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사저널 2009년 5월 27일자 인터뷰 기사

작성일 : 2009-06-07 10:20조회 : 3,661

<시사저널> 1023호 2009년 5월 27일

“MB는 그냥‘친기업’일 뿐”

‘보수 이론가’ 이상돈 중앙대 교수 인터뷰

[1023호] 2009년 05월 27일 (수)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보수 이론가’로 통하는 중앙대 이상돈 교수의 연구실 테이블 위에는 명함이 담긴 작은 그릇이 있다. 대부분 기자와 PD들 명함이다. 보수 인사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곳을 방문했음을 보여준다. 이교수를 찾는 이유는 그가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쓴소리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교수 : 요즘은 다들 말을 안 한다. 복거일씨 같은 경우도 그동안 조용히 있었다가 한마디 한 것이다. 배은망덕이라고 표현한 것을 볼 때 그동안 이대통령을 잘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시사저널 : 노무현 정부의 경우에는 구현하려는 이념적 좌표가 있었던 것 같은데 현 정부는 어떤가.

이 교수 : 현 정부에도 이념적 좌표는 있다. 친(親)기업이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에서 소수자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대체 복무제를 추진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그것을 백지화시켰다. 반면, 롯데월드는 공군이 반대했지만 거꾸로 허가해줬다. 전자는 기업이 없고, 후자는 기업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

시사저널 : 안보 가치가 경제 가치에 눌린 것 같다.

이 교수 :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또 다른 문제는 너무 속도가 빠르다. 통상적으로 그런 결정은 오래 걸리는 것이 정상이다. 4대강 사업도 그렇고 거치는 것 없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시사저널 : 속도전은 이대통령의 특성 중 하나 아닌가?

이 교수 : 그래도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과거에는 뜸을 좀 들이고 제거할 것은 제거하는 데 공을 들이기도 했다. 황석영 사건에서도 정치적인 고려 등이 없던 것으로 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을 주변에서 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사저널 : 이 대통령의 판단이 보수를 대변한다고 보나?

이 교수 : 그렇지 않다. 황석영씨 사건의 경우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 흐름을 보면 한 가지 큰 줄기는 보인다. 대기업, 특히 토목·건설업에 대단히 유리한 결정을 계속하고 있다.

시사저널 : 이 대통령이 보수층을 끌어안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교수 : 끌어안으면 오히려 보수가 피해를 입는다. 오염되는 것 아니냐. 이 대통령이 보수층이 탄탄해서 당선되었나 하면 그것은 아니다. 작은 장사 하는 자영업자들이 다들 막연히 이대통령을 찍었다. 기업을 했고 자수성가했고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이것이 보수층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시사저널 : 그래도 한나라당은 고정 지지층 30%가 있다.

이 교수 : 계속 줄어들 것이다. 그 숫자로 어차피 정권을 창출하지는 못한다. 5년 후에는 더 못한다. 지난해 5월에 광장에 촛불 들고 나왔던 학생들이 5년 뒤에 만 19세가 넘는다. 다 투표할 것이다. 보수를 껴안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사저널 : 현 정부가 이념과 원칙이 없다는 말을 계속 듣게 된다. 그러면 이 정부는 무엇에 의해서 굴러간다고 보는가?

이 교수 : 대통령 자체의 식견도 부족하고 주위에도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 때 헨리 키신저가 그랬듯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다. 얼마 전에 보니까 촛불 시위가 좌파를 소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해석하던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인지, 현실을 안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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