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무현 신화에 대한 의견 (게시판에서)

작성일 : 2009-06-06 16:35조회 : 2,036

(* 여러분들이 "노무현 신화"에 대해서 의견을 주셨습니다. '신화'라는 용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글 네편을 여기에 다시 게재합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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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yth와 神話의 차이

2009-06-01 인문학도

서양에서의 Myth라는 개념은 동양에서 '신화'라고 번역되고는 하지만, 상당수의 번역이 그러하듯, 번역이라기보다는 '반역'에 가까운 용어 대치라고 보겠습니다.

대체로 동양에서의 '신화'라 하면 어떤 존재에 대한 격상으로서의 의미부여를 가리키게 되지만 서양에서의 Myth라는 개념은 동양의 신화보다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서 이성(reason)의 영역에서 취급되지 않는, 감성이나 미신의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모든 종류의 이야기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이상돈 교수님이 노무현 대통령에 관해 '신화'라고 쓰신 것은 이 Myth의 개념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겠죠. 특별히 노무현을 치켜 올렸다고 말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떻게 본다면 작금의 상황을 상당히 냉정(?)하게 바라보신 시각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뭐 '신화'와 'Myth' 사이의 미묘한 의미 차이에 대해서야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할지라도, 글의 전체 문맥을 읽어보면 반발하시는 의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어렵잖게 알 수 있을터인 데, 이런 식의 딴지성(?) 비판이 올라오는 것은 사실 좀 아쉽군요. 진득하게 읽어보시는 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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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화의 조건

2009-06-03 살라딘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한겨레신문에 나온 것처럼 나폴레옹의 엘바섬 탈출과 비슷하다.<모니퇴르> 신문의 표현처럼 짐승 - 나폴레옹-황제-폐하 식의 가벼움이 우리 언론에 더 적합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나 이건 진보신문이라는 한겨레나 경향도 더 심하다. 어차피 이번 서거의 공범인 조중동이 죽은 노무현 대통령과 화해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니 죽자마자 헤드라인에 원망하지 마라는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영악함은 개그적인 요소마저 있다. 그리고 그런 행태는 개선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은 신화의 요소를 다분히 간직하고 있다.

이상돈 교수님은 다이애나를 예를 들지만 나의 경우엔 에바페론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에바 페론의 사랑은 아직도 그의 무덤에 싱싱한 꽃다발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다이애나나 에바 페론은 기본적으로 신데렐라 신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노사모라는 유리 구두를 통해서 대통령이 되는 신데렐라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스토리가 신화가 된다고 친다면 에바 페론의 스토리와 상당히 유사하다.

첫째는, 대중을 끄는 매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후안페론이 에바 페론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가 권력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후안 페론보다 역사는 에바 페론을 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선동이 워낙 뛰어났다는 점은 둘의 공통점이다.
둘째는, 기득권의 지독한 혐오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에바 페론도 촌뜨기에 사생아, 창녀 등등으로 기득권층에게 마녀라는 소리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상고출신, 거친 말투, 가볍다, 좌익 등등으로 시달렸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과 기나긴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세째는, 서민을 향한 애정이 유사하다.
네째는, 비극적 죽음이 그 서사구조의 극적인 결말을 가져다 준다.
마지막으로 에바 페론 이후의 아르헨티나의 군정이 악행이 에바 페론에 대한 향수와 신화를 강화하는 기제가 되었고 우리의 경우도 MB의 탄압이 그와 대비하여 소통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 신화를 강화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몇 사람의 조작이나 기술로 가능하지 않다. 나도 몰랐고 언론도 몰랐고 누구도 몰랐다. 수백만이 눈물을 흘릴 줄........
시간과 역사적 평가가 뒤섞여 발효가 되면 신화로 발전할 수도 있고 단지 해프닝이 될 수도 있고 지금으로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오색채운이니 흰비둘기, 흰나비 등등의 요소는 나가도 한참 나갔다. 그냥 웃자.
시간이 흘러 그의 공과는 후세들이 평가할 것이다. 그건 정말 우리의 몫이 아니라 역사의 몫이고 후세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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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화"라는 단어에 나름의 주석

2009-06-03 52 공부하는 사람

평소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거나 존경이라고는 눈꼽만치 해보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는 그냥 찹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비록 자살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자살의 동기가 자신의 비리든 측근이나 가족의 비리든지 간에 그 인물이 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당시 헌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통해 대통령이라는 최고공무원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기에 ‘서거’라는 단어는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서거’는 단어는 ‘사거’의 높임말이며 ‘사거’라는 단어는 죽어서 돌아가다..즉 죽었다는 뜻이므로 자살이든 타살이든 간에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노무현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어쨌든 5년간 그 자리에서 공무를 보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長老이며 그것만으로도 높임을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수진영에 나오는 서거라는 표현이 옳지 못하다, 잘못된 표현이다는 주장들에는 그리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 사람들에게는 옹졸해 보이는 주장처럼 보이지 않을까 느끼기도 했습니다.

