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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앙대 병원과 용산병원
작성일 : 2024-04-06 19:56조회 : 162


중앙대 병원과 용산병원


요즘 대학병원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의사를 늘려야 한다면서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심지어 새로운 의대를 정부 돈을 들여서  세우려고 한다는데,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나서서 기습작전을 하는 기세로 대들더니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 대학을 알지도 못하고 병원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불장난하는 형상이다.

의대와 대학병원을 갖고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은 위상 자체가 다르다. 나한테는 평생 직장이었던 중앙대학교는 1971년에 의대 인가를 받아서 서울대 의대의 유명한 기초의학 교수들을 초빙해서 의대를 열었고, 한림병원과 협력해서 부속병원을 운영했다. 하지만 한림병원측과 결별하고 용산의 철도청 건물을 빌려서 용산병원을 운영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는 흑석동 본원 병원에 이어서 광명에도 병원을 열었다. 의대 인가를 받은 후 50년이 걸려서 이룩한 것이니,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지 않은가..

필동 MBN 건물 길 건너편에 있던 필동병원은 한림병원 소유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중앙대가 인수해서 중앙대 필동병원이 됐다. 병원이 작았을 뿐더러 지하철 4호선 공사가 몇 년 동안 계속돼서 병원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철도청이 운영하던 철도병원 민간위탁을 중앙대가 받아내서 1984년부터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운영했다. 내가 듣기에는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필동병원은 남산 때문에 고도제한이 걸려있어서 증축이 불가능했고, 용산 철도병원은 임대 운영하다 보면 불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모양인데 그것도 안돼서 큰 난관에 처했다.

전세를 사는 사람이 그 집을 자기가 사게 될 줄 알고 많은 돈을 들여서 대대적으로 수리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대학병원이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 얼마나 큰일이겠는가. 그것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중앙대 용산병원의 경우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중앙대 용산병원은 그 주변에 큰 병원이 없어서 운영이 좋았다. 오래 된 벽돌건물이지만 내부는 완전히 현대식 병원으로 리모델링해서 외부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2000년 가을에 급한 수술을 용산병원에서 받은 적이 있었다.) 잘 고친 아파트를 주인에게 넘기는 것도 눈물 나는 일인데, 잘 만들어 놓은 병원 시설을 뜯어내고 버려야 했으니 그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물론 20년이나 임대하면 불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피눈물 나는 일이었다.

결국 흑석동에 있던 부속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게 되자 그 자리에 새로 병원을 짓기로 하고 건축비용을 필동 병원을 매각한 돈으로 충당을 했다. 필동병원이 있던 대지는 고도제한 때문에 제값도 못 받고 팔았는데, 하필 그 땅을 동국대학교가 사서 그것도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생긴 병원이 오늘날의 흑석동 중앙대 병원이고, 용산병원도  폐원한 후 흑석동 병원 건물을 증축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의대를 설립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50년 세월이 흘렀고, 중앙대 재단은 창업자 임(任)씨 가문에서 재일교포 김희수로, 그리고 두산그룹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중앙대 용산병원에선 우리나라 현대사에 남을 일이 있었다. 1987년 봄 당시 서울대생이던 박종철 열사 사건이다. 그 날 밤 용산병원 당직 의사이던 오연상 전임강사가 남영동 분실로 불려와서 박종철을 살리기 위해 응급처치를 했으나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그는 경찰이 시신을 용산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려는 것을 거부하고, 또 경찰의 압박과 회유를 물리치고 사망진단서에 사인(死因)을 ‘미상(未詳)’으로 적었다. 사인이 미상이기 때문에 서울 지검 최환 검사가 부검을 지휘해서 결국 정확한 사인이 밝혀졌으며, 그것이 그해  6월 민주화 시위로 이어졌다. 의사와 검사가 진실을 지킨 것이다.

오연상 의사는 그 후 학교를 그만두고 개업을 했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에서 내려서 중앙대 병원 쪽으로 걸어 내려가는 중 도로 좌측 건물에 <오연상 내과> 표지가 보인다. 바로 그 오연상 닥터의 병원이다. 

- 사진 (1) : 흑석동 중앙대 병원.
- 사진 (2) : 중앙대 광명병원.
- 사진 (3) : 당시 용산병원 건물, 지금은 이 건물만 남고 모두 철거됐다.
- 사진 (4) : 용산병원 개원식. 오른쪽 가운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중앙대 이사장 임철순이고, 현판 옆에서 박수를 치는 분이 의무 부총장 이상돈 교수다. (나하고 한자까지 이름이 같다.) 초대 중앙대 의대 학장을 지낸 이상돈 교수는 원래 서울대 의대의 유명한 생리학 교수였다. 두 분 모두 작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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