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베트남 전쟁과 CCR

작성일 : 2025-04-28 00:24조회 : 28

베트남 전쟁과 CCR

베트남 전쟁은 흔히 ‘부머 세대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참전군인들이 귀국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자 출산율이 높아졌는데, 이를 '베비 붐'(Baby boom)이라고 부르고 이때 태어난 세대를 ‘부머'(boomer)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부머는 대체로 1946년부터 195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말하는데, 이 때 태어난 남자들은 베트남 전쟁 기간 중 징집대상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베트남 전쟁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2차 대전 중 유럽 전선을 지휘해서 전쟁이 어떠하다는 것을 잘 알았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베트남에 미군을 보내지 않았다. 새로 대통령이 된 케네디는 남베트남에 군사고문단이란 이름으로 병력을 파견했다. 케네디는 또한 내란에 빠져있는 라오스에 CIA 요원을 보내서 반공 게릴라 활동을 지원했다. 1963년 11월 케네디가 암살됐을 때 베트남에는 미군이 2만 명 가까이 주둔하고 있었다. 1964년 선거에 승리를 거둔 존슨 대통령은 미군을 대대적으로 증파해서 1968년에는 남베트남에 주둔 중인 미군이 50만 명에 달했다. 1969년에 취임한 닉슨 대통령은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해서 1971년 말까지 2만 명 규모의 군사고문단을 남기고 모든 지상군 병력을 철수했다.

전쟁이 본격화한 1964년 8월부터 1975년 4월 사이공 함락까지 베트남에서 복무한 미군은 270만 명이며 이 기간 중 군에 복무한 미국인은 900만 명이었다. 따라서 그 기간 중 미군 네 명 중 한 명은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셈이다. 베트남에서 복무한 270만 명 중 5만 8천여 명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이 치열했던 1964년~1971년 기간 중 베트남에서 복무한 미군 징병은 대체로 1942년부터 195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이다.

베트남 전쟁은 계층 문제(class issue)를 야기한 전쟁이었다. 대학을 가지 못한 평범한 보통 가정, 또는 빈한한 가정의 젊은이들이 주로 징집돼서 정글에서 피와 땀을 흘렸다. 베트남 전쟁 세대로 대통령이 된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은 이런저런 핑계로 징집을 피했다. 부통령으로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딕 체니도 징집을 피했다. 조지 W. 부시가 그나마 주 방위군으로 복무했는데, 주 방위군은 베트남에 파병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부유층 자제들이 방위군으로 병역을 했다.

전쟁이 장기화하자 미국에선 반전(反戰)시위가 일어났다. 1960년대 후반기는 전세계적으로 반(反)체제 운동이 성행했고, 1968년 1월 구정 대공세(Tet Offensive) 후부터 반전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불 같이 일어났다. 이런 분위기는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 대신 평화와 사랑을 요구하는 젊은 계층의 정서는 'San Francisco (Be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California Dreaming' 같은 노래에 잘 나타났고 1969년 여름 뉴욕 근교에서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반전과 평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을 상징했다.

1968년~1972년 중 크게 활약한 4인조 남성 그룹 CCR(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은 베트남 전쟁 기간 중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CCR은 1969년부터 1971년 사이에 ‘Proud Mary', 'Bad Moon Rising' 등 히트곡을 내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내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던) 1969년 가을에 CCR은 ’Fortunate Son'을 내서 베트남에서 싸우던 미군 뿐 아니라 본국에서 반전 시위를 하는 젊은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나는 상원의원의 아들도 아니고, 백만장자의 아들도 아니다”는 가사는 계층 문제를 야기한 베트남 전쟁 그 자체를 상징했다. CCR의 리드 싱어이며 기타리스트인 존 포거티(John Fogerty 1945~)가 작곡 작사한 이 노래는 그 후 베트남 전쟁을 다룬 몇몇 영화에 삽입됐으며 베트남 전쟁을 다룬 유튜브 영상에도 많이 등장한다. 베트남에 전투부대를 보낸 우리나라에도 이 노래는 음반은 물론이고 라디오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1970년에 CCR은 ‘Who'll Stop the Rain’(누가 비를 멈출 것인가?), ‘Run through the Jungle’(정글을 달려라)를, 1971년에는 ‘Have You Ever Seen the Rain?’(비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를 연거푸 내어 놓아서 빌보드 차트 상위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Run through the Jungle’은 베트남 정글을 누비는 미군을 의미했으며, 'Rain'(비)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베트남을 상징해서 ‘Who'll Stop the Rain’은 ‘누가 베트남 전쟁을 끝낼 것인가?’를, 그리고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은 ‘당신은 베트남 전쟁을 본 적이 있나요?’로 이해되었다. 1971년 5월 1일 메이데이에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벌어지던 그 시기에 CCR의 노래는 그 자체가 반전(反戰)을 의미했다. 하지만 1971년 피크를 찍은 CCR은 내부 불화로 이듬해에 해산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인기 절정의 상태에서 그룹이 해체된 것이다.

CCR은 존 포거티와 그의 형 톰 포거티(Tom Fogerty 1941~1990,) 그리고 존 포거티와 같이 1945년생인 다른 두 명으로 구성됐는데, 형제 사이가 틀어져서 해산하고 말았다. 주요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고 리드싱어로 활약한 존 포거티는 그 후에도 활동을 했으나 새로운 히트곡을 내지는 못했다.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존 포거티는 음악에 소질에 있는 형과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중 1966년에 징집영장이 발부돼서 베트남으로 갈 뻔 했는데 간신히 그것을 면하고 육군 예비군(Army Reserve)로 본국에서 군 복무를 했다. ’Fortunate Son‘은 대학을 다니거나 배경이 있는 아이들은 징집을 피하고 자기처럼 주로 서민층만 징집돼서 베트남에 가는 세태를 직접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노년에 존 포거티는 ‘Who'll Stop the Rain’, ‘Run through the Jungle’, 그리고 ‘Have You Ever Seen the Rain?’는 베트남 전쟁을 생각하고 만든 노래가 아니었으나 그렇게 널리 이해되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제 80세가 된 존 포거티는 몇 년 전까지 순회공연을 했다.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를 보면서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보낸 나에게 CCR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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