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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심판은 하되 혁명은 피한 국민의 선택 (시사저널)
작성일 : 2024-04-13 11:16조회 : 170


<시사저널>  1800호

심판은 하되 혁명은 피한 국민의 선택 깊이 되새겨야

 [이상돈 쓴소리 곧은 소리]  이상돈 전 국회의원·중앙대 명예교수 (승인 2024.04.12 16:00 호수 1800)

- 윤 대통령의 지난 2년, 민심이반 유발하기에 충분
- 여소야대에서 통합 이끈 레이건·김대중 사례에서 배우길

2024년 총선은 예상대로 범야권 승리로 끝났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선거 막판에는 국민의힘이 100석도 못 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왔으나, 결과적으로는 108석을 차지해 2020년 총선 때 받은 103석보다는 그나마 5석 늘렸다. 민주당은 175석을 얻어 승리했다고 하지만 2024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음을 고려하면 오히려 몇 석을 잃어버린 형상이다. 민주당이 얻은 175석과 조국혁신당이 획득한 12석, 여기에 새로운미래와 진보당의 1석씩을 합치면 189석으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그리고 열린민주당이 얻은 189석과 같다.

국민의힘은 헌법 개정을 저지하고 대통령 거부권을 수호할 수 있는 의석을 지키는 데 그치는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민주당도 의석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몇 석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계파정치에 몰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질과 도덕성이 떨어지는 후보를 곳곳에 공천하지 않았더라면 야권은 숙원인 ‘200석 달성’을 이룩할 뻔했다. 선거 막판에 국민의힘이 호헌선(護憲線) 수호를 호소해 부산과 성남시 분당의 중도층 유권자들이 돌아선 것이 국민의힘을 몰락의 위기에서 구해 냈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호헌선 수호를 호소해야 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서글픈 일이다.


야당과 어느 정도 협력하면서 국정 이끌었어야

야당을 이끈 이재명 대표는 만만치 않은 형사재판 피고인이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상태라는 사실은 지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사실심의 마지막인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정당의 대표가 되어 선거를 지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이끈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불신임을 당했다는 의미로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국민의힘은 그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6년 총선에서 참패해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고,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2020년 총선에선 103석을 얻는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 힘입어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에서 간신히 승리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모습은 민심이반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번 총선으로 나타났다. 2012년 총선에서 152석이란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이렇게 몰락한 데는 박근혜·윤석열 두 대통령의 실패 외에도 경기도의 ‘신(新)도시화’라는 변수가 있었음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의 북부와 서부, 그리고 경기도 서부는 일찍부터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으나 경기도 북부, 동부, 그리고 남부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시절부터 보수정당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기도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신도시 지역으로 탈바꿈했고, 인구도 서울을 능가했다. 국민의힘이 경기도의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경기도는 민주당의 아성이 되었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영남과 서울 강남의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의원 108명을 배출했다고 하지만 선거다운 선거를 치르고 당선된 지역구 의원은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공천 덕분에 당선된 영남과 강남 3구 의원, 그리고 비례대표들이다. 이런 정당에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분히 실패 가능성이 컸던 대통령임을 국민의힘만 몰랐던 것 같다. 대통령제 정부에선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의회의 다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에 대통령은 국정을 국민 통합적 방향으로 운영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 미국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대통령이 되어 경제를 부흥시키고 냉전 종식의 토대를 놓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그러했고, 전에 없던 경제 난국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었던 김대중 대통령이 그러했다. 하지만 윤석열은 정치인이 아니었고 정치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수사한 특검검사 팀원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고위직과 그 시절의 고위 법관들을 기소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보수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검찰총장으로서 당시 법무장관이던 조국을 기소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자 마땅한 인물이 없던 국민의힘은 그를 대선후보로 영입했다. 그가 대통령감에 못 미침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으나 야당 후보인 이재명 또한 마찬가지여서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돼 오늘날에 이르렀다.

 
야당 이끄는 이재명·조국 사법 절차도 계속

야당이 국회에서 다수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야당과 어는 정도 협력하면서 국정을 이끌었어야 했다. 지난 2년을 돌아본다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승리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처럼 야당을 백안시하고 독선과 독주로 일관할 수 없었다. 검사 외에는 다른 일을 해본 적도 없고 국가 경영에 필요한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별안간 지도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준 것이 지난 2년이다.

또다시 야당이 주도하게 될 22대 국회가 윤 대통령과 협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윤 대통령은 야당에 협조를 구할 자격이 없는 상황이다. 협조를 구한들 야당은 협조하지 않을 것이니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 차부터 이른바 레임덕에 처할 운명임이 정해진 이치다. 민주당 역시 승리를 자축하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계파 분쟁의 여파는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결코 끝난 것이 아니며,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도 2020년 총선에 비해 다만 몇 석이라도 의석을 상실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국민의힘이 100석이란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했더라면 정국은 특검과 탄핵이란 폭풍우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뻔했다. 국민의힘이 100석을 간신히 넘김에 따라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절차는 계속될 것이며 상황은 두 사람에게 그리 좋지 않다.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두 사람에 대한 재판은 진행될 것이며, 혁명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레임덕에 처하게 될 윤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기도 버거울 것이다. 유권자들은 참으로 절묘한 결과를 만들어냈으나 혼란과 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정치 탓에 나라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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