평소 백분토론이나 시사프로그램, 라디오를 듣기 좋아 했던 저는 몇 번 출연하셨던 교수님의 말씀이나 주장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 교수님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오게 되었고, 이번 찰나에 교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해서 교수님의 칼럼을 읽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신화가 되었다는 표현에 저는 이것만큼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신화라는 표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현상은 神話라는 단어와 神格化라는 단어의 혼동으로부터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노무현대통령과 중국의 역사상 항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항우는 유방과 대립하여 결국 황제에 오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중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신화가 된 인물이기도 하지요. 그의 삶의 이야기는 경극인 패왕별희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요. 솔직히 항우는 실패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포악하고 잔인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결로 인생을 마치기도 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실패는 하늘이 자신이 도와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강변까지 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많은 대중들은 그를 사랑했지요. 제 생각에는 그에게는 영웅적인 요소가 많지요. 영웅이라는 단어는 비범한 인물이라고 정의를 내리지요. 말을 타고 수만의 군사를 호령하면서 적진에 들어가 수명의 장수의 목을 베어버리고 질 것 같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버리는 그는 비범한 인물이지요. 그리고 오로지 한 여자만을 사랑하며 그 여자만을 위하는 모습은 또한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바로 수많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그의 모습에 그리고 하늘에다 두 손 번쩍 쳐들면서 "하늘 당신이 나를 버렸구나" 하면서 고함치는 그의 모습에서 비극적인 요소도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그의 이야기는 신화가 되었고 아직까지도 사랑받습니다. 신화는 그가 신이 된 이야기라는 뜻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이 그 이야기를 전하면서 아름답게 미화되어 누누이 읽혀지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이러한 모습을 보았답니다. 조금 비유가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못할 말, 할 말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무모하리만치 말을 타고 적진에 뛰어드는 모습이 보이지요. 용기입니다. 사마천이 평가한 필부의 용기이기 하지만 말입니다. 탄핵이라는 커다한 모험에서도 맞써 싸우고 열린 우리당이 여당을 만드는 그의 모습에서 질 것 같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장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비록 무모한 용기에서 비롯된 승리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시골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상고를 졸업하고, 끝내는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과감한 발언도 하고,나름 지역주의 판도를 부수겠다고 나섰다가 몇 번의 낙선을 했지만 다시 일어서서 대통령 후보에 당선되어 대통령까지 당선되고 마지막에는 비리혐의를 받았지만 깨끗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이야기... 정말 신화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마지막은 더욱 비극으로 끝났으니까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노무현이라는 사실이 어떤 분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대중에게 먹히는 이야기임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의 이야기에서 항우와 같은 플롯이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사회가 큰 틀에서 너무나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에 우리 사회가 좀더 소수자들에게 따뜻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복지사회 건설이나 지역균형발전과 같은 모습들은 결코 나쁜 모습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내각은 그러한 일을 추진할 때 많은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죠...결코 노련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것은 아마 김대중 대통령 때일 것입니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시끄러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극적이었습니다. 마치 바이러스 같았습니다. 그에게 전염된 사람들은 그에게 광적으로 끌리게 되고 그에게 항원-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거의 알레르기 수준으로 반대합니다. 문제는 그는 이들을 모두 끌어안으려고 하지 않고 이것을 자신의 찬반자로 구별하는 기준으로 삼았지요.
그리고 오히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모든 것이 부정되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싫어하지만 그에게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고 그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모든 현상은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일 수는 없습니다. 그는 그런 정도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는 것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신화가 되었다고 말씀하신 교수님의 말에 참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무현 신화는 결국 우리 사회 노무현 신드롬을 나을 것이고 이것이 그가 남긴 유산이라면
그의 정치적 노선에 동의할 수 없는 살아 있는 나는 그것을 감당하면 살아야 한다는 표현만큼 이 상황을 적절히 비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벌어지는 신화라는 표현이 옳은 표현일까라는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神話의 神이라는 문자를 붙이는 행위에 대해 반응하는 알레르기적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분명 그의 삶에는 신화적 요소가 있으며 여기 계신 분들이 싫든 좋든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을 함께 하는 이들은 이러한 요소를 정치적으로 승화하려는 시도를 끝없이 할 것이고 그리고 이에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은 이러한 시도를 저지하려고 할 것이며 우리 사회는 끝없는 논쟁과 분열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분열을 통합할만한 정치적 역량이 안 되며, -촛불사태를 보면서- 오히려 악수를 두게 되면 이제 남은 임기동안의 선거에서 처절한 패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보수진영이 소모해야할 체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요소가 담긴 그의 신화로부터 발생하는 유산들일 것입니다. 싫든 좋든 그는 분명 정치적 嗜好가 명확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저는 자살이라는 것을 그리 나쁘게만 보지 않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는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일본 역사에서 많은 사무라이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극단적으로 자살로 표현하는 것에 중국 역사에 많은 애국지사들이 자신의 실패에 대한 마지막을 자살하는 것에 그리고 한국 역사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설파하기 위해 자살하는 것에 싫다는 느낌보다 뭔가 책임지려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살에 대한 미화는 아니지만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 명예롭게 목숨을 끊는 행위에 대해 반감은 없습니다. 더이상의 구차한 변명보다 이러한 행동이 가지는 미덕은 기독교적인 관점으로는 해석할 수 없지만 분명 동양적 관점으로는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상학적으로 노무현 한 개인의 자살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되었으며 많은 대중들에는 사랑받는 비극적 신화가 되었음이 그의 추모 행렬에서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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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화의 의미

2009-06-05 좌파

신화 myth 란 존재하지 않고 현실적인 실체는 없으나 사람들에게 전해내려오면서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규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신화 자체가 선악을 떠난 개념이죠. 유산 Legacy 역시 좋던 싫던 상속받을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을 지칭하는데 IT 에서 레거시 시스템이라고 하면 새 시스템을 들여와야 하는데, 기존 꺼는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쓰자니 퍼포먼스 등 여러 가지가 딸려서 애를 먹이는 기존 시스템을 통상 레거시라고 합니다. 고속 성장시대를 지나오면서 '성공 신화'나 '찬란한 유산' 이란 단어만 듣고 사신 분들이라면 반감을 가질 수 있겠으나, 제가 볼 때에도 myth 나 legacy 는 적절한 표현으로 보여 집니다.

교수님 앞으로도 고생 많이 하실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사람이랑 뜻을 같이 해야 할텐데 현실은 엉망진창이니...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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