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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쿠바 미사일 위기
작성일 : 2024-03-29 10:10조회 : 85
쿠바 미사일 위기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합참의장은 린 렘니처(Lynn Lemnitzer 1899~1988) 육군대장이었다. 2차 대전 중 유럽전선을 지휘하던 아이젠하워 장군의 참모를 지냈고 한국전쟁에선 7사단장으로 참전한 렘니처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의해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으로 임명됐다. 성격이 거친 그는 케네디 형제를 아이들로 보았고, 그런 감정을 케네디 대통령 앞에서도 숨기지 않았다. 쿠바 미사일 문제가 논의될 시점인 1962년 10월 1일, 케네디는 렘니처의 후임으로 맥스웰 테일러(Maxwell Taylor 1901~1987) 장군을 현역으로 복귀시켜서 임명했다. 앞서서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스 만 침공 실패의 책임을 물어서 앨런 덜레스(Allen Dulles 1893~ 1969) CIA 국장을 해임하고 그 후임으로 사업가 출신으로 원자력위원장을 지낸 존 매콘(John McCone 1902~1991)을 임명했다.
케네스 키팅 상원의원이 쿠바에 소련 미사일이 들어와 있다는 주장함에 따라 CIA와 합참은 고공(高空) 정찰기 U-2기를 쿠바 상공에 보내기로 했다. 조종하기가 매우 어려운 항공기인 U-2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했으나 소련의 지대공 미사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1960년 5월 소련 영공을 정찰하던 U-2기가 격추되고 조종사가 포로로 잡혀서 아이젠하워 정부는 곤혹을 치렀다. 1962년 8월에는 대만 공군장교가 조종하던 U-2기가 중국 상공에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어서 미 공군은 U-2기 출격을 중단했으나 U-2기 외에는 쿠바를 정찰할 다른 수단이 없었다.
1962년 10월 14일, U-2기는 쿠바 상공에서 여러 곳에서 건설 중인 소련제 중장거리 핵 탄도미사일 기지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 10월 15일 저녁, CIA는 쿠바에 소련 미사일이 들어와 있음을 케네디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케네디는 그날 저녁 백악관 안보회의(NSC)에 참석자를 추가한 확대 안보회의(ExComm)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로버트 케네디로 하여금 도브리닌(Anatoly Dobrynin 1919~2010) 워싱턴 주재 소련 대사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문의하도록 지시했다. 도브리닌 대사는 쿠바에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이 없다고 답했다. 10월 18일, 케네디 대통령은 그로미코(Andrei Gromyko 1909~1989) 소련 외무장관을 백악관에서 만났고, 그로미코는 쿠바에 있는 무기는 모두 방어용이라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쿠바에 대한 전면적인 공습과 침공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보고했다. 2차 대전 중 폭격기 부대 사령관으로 독일 공습과 도쿄에 대한 화염폭탄 폭격 등 일본에 대한 대량폭격을 지휘한 커티스 르메이(Curtis LeMay 1906~1990) 공군참모총장은 즉각적인 대량폭격을 주장했다. 딘 러스크 국무장관,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 맥조지 번디 안보보좌관도 공습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케네디는 합동참모본부에게 전면 공습으로 쿠바에 있는 미사일을 100% 파괴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합참은 90%까지는 파괴할 수 있다고 보고 했다. 전면적인 공습을 해도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는 10%의 핵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될 수 있을 뿐더러 미국이 쿠바를 공습하면 소련군이 서베를린을 점령할 것이 분명해서 케네디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때 조지 앤더슨(George Anderson 1906~1992) 해군참모총장이 공격무기 반입을 차단하는 해상봉쇄(Quarantine)에 대해 케네디에게 보고했다. 10월 19일부터 확대안보회의는 공습 대신에 해상봉쇄를 취하는 방안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미국이 해상봉쇄 조치를 취해도 소련이 전쟁물자 반입을 시도한다면 공습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분위기는 심각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일단 해상봉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확대안보회의 참석자들도 이에 찬성했다.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쿠바에 들어와 있는 소련 미사일에 의해 워싱턴 주 등 서북부를 제외한 미 본토 대부분 지역이 쿠바에 있는 소련의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에 들어가 있다고 밝히고, 소련에게는 미사일의 철수를 요구하며 이를 위해 쿠바를 해상봉쇄한다고 발표했다. 데프콘 III가 발령돼서 미군 전체가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고, 전술공군사령부는 전투기와 폭격기 500여대를 쿠바 공습에 대비해서 플로리다 등 남쪽에 배치했다. 해군은 항공모함과 순양함을 중심으로 한 전단(戰團)을 보내 쿠바를 포위하고 쿠바로 가는 선박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 사진 (1) : 쿠바 해상봉쇄를 보도한 1962년 10월 23일자 NYT.
- 사진 (2) : 쿠바를 정찰한 U-2기 조종사를 대동하고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고 있는 르메이 공군참모총장(가운데).
- 사진 (3) : 그로미코 소련 외무장관(가운데)과 환담하는 케네디 대통령.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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