해 7월 11일~15일에 LA에서 열렸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프라이머리를 하는 주가 많지 않아서 전당대회에서의 대의원 투표 비중이 컸다. 케네디는 10개 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했으나 프라이머리에 참가하지 않은 린든 존슨이 대의원 투표에서 얼마나 선전할 지는 알 수 없었다. 케네디는 대의원 투표에서도 존슨을 누르고 무난하게 후보로 선출됐고, 고심 끝에 존슨을 러닝메이트로 결정했다.

전당대회는 LA 스포츠 아레나와 콜로시엄에서 열렸고, 케네디의 선거본부는 빌트모아 호텔에 있었다. 당시는 대통령 경호실 규모가 작아서 대통령 후보에게는 경호실 경호가 없었다. 따라서 대선 후보의 경호는 후보 자체의 경호원과 현지 경찰에 의존해야 했다. LAPD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최대한의 경호를 지원했다. 정복 경찰과 사복 경찰 외에도 흰색 헬멧을 쓴 기동경찰을 배치해서 케네디를 보호하고 돋보이게 했다. 그 때 케네디의 경호를 책임진 사람은 LAPD 정보국장인 제임스 해밀튼 경감이었고, 그 휘하의 마빈 이아논 경사가 현장에서 경호를 지휘했다. 케네디 선거본부장은 로버트 케네디였고, 로버트가 자기 책의 서문에서 자기의 친구라고 지칭한 제임스 해밀튼이 경호를 책임진 셈이다.

1962년 8월 5일 새벽, 마릴린 먼로가 죽었다는 신고를 듣고 제일 처음 먼로의 집에 도착한 경찰관은 LAPD 서부지청 소속인 잭 클레몬스 경사였다. 얼마 후 LAPD 본청 소속인 마빈 이아논 경사(Sgt. Marvin Iannone)가 본부 인원을 데리고 도착해서 현장을 인수하고 클레몬스 경사는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했다. 새벽 5시 30분, 서부지청 소속의 바이런 경사와 암스트롱 경위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아논 경사는 현장을 이미 떠난 후였다.

먼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먼로의 집에 급히 도착한 뉴욕 헤랄드트리뷴의 조 히암스(Joe Hyams) 기자는 먼로의 집에 제임스 해밀튼 경감이 현장에 온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먼로의 사망 현장을 LAPD 정보국장이 지휘하는 것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은 조 히암스 기자는 전날 밤 로버트 케네디가 LA에 왔었고 피터 로포드 집 부근에서 헬기를 타고 LA 공항으로 갔음을 밝혀냈으나 그가 쓴 기사는 나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케네디가 1960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차 LA에 왔을 때 케네디 경호를 책임졌던 정보국 팀이 먼로의 사망을 책임지고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먼로의 죽음은 처음부터 자살이나 사고로 처리된 것이다.

먼로가 죽고 난 후 4개월이 지난 1962년 12월 10~12일 윌리엄 파커 국장은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워싱턴 근교인 메릴랜드 칼리지파크에 있는 파크 유니버시티 모텔에서 로버트 케네디를 만났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1963년 6월, 제임스 해밀튼 경감은 LAPD를 사직하고 내셔널 풋볼리그의 보안책임자로 직장을 옮겼다. 민간직장이 보수가 많다지만 LAPD 정보국장이란 요직을 물러난데 대해서 모두가 놀랐다. 해밀튼은 사임하기 직전에 자신의 충실한 보좌역이던 마빈 이아논 경사를 경위로 진급시켰다.

제임스 해밀튼은 민간 직장의 높은 보수를 오래 즐기지 못했다. 그는 이듬해 뇌종양이 발병해서 사망했다. 이에 앞서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1월 댈러스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1965년 8월, LA 흑인거주 지역인 왓츠(Watts)에서 발생한 폭동은 LAPD에 큰 시련이었고 윌리엄 파커 국장은 책임론에 시달렸으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66년 7월 16일, 파커 국장은 행사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61세로 사망했다. 그리고, 1968년 6월 6일, 로버트 케네디는 LA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 마릴린 먼로의 죽음과 그 죽음의 은폐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불과 몇 년 만에 모두 사망한 것이다. 혹시 먼로의 원혼(冤魂)이 세상을 맴돌았던 것은 아닌가...

- 사진 (1) : 1960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중 환영 군중에 호응하는 케네디. 주변을 정사복 경찰관들이 에워싸고 있다.
- 사진 (2) : 1961년 11월, LA 방문 중 파커 국장을 만난 케네디 대통령. 케네디는 전당대회 때 경호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